고궁 100+, 신고궁계획과 특전
-2024.12.28.-국립고궁박물원 제대로 알기-
일본군 침입, 공산군과의 전투 속에서도 역사문화 보존에 헌신한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인류 수명이 길어지며 백세시대라는 말을 듣게 되었고, 초심을 잃지 않은 경영 철학에 힘입은 백년 상점/점포와 같은 인기 기업들도 우리 주변에 있다. 일본군의 침략, 공산국제가 탄생한 후 이념 다툼으로 벌어진 국공내전으로 20세기 30년대에서 40년대 사이의 중국대륙은 평안한 날이 없었지만 그 와중에 베이징 자금성 소재 고궁박물원의 주요 유물 등 마지막 왕조, 청나라 황실 소장품 가운데 최고의 작품들을 골라 남쪽으로, 서쪽으로,,, 그러다 바다 건너 타이완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물 보존과 이전을 책임진 대선배님들은 역사 문화를 지키겠다는 신념의 승리인지, 신기하게도 일본군 폭격에 단 한 번도 직접 피격되지 않았고, 굽이굽이 산길까지도 천리 만리 이동하는 과정에서도 박물원에서 챙겨 나온 유물들은 파손되지 않았고 지금까지도, 아니, 더 나아가 대대손손 앞으로 백년 천년 더 잘 보존되며 예술 문화와 역사의 산증인으로 존재할 것으로 확신한다.
국립고궁박물원(이하 약칭 ‘고궁’)은 내년(2025년)에 베이징 자금성 내의 일부를 개방하여 설립한 지 100주년, 백수를 맞게 되며, 국부천도 이후 16년 차에 지금의 타이베이 근교 산과 물로 에워싸인 와이솽시에서 배산임수의 최적 위치를 선택하여 재개원을 한 지 한 갑자, 60주년이 된다. 이에 더해 타이완 남북 간의 형평성을 이루고자 남부 쟈이(嘉義)에 남원(남부 분원)을 개원한 지 내년에 10주년을 맞는다. 이렇게 특별한 한 해를 맞으며 고궁은 당연히 오래 전부터 100주년 관련 준비로 여념이 없었으며 이벤트는 올해 9월26일부터 타이베이 고궁에서 ‘대미불언(大美不言)’ (관련 기사9/25 / 관련 기사9/28 / 관련 기사10/5 ) 특전으로 서막을 올렸고 해당 전시는 내년 1월23일부터 쟈이 고궁 남원으로 옮겨져 전시하게 된다.
특별 기획전은 물론 100주년 특별 기념상품도 기대해볼 만하며 고궁의 하드웨어 설비 증축 공정인 ‘신고궁’계획은 세계적인 박물관으로 거듭나는 중요한 과정으로 역시 고궁 100+의 일환이기도 하다. (고궁 100+ 기자간담회 관련 기사 )
고궁은 2018년부터 ‘신고궁계획’ 중의 종목을 나뉜 ‘분항계획1: 고궁 북부원구 정비 확충 건설 계획’의 일환을 추진하여 고궁 앞 리싱가(力行街) 행정단지 내 기지에서 1550여 평의 행정빌딩을 신축하여 고궁 행정사무장소를 한곳으로 집중시켜 행정효율을 높이는 데 힘썼고 330여 평의 도서관을 신축하여 기존의 건축물과 통합시켜 연구형 예술전문도서관으로 거듭나며 관련 학술연구자들의 도서 열람을 제공하게 되었는데 어제(12/27) ‘행정빌딩 및 도서관 신축 공정’의 낙성 제막식이 거행되어 행정수반 줘룽타이(卓榮泰) 원장, 문화부 차관(리징후이李靜慧), 고궁 샤오중황 원장, 황융타이 부원장, 위페이진 부원장 및 전 고궁 원장(펑밍주馮明珠), 전 고궁 부원장(린보팅林柏亭) 건축 책임단위 중흥(中興)공정고문공사 이사장(천신셴陳伸賢), 건축가(페이종청費宗澄), 르성성(日勝生)그룹 이사장(린룽셴林榮顯), 타이청(泰誠)발전 영조공사 이사장(정징총曾景琮) 등이 공동으로 테이프 커팅과 제막식에 참석해 고궁이 전문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현대화된 박물관으로 거듭남을 고했다.
