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 유튜브 컨텐츠 중 가장 핫한 주제를 하나 꼽으라면 바로 ‘타이완 미식’을 들 수 있습니다. 그만큼 먹방을 찍으러 타이완에 오는 유튜브 크리에이터와 연예인들이 줄을 서고 있어요. 타이완 관련 한국 유튜브 컨텐츠가 과거에는 일반 관광객의 여행 브이로그, 혹은 타이완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의 일상 브이로그 등이 대부분이었다면, 올해 말부터는 크리에이터와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가세해 너도나도 먹방을 찍으러 타이완에 옵니다. 최근 흑백요리사로 이름을 알린 정지선 셰프, 유튜버 먹방계의 레전드 쯔양과 히밥도 각각 미식의 나라 타이완에 와서 타이완 요리로 먹방을 찍었습니다.
‘타이완 미식’을 소개한다고 하지만, 이분들의 미식 장소는 대부분 타이베이에 국한되어 있는 것이 사실인데요. 타이베이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시먼(西門) 외에도 자신들이 직접 발견한 식당이라거나 타이완 현지인의 소개를 받은 찐 맛집, 미셸린 식당 등 타이베이에 오지 않으면 아니면 절대 맛볼 수 없는 미식의 장소가 유튜브를 통해 한국인들에게 많이 소개되고 있는 요즘입니다.
지난 주, 나영석 피디 사단이 만든 유튜브 채널, 채널십오야에서 드라마 <미생>과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유명한 배우 김대명 씨가 나피디와 함께 타이베이 맛집을 돌아다니는 영상이 올라와 화제인데요. 마침 제가 지난 11월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 시간에 소개해드린 나피디의 타이베이 방문에 맞춰 타이완, 그중에서도 타이난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배우 김대명 씨와 함께 타이완 미식 소개 영상을 제작하게 된 것입니다. *2024년 11월 20일 방송 “타이베이, 韓臺 MZ세대들의 새로운 교류의 장이 되다” 이 영상에서는 타이베이를 잘 아는 한국인들에게도 조금은 낯선 ‘솽청제 야시장(雙城街夜市)’이 등장하는데요. 스린 야시장, 랴오허제 야시장은 들어봤어도, 솽청제 야시장은 어디지? 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리라 생각됩니다. 사실 저도 아직 가보지 않은 야시장이라 이 부분을 특별히 흥미있게 봤는데요.
야시장은 타이베이 관광의 대표적인 코스 중 하나로 손꼽히죠. 그런데 유명하다고 가는 야시장마다 사람이 너무 많아 내가 음식을 맛보러 온건지, 사람을 보러 온건지 헷갈리셨던 경험 있으셨을텐데요. 유명한 가게를 찾았더니 30분 넘게 줄을 서서 기다려야만 했던 야시장 말고 인파가 조금 적지만 맛집들은 있는 그런 야시장 어디 없을까요?
그래서 오늘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 시간에서는 외국인 관광객보다는 타이베이 현지인들이 더 많은, 타이베이 곳곳에 숨어있는 작은 야시장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난지창 야시장(南機場夜市)
“맛없은 음식점은 난지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난지창 야시장은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야시장 중에서도 맛집 천국으로 알려져 있는 대표적인 장소입니다. 타이베이 남서쪽, 주소는 중정구(中正區)이지만, 완화구(萬華區)에 붙어있는 난지창 야시장은 인근에 지하철역이 없어 도보나 버스로만 갈 수 있습니다. 이게 단점일 수 있지만 또 장점이기도 하죠. 외국인 관광객이 적고,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이 주로 이용하는 야시장이다보니 관광객의 입장에서 로컬 음식을 탐색해 보고 싶을 때 찾아가기 좋은 대표적인 야시장입니다.
타이완판 ‘흑백요리사’라고 소개되기도 하는 ‘야시장왕(夜市王)’은 타이완 전국에 있는 야시장 중 인기투표 상위 10을 모아 야시장 음식을 주제로 경연을 펼치는 프로그램인데, 여기에 꼽힌 타이베이 야시장 중 하나가 바로 난지창 야시장입니다. 특히 첫 회 ‘지파이(鷄排)’ 경연에서 난지창 야시장에 있는 한 음식점이 30여 년 간의 영업 노하우를 갖고 우승해 화제이기도 합니다.
옌산 야시장(延三夜市)
두 번째는 옌산 야시장입니다. 야시장을 외국인들만 가는 건 아니잖아요. 한가한 주말, 집 주변 음식점 말고 인근 야시장을 구경하고 그곳의 음식을 맛보고 싶은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스린이나 랴오허제 야시장은 무수한 인파로 조금은 피곤할 수 있습니다. 인파에 휩쓸리기 싫고 보다 여유롭게 야시장을 구경하고 깊은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소개되는 가장 대표적인 야시장이 바로 옌산 야시장입니다. 옌산 야시장은 타이베이 지하철 옐로우 라인 다차오터우(大橋頭)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해있는데요. 타이완 네티즌들이 꼽은 조용하지만 강한 야시장에 꼽힌 옌산 야시장은 특히 다퉁구(大同區) 주민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닭고기롤(雞捲), 청새치쌀국수(旗魚米粉), 대창전(大腸煎) 등 관광객들에게는 여전히 낯선 타이완의 음식을 접할 수 있습니다. 역사가 오래된 도시에 있는 만큼, 야시장 안 가게들도 영업 30~40년은 기본이라고 하네요. 게다가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를 구분하는 단수이허(淡水河) 강변과 멀지 않아 야시장에서 원하는 음식을 사와 강변에서 여유롭게 즐길 수도 있습니다.
화시제 야시장(華西街夜市)
마지막으로 이성민과 황정민 배우의 연기가 돋보이는 영화 ‘공작(2018)’의 촬영장소로도 유명한 화시제 야시장입니다. 완화구(萬華區)에 위치한 화시제 야시장은 타이베이, 아니 타이완에서 가장 오래된 ‘기획 야시장’입니다. 1951년에 정부에 의해 기획되어 설립되어 지금까지 7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데요. 정부에 의해 기획된 이유는 이곳이 과거 청나라 때부터 일제시기에 이르기까지 타이베이의 유명한 홍등가였기 때문인데요. 다른 야시장과는 달리 거북이, 뱀 등 일종의 보양식과 약재를 파는 가게들이 많기로도 유명합니다. 조금 올드하고, 생소할 수 있는 먹거리라 궁금하신 분들은 용산사(롱산스)와 멀지 않은 화시제 야시장을 들러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타이완을 사랑하는 배우 김대명 씨는 유튜브 영상에서 이런 말을 남겼어요.
“사실 타이완이 여행 오기가 참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게 대체재가 많아요! 두 시간 반이니까 여기까지 오기가 중간에 선택지가 많단 말이에요. 그럼 과연 타이완에 갈 합리적인 이유를, 명분을 찾아야 된다는 말이죠. 현재 제가 찾은 명분은 사람이었어요 결국. 정말 친절한 사람! 거기다 정말 맛있는 음식!”
대도시인 타이베이지만 그 속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 나는 골목길과 작은 야시장이 숨어있고, 인정많고 친절한 타이베이 사람들은 그 곳에서 오늘도 새로운 사람들을 미소와 배려로 맞이하고 있습니다.
동짓날도 지나고 추위가 절정에 달하고 있는 요즘, 따뜻하고 포근한 저녁이 되시길 바라며 지금까지 어반스케처스타이베이의 진행자 서승임이었습니다.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