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
타이완의 소리 RTI공식 앱 내려받기
열기
:::

타이베이 사는 시댁이 서울에 처음 왔어요!

  • 2024.01.24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1월 서울 광화문과 광화문 광장에는 '서울 빛초롱 축제'가 진행중이다. 광화문을 비추는 조명쇼가 상당한 볼거리이다. - 사진: Rti 서승임

타이베이의 날씨가 제법 추워졌습니다. 이번주 들어 타이베이의 기온은 10도 안팎에 날은 흐리고 강한 바람까지 불면서, 두꺼운 외투는 물론 목도리와 장갑까지 착용해야 하는 할 정도로 써늘합니다. 저는 지난 1월 3주 간 서울에 있다 이번주 월요일에 타이베이에 돌아왔는데요. 다행히도 제가 서울에 있었던 3주 동안은 0도 안팎으로 대단히 매서운 추위는 있지 않아 일 년 중 가장 춥다는 대한(大寒)에 열린 결혼식도 순조롭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결혼식 당일에 서울에는 약간의 진눈깨비가 내리는 흐린 날씨를 보였는데요. 겨울에 눈 내리는 광경이 예사롭게 느껴지는 한국인인 저와 달리 타이완에서 온 남편 및 시댁 식구들에게 눈은 예상치 못한 깜짝 선물이었습니다. 

서울은 물론 한국을 생전 처음 방문한 시댁 식구들이 인천공항에 도착하는 날 저와 일찍이 한국에 도착한 남편은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타이베이의 겨울과 달리 상당히 건조한 서울의 겨울 날씨로 가족들의 피부가 상하지는 않을지, 서울 초행길에 혹시나 불편한 일을 겪게 되지는 않을지, 혹시나 예정에 없던 눈이 내려 여행하는 동안 거리가 미끄럽지는 않을지, 한국 음식이 입맛에 맛지는 않을 런지 등등요. 게다가 젊은 친구들이라면 모를까 연세가 지긋하신 부모님이 한국이라는 낯선 나라에 온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었습니다. 

인천공항을 나와 서울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가족들은 타이완에서는 생전 보지 못한 새로운 풍경을 마주했습니다. 가로수의 나무들은 푸르른 잎이 없이 벌거벗은 나뭇가지만 앙상하게 남아있고요. 인천대교 주변에 펼쳐진 바다는 타이완의 타오위안과는 사뭇 다른 느낌을 줍니다. “중국의 동북부와 비슷한 느낌이지만 그것하고는 또 조금 다르다.”라고 표현한 도련님의 말이 귀에 꽂히더군요. 서울 시내로 들어서자 타이완 가족들의 눈에는 가장 먼저 한강과 산이 들어왔나봅니다. 예상보다 규모가 큰 한강에 놀라면서 동시에 시내 높은 건물 너머로 보이는 산에 관심을 보이더군요. 특히 해발 837m로 서울에서 가장 높은 산인 북한산은 서울에 처음 온 타이완 가족들의 눈에 가장 먼저 띈 서울의 풍경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생전 처음 타이완에 갔던 날 타오위안과 신베이를 거쳐 펼쳐진 타이베이의 도시 풍경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80~90년대 일본 도쿄가 어땠는지도 모르는 제가 타이베이 도시 풍경을 보고는 과거의 도쿄와 닮았다고 생각했던 것, 시내로 가는 고속도로 옆에는 높은 산들이 도로와 상당히 인접해 있어 꽤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것 등이요. 

마침 작년 말부터 광화문과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는 ‘서울 빛초롱 축제’가 한창이었습니다. 광화문 광장에는 다양한 색깔의 조명을 담은 다양한 조형물들이 서울의 밤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고, 저녁 7시가 되자 광화문에는 화려한 조명쇼가 열리기도 했죠. 타이완에서 매년 연초에 열리는 등불축제와 유사했습니다. 광화문과 광화문 옆 경복궁 돌담길에 쏘아 올린 예술적인 조명쇼는 지금도 잊지 못할 만큼 상당히 아름다웠습니다.  

이렇게 서울에 처음 오신 타이완 가족들을 위한 나름의 가이드도 하면서 며칠 안남은 결혼식도 준비해야 했습니다. 결혼식을 위해 일부로 타이완에서 한국까지 온 타이완 가족들에게 좋은 선물을 드려야겠다고 생각해서였는지 보다 성의있게 준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신랑 아버님의 축사를 미리 받아 제가 한국어로 번역을 했고, 저의 아버지 축사는 제가 중국어로 번역해 결혼식 현장에서 두 언어의 자막을 동시에 틀었죠. 그래서 중국어를 전혀 못하는 저희 가족과 한국인 하객에게도, 한국어를 전혀 못하는 남편의 가족과 타이완 하객에게도 모두 저와 남편의 결혼이 갖는 소중함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시어머님은 한복을 입었고, 저는 중국어로 남편에게 편지를 낭독했습니다. 일년에 가장 춥다던 대한에 열린 결혼식은 양가 가족들의 지지와 하객들의 정성어린 축하로 따뜻하게 마무리될 수 있었습니다. 

타이베이 송산공행으로 가는 비행기를 탑승하기 위해 김포공항으로 향하던 22일 서울의 아침은 영하 9도까지 떨어지는 맹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작년 성탄절 직전에 있던 한파가 다시 온 것입니다. 그래서였는지 송산공항에 도착해 타이베이 공기를 처음 마주할 때 느낀 체감온도는 상대적으로 따뜻했습니다. 같은 날 타이베이 시민들은 다시 추위가 시작되었다고 다들 움츠러들고 있었지만 말이죠. 한국인인 제게 타이베이의 공기는 언제나 따뜻하고 온화합니다. 그 기분과 정서를 한국과 전세계에 계신 Rti 한국어방송 청취자님들께도 전해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를 진행하구요. 제가 부재하는 동안 여러 청취자님들의 축하 메시지와 편지가 있었더군요. 오늘 이 시간을 빌어 정식으로 저의 결혼에 축하를 보내주신 청취자님들께 대단히 감사하다는 말씀 드립니다. 

오늘의 엔딩곡으로는 타이완에서 제법 인지도 있는 인디밴드 첸디(淺堤, Shallow Levée)의 용허(永和)를 띄워드립니다. 이 그룹은 한국에도 여러 차례 와서 공연한 적 있는데요. 제작년인 2022년에는 한국의 인디씬에서 활동하는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 밴드의 보컬인 조웅과 작업해 싱글 ‘See Through the Dark’를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이 그룹이 작년 한국에서 공연할 때 제가 오늘 띄워드리는 이 노래 ‘용허’의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 및 감수하는 작업을 한 적이 있는데요. 글쎄, 이 그룹에서 드럼을 치는 멤버가 제 남편의 동생에 친한 친구라는 거 있죠.  세상이 참 좁죠? 타이베이와 서울, 서울과 타이베이를 오가는 동안 우리는 또 하나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갑니다. 청취자님들도 다음에 타이베이에 오신다면 잊지 못할 새로운 추억과 인연을 꼭 만들고 돌아가시길 바랍니다. 그 기억은 언제나 따뜻할테니까요.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