해당 신축 공사의 준공으로 타이베이 고궁의 일부 공간을 비움에 따라 재구성을 통해 유물 전시에서부터 소장과 복구작업의 공간을 최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특히 원래 산속 동굴에 보관했던 1200여 박스의 유물들은 점진적으로 다른 장소로 이전시키며 새롭게 단장한 보관함을 사용할 수 있게 되어 고궁은 이를 ‘백년 신고궁’을 향한 중대한 이정표라고 정의했다.
예전에도 고궁박물원 역사에 대해 소개한 바 있는데 지난 24일 샤오중황(蕭宗煌) 고궁 원장은 ‘고궁 100+’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고궁은 1925년 쌍십절 국경일을 기해 전국민에게 역사적 문화예술 유물을 공개하기 위하여 자금성 내에서 고궁박물원을 개원하였는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일본군의 침략으로 국민과 함께 유물도 베이징에서 남쪽으로, 서쪽으로 피란길에 올랐다. 금괴가 아닌 문화 유산을 먼저 챙겼다.
고궁이 타이완으로 옮겨진 역사를 말할 때 샤오 원장은 4단계와 4세대에게 영향을 주었다는 타임 테이블을 제시했다. 1단계는 1925년부터 여러 고초를 겪은 후 1948년 국부천도와 함께 바다 건너오는 시기, 2단계는 1949년에서 1965년 타이베이에 지금의 고궁이 자리하기 이전인 타이중 베이거우(北溝)시기, 3단계는 타이베이 고궁이 재개원한 1965년부터 20세기말까지의 발전시기이며, 4단계는 밀레니엄 이래의 전환시기이다.
1949년 이전의 중국대륙 시절에는 고궁은 물론 국가 보물과 경제 방면에서의 일본군의 침략과 약탈은 극히 심각하였고 청 제국이 멸망하기 전 귀족 신분 집안의 소장품을 털어 가고 사찰이나 동굴에 있던 옛 불상 등을 채굴하듯이 캐거나 잘라서 가져가는 등의 만행을 부렸었다. 지금 고궁 소장 청동기 가운데 근 3천 년 전 서주(西周)시대 주나라 선왕(宣王)의 숙부의 것으로 현존 청동기시대 유물 가운데 가장 긴 문장이 새겨진(500자) 국보 ‘모공정’은 당시 일본군에게 빼앗기지 않기 위하여 숨겨두었다가 외국은행에 저당을 잡히며 살아남을 수 있었다. 1980년대에 출토되어 골동품 소장가들의 사랑을 받아오며 여러 소장가들의 손을 거치다가 1937년 본격적인 대일항전이 폭발하며 소장했던 분(예공춰葉恭綽)이 홍콩으로 피신하기 전 조카 예공차오(葉公超, 외교장관, 주미대사 등 역임)에게 맡기며 ‘절대로 팔면 안되고 언젠가 꼭 나라에 바쳐라’라고 했었는데 경제적으로 궁핍하여 은행에 저당을 잡혀 거상(천융런陳詠仁)이 이를 구매하여 전쟁 종식 후 국민정부에 기증하였고, 1948년에는 국공내전 중에 국부천대를 하는 과정에서 타이완으로 옮겨지게 된 일화는 고궁도 그렇고 유물도 그렇고 천신만고 끝에 자유의 땅에서 75년 동안 잘 보존될 수 있었다는 게 고맙다.
국부천도 이후의 국공내전은 지속되어 왔고, 당시 금문섬(진먼)과 마조섬(마주)은 국민정부의 최전방으로 타이완섬에 정착한 국민을 지켰고 문화적 측면에서 중화문화 부흥과 보존에 힘써와 가장 중화문화를 대표하는 곳으로 자리 매김할 수 있었다.
