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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베이 사람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마오콩(貓空)

  • 2023.09.06

타이베이시 남동쪽에 위치한 마오콩(貓空). 높은 건물과 오토바이, 차량으로 빽빽한 타이베이 시내 중심과 달리 마오콩은 높은 고산지대가 주를 이루고 있습니다. 지리적으로 독특한 위치에 있는 마오콩은 1980년대부터 점차 특색있는 타이베이의 랜드스케이프(landscape)가 되었는데요, 바로 마오콩 산에 가서 차를 한 잔 마시며 여유롭게 야경을 보는 것이 많은 타이베이 시민들의 젊음과 청춘을 담은 활동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타이완의 예술문화 잡지 베르스(VERSE)가 작년 11월 말 출간한 베르스 북스(VERSE BOOKS) 시리즈의 신간 ‘마오콩사람(Maokongian)’은 타이베이 남동쪽 구석 산꼭대기에 깊숙이 들어가 사는 사람의 시각을 통해 마오콩 지역의 독특한 서사를 발굴하고, 마오콩의 이야기 속에서 타이베이를 새롭게 조명합니다. 이 책은 마오콩(貓空)이 타이베이 사람들에게도 익숙하면서도 조금 낯선 곳이라고 소개합니다. 오늘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 시간에는 베르스 북스 신간 ‘마오콩사람'에 소개된 내용을 바탕으로 타이베이 시민들에게 익숙하면서도 낯선 마오콩을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타이베이의 남동쪽 구석에 위치한 마오콩은 1980년대부터 타이베이 도시의 독특한 지형지물로 발전했습니다. 이 때부터 마오콩에 있는 산에 올라 차를 마시고 야경을 보는 것은 타이베이 사람들의 추억이 되었고, 타이베이를 처음 놀러온 외지인들이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도 타이베이의 색다른 풍경을 감상하기 위한 전제 조건이 되었죠. 타이베이 지하철 커피색 라인의 종점인 타이베이 동물원역에서 내려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면 높게만 보였던 산 꼭대기까지 단번에 오를 수 있으니 교통의 개선을 통해 마오콩은 사람들과 조금 더 가까워졌습니다.

게다가 마오콩은 타이완에서 생산되는 찻잎 중  철관음(鐵觀音) 차의 중요한 생산지이며,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차를 우려 마시는 것 외에도 다양한 식문화가 마오콩 산 위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타이베이 시내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푸른 자연 산책로와 문화 활동까지 있으니 우리는 마오콩에 대해 보다 자세히 알아보고 파헤쳐야겠습니다. 

‘마오콩 사람' 시리즈물의 저자는 타이베이 도심에 사는 사람들과는 조금 다른 각도로 하루를 살아가는 마오콩 사람들의 삶의 이야기를 하다보면 마오콩 산을 보다 풍부하게 경험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마오콩이란 지역을 깊이 알아가며 현재 각자가 살고 있는 공간을 다시금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죠. 저자는 ‘마오콩의 24시간’이란 주제로 도시 사람들이 동경하는 마오콩 산에서의 생활을 그렇게까지 낭만적인 삶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물론 아침 일찍 자전거를 타고 오후에는 작은 가게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휴식을 취하는 여유도 있지만, 24시간을 산에서만 머무르지만은 않는다고 솔직하게 이야기 하죠. 게다가 주로 차 재배를 하는 마오콩 사람들이 햇빛과 작물에 따라 농사를 짓고 휴식을 취하는 삶을 살지만, 흔히 생각하는 일반적인 농사꾼의 바이오 리듬과는 다른 마오콩 특유의 생활이 있다며 차 농가의 삶 현장에 깊숙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셋방을 찾다 마오콩에 새로운 공간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고 분주하고 떠들썩한 타이베이를 떠나  2019년부터 마오콩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한 타이완 청년은 마오콩에서의 야생림, 대나무 숲, 차밭에 큰 매력을 느꼈다고 전합니다. 특히 연못에서의 개구리 소리와 맑은 공기 내음은 마오콩이 아니면 느낄 수 없었죠. 마오콩에 차린 카페에서 바쁘게 일하던 중 자신의 이웃 가게 주인이 직접 삶은 오리 백숙을 들고 내려와 자신들에게 나눠주었고, 자신은 답례로 케이크를 선물했다고 합니다. 집에서 요리를 하다 조미료나 식재료가 부족하다면 편의점이나 마트 대신 이웃집에 가서 빌릴 수 있는 그런 인간미가 마오콩에는 남아있는 것이죠.  

카페 주변에는 고양이 몇 마리가 찾아와 숲속과 카페 사이를 자유롭게 왔다 갔다 한다고 합니다. 마오콩은 동식물 등 생태환경이 매우 풍부한 곳이기 때문에 어쩔땐 거북이나 뱀도 출몰할 수 있다고 하네요. 고양이들이 뱀을 잡아 포위 공격하는 것을 돕기도 하지만, 이 청년은 오히려 고양이가 뱀에게 당할까봐 스스로 뱀을 집어서 던지는 기술도 연마했다고 해요. 카페를 찾아오는 손님의 안전을 위해 처마 밑의 벌집을 제거하는 것도 그의 일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타이베이 도심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죠.

마오콩에 자신의 터전과 카페를 차린 이 청년은 이야기합니다. “지루한 시간을 허비하거나 '심심하다'는 것은 항상 부정적인 느낌을 주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심심하다'는 것은 당신이 지금 이 시간을 충분히 느끼고 있고, 그 시간과 함께 있다는 것.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고, 그래도 상관없다는 것”이라고요. 그러면서 “빠르거나 느리거나 풍족하거나 부족하다고 정의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그대로 자연스럽습니다"고 말합니다. 

지하철과 케이블카 등 교통의 편리함을 이용해 마오콩을 찾은 타이베이 사람들과 외지인들이 많이 늘어났지만, 막상 마오콩 산에 펼쳐진 녹음과 그 길을 천천히 걸으며 음미하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아보입니다. 마오콩에 펼쳐진 산등성이를 따라 굽이치는 도로. 그리고 도로 마다 놓여있는 작은 팻말. 광활한 산 속에 절제된 미학을 갖고 살아가는 마오콩 사람들의 삶과 마오콩의 자연을 천천히 느껴보시는 것은 어떨까 생각됩니다. 마오콩의 산길을 따라 걷거나 차를 타고 가다 우연히 발견하는 찻집이나 예쁜 카페가 분명 우리에게 소중한 선물을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늘의 엔딩곡으로는 929 밴드의 ‘일찍 일어나 등산’(早起去爬山)을 들려드립니다. 여유있는 마음으로 푸르른 산에 등산하기 직전 설레는 마음을 노래한 이 노래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자꾸만 멀어져만 가는 꿈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계곡의 물소리와 산 속 새 소리에 기타 반주가 어우러지는 전주 참 인상적입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타이베이 마오콩에 오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게 하는 노래입니다.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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