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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치룬 타이베이 아레나, 한국과의 인연 무엇?!

  • 2024.03.06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타이베이 아레나 빙상낙원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포스터 - 사진: wjc2024taipei 공식홈페이지

3월 5일인 어제는 24절기 가운데 세 번째 절기인 경칩(驚蟄)이었죠. 놀랄 경(驚) 자에 숨을 칩(蟄) 자를 쓰는 경칩은 말 그대로 땅속에 들어가 고요하게 겨울잠을 자던 동물들이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을 뜻하는데요. 지난 한 주간 쌀쌀했던 타이베이도 따뜻한 햇빛이 떠올라 활동하기 좋은 날씨가 된 오늘입니다. 으스스했던 날씨 때문에 타이베이에서는 감기나 독감에 걸린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는데요. 한국도 요즘 독감이 유행한다고 들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타이완에서도 모두 따뜻한 햇살 받고 움츠렸던 몸과 마음을 환하게 활짝 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작년 10월 4일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에서 소개해드린 타이베이 아레나(小巨蛋)의 아이스 스케이팅 장, 빙상낙원(冰箱樂園)을 기억하시나요? 꽁꽁 얼어붙던 겨울의 긴장감이 풀리는 경칩을 앞두고 지난 2월 28일부터 주말인 3월 3일까지 5일간 타이베이 아레나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 아이스 스케이팅장인 빙상낙원에서 2024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 것입니다. 타이베이시는 지난 2017년에 이어 두번째로 세계청소년피겨선수권대회를 개최했는데요.  

2024 ISU 세계 주니어 피겨 스케이팅 선수권 대회가 타이베이 아레나에 정식으로 시작한 2월 28일. 7년 만에 타이완 타이베이에서 다시 국제 스케이팅 대회가 개최되어 각계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천지엔런(陳建仁) 중화민국 행정원장은 개막식에 직접 와 “차이잉원 총통이 추진하는 운동 과학 센터 정책을 통해 과학이 운동 경기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도움이 될 것”이라며 “현재 각 분야의 국가대표 선수들이 적극적으로 2024 파리 올림픽 티켓을 획득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타이완이 비록 아열대 기후에 속하는 나라이지만 동계 올림픽 종목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며, 타이완을 대표해 이번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차이위펑(蔡玉鳳), 리위샹(李宇翔) 선수가 좋은 성적을 받기를 바란다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이번 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는 한국의 주니어 선수들의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보여주는 대회였는데요. 놀랍게도 한국의 서민규 선수와 신지아 선수가 각각 남자 싱글과 여자 싱글에서 금메달과 은메달을 차지했습니다. 특히 한국 남자 피겨 사상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서민규 선수의 활약이 돋보였습니다. 게다가 서민규 선수 첫 출전 만의 금메달 획득이라 언론들의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서민규 선수의 우승 소식을 전하는 타이완 언론 - 사진: wjc2024taipei 공식 홈페이지

대회가 끝난 다음 날인 3월 4일 월요일, 타이베이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서민규 선수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원래는 아무도 안 계셨는데 이렇게 많은 분이 계시니까 뭔가 긴장도 되고 새로운 기분이 들어요. 친구들아 학교 가면 친하게 지내고, 내가 많이 잘해 줄게!"라며 고등학교 입학식에 참석하지 못한 안타까움을 영상편지를 통해 드러내기도 했는데요. 고등학교 입학을 앞둔 앳된 청소년인 서민규 선수는 이번 대회 남자 프리스케이팅에서 150.17점을 받아 총점 230.75점으로 일본의 나가타 리오 선수를 1.44점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하는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이는 2006년 김연아 선수 이후 18년 만에 세계 주니어 선수권에서의 금메달이라고 합니다. 서 선수는 “프리 프로그램에서 하나 실수가 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제가 뒤에 있는 과제들을 완벽하게 소화해서 만족한 경기였고, 그래서 제가 1등을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서 정말 기쁜 하루입니다.”라고 경기 직후 인터뷰하기도 했습니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 빙상단체 초청해 타이베이에서 열리는 주니어 피겨 대회의 수준 올려”

타이베이 아레나 빙상낙원에서 열린 이번 대회는 유달리 한국과 인연이 깊습니다. 대회에 출전한 선수들 외에도 선수들의 무대인 빙판을 총점검하는 일을 바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빙상 종목에서 일한 바 있는 관계자들이 직접 참여해 타이베이 아레나 빙상낙원의 빙판을 점검했습니다. 우룬젠(吳倫閑) 타이완 빙상협회 사무총장은 대회가 열리기 전 “이번 대회에는 특별히 강원도에서 막 동계청소년올림픽을 치룬 이웃국가 한국에 협조를 구하며, 7년 만에 치르는 대회를 국제적인 도움 아래 진행할 수 있어서 기쁘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평창 올림픽 관계자들의 도움 아래 최고 수준의 빙판질을 선수들에게 제공하겠다는 다짐을 했는데요. 

좋은 질의 빙판을 만들어야 선수들은 안심하고 자신의 퍼포먼스를 펼칠 수 있겠죠. 선수들이 빙판을 탈 때 빙판의 온도는 영하 3도에서 5도를 유지해야 합니다.그렇지 않고 갑자기 춥거나 더워지면 빙판의 경직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죠. 적당히 단단해야 선수들이 회전을 하거나 뛰어오를 때 가볍게 움직일 수 있는 반면, 빙판이 단단하지 못하면 같은 동작도 해낼 수 없죠.

대회가 열리기 열흘 전인 2월 19일, 평창 겨울올림픽 제빙팀이 이곳 타이베이 아레나에 직접 와 대회를 앞둔 빙판 점검을 진행했습니다. 한국빙상협회는 기술 지원과 함께 제빙 과정도 타이완에서 공개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제빙사이자 한국빙상협회 설치부의 황용식 총감독은 타이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타이완이 온도차가 있어서 바깥 기온과 차이가 많은 타이완에서는 조금 어려움이 있지만, 주변의 협조로 잘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통상적으로 4~5일에서 걸리는 제빙 작업 실제로 타이베이에서는 일주일 꼬박 걸렸다고 하는군요. 

이렇게 한국 빙판 전문가들의 협조 덕분에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열린 2024 국제빙상연맹(ISU) 피겨스케이팅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한 선수들은 하나같이 마음껏 자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었습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모든 선수들이 출연해 갈라쇼를 보이는 폐막식. 노랑 망토에 가면을 쓴 서민규 선수가 한 여자 선수를 쫓으며 갈라쇼가 시작합니다. 두 팀으로 나뉜 선수들은 서로를 위협하는 손동작을 취하며 왔다갔다 하다 결국 하나의 팀으로 모여 관객들을 향해 ‘어흥' 하며 마무리하는데요. 주니어 선수들이어서 그런지 모든 동작과 표정이 무섭기는 커녕 귀엽고 사랑스럽기만 합니다.

이번 주니어 피겨 대회에 첫 출전한 타이완의 차이위펑(蔡玉鳳) 선수 - 사진: wjc2024taipei 공식 홈페이지

엔딩곡으로는 타이완을 대표해 이번 주니어 피겨 대회에 출전한 차이위펑(蔡玉鳳) 선수가 펼친 스케이팅의 배경음악이었던 타이동 아메이족 출신 가수 에이린(A-Lin)의 ‘로마디우, 우리 함께 노래하자(Romadiw 一起來唱歌)’를 들려드립니다. 원주민족 분장과 복장으로 에이린의 이 노래와 함께 좋은 퍼포먼스를 선보인 차이위펑 선수에게도 수고의 박수를 보냅니다.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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