‘고궁 100+’ 특전에 대한 기대는 당연히 크다. 그동안 평생 꼭 봐야할 고궁 유물들도 소개한 바 있는데 이번 100주년 특전은 예전에 보도했었던 고궁과 파리장식미술관 및 프랑스 보석상 반 클리프 아펠이 공동 참여한 기획전시를 선두로 내년 한 해 동안 타이베이와 쟈이의 고궁 북원과 남원에서는 필자는 학창시절이나 고궁 근무 시기 또는 그후 자주 찾아간 덕분에 만나봤던 희대의 보물들, 특히 역사와 미술사에서 대표적인 작품들을 감상하고 감동한 적이 여러 번 있으나 다른 분들도 그걸 좀 알았으면 하고 꼭 관람했으면 하는 전시들이 있다.
2025년의 특별 전시에서는 고궁의 역사 발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갑자 만년’에서는 고궁의 진정한 3대 보물(국보, 북송시대 3대 명화 3대 국보 유튜브 ), 재일교포 펑카이동(彭楷棟)의 방대한 불교 유물 소장품 가운데 고궁에 기증한 서기 477년의 작품 ‘북위 석가모니불좌상’과 ‘견본(깁바탕) 착색 관음 만다라도’와 같은 중요문화재도 함께 선보인다. 고궁 100+ 특전으로 북송시대 문인들의 문화모임에 포커스를 맞춘 천년 이래 마음으로 이해하는 북송 - “서원아집”전기-는 역사책이나 문학사에서 들어보거나 읽어봤던 작품이나 작가들이 그림과 글로 우리와 만나게 되어 무척 기대가 된다.
모든 것이 다 좋다. 그래도 이중에서 이건 꼭 봐야한다, 안보면 후회한다라고 하면 당나라 안진경(서기 709년-785년)의 ‘제질문고’를 강력 추천하고 싶다.
서예는 단순히 의사 전달을 위한 부호를 뛰어넘은 지 오래되었고 그래서 단순히 깨끗하게, 예쁘게, 또박또박하게 쓴 것은 그저 교과서에서 보여주는 템플릿에 불과하다. 예전에 미술사에서 말하는 천하 제2행서와 제3행서 작품이라고 소개했던 당나라 안진경의 ‘제질문고’와 송나라 소동파의 ‘황주 한식첩’을 감상하신 분들 중에는 그게 왜 톱3의 작품인지 이해 못하시는데, 역사와 미술은 아는 만큼 보이기 때문이며 그 작가와 작품의 세계를 이해하면 금방 이해가 갈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고궁 부원장 위페이진(余佩瑾)은 내년 100주년 특전에 대해 ‘다 볼 수 없을 정도로 풍부하고 많은 전시는 마치 카니발과도 같다 / 유물을 통해 고궁의 발전 과정을 이야기 하다 / 국제 간의 협력 기획전시에서 고궁은 전 세계와 소통하는 능력과 에너지를 보여줬다’라며 3가지의 키워드로 정리하며 준비 과정과 앞으로의 발전에 대해 설명했다.
한편, 고궁의 하드웨어 부분, 재건이나 신축 등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번 ‘신고궁 계획’의 주요 기획자 고궁 부원장 황융타이(黃永泰)는 뮤지엄샵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고궁 기념 상품은 ‘특제 우육면’이라고 24일 기자 간담회에서 발표해 타이완식 라면에 대한 호기심을 자아냈다. 타이완의 여러 가지 먹을거리 가운데 ‘우육면’은 외국인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메뉴인데, 그걸 타이완의 최대 식품업자가 고궁과 제휴하여 한정판으로 판매를 하는데 필자가 의외로 느껴진 건 한국인이 그 라면을 제일 많이 구매한다는 점이었다.
고궁은 내년에 타이베이와 쟈이의 북원과 남원에서 각각 국보 특별전시를 하는 것 외에도 체코 프라하국립박물관에서 ‘고궁 유물 백선과 그 이야기들’을 주제로 인기 유물 ‘취옥백채’와 ‘청명상하도’ 등을 체코에서 전시하게 되며, 프랑스 파리에서도 ‘용(龍)’을 주제로한 고궁 유물 특선 전시를 한다. 또한 고궁 남원에서는 일본 에토시대 ‘유키요 에’ 특전도 열린다.-白兆美 (취재: 백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