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베이시 남서쪽, 타이베이시와 신베이시의 경계에 맞닿아 있는 완화취(萬華區). 완화취의 남쪽은 단수이허의 지류가 흘러 강변공원이 조성되어 있고 북쪽으로는 중앙정부기관이 모여있는 중정취(中正區)가 있습니다. 한국인들에게도 잘 알려져있는 타이베이의 관광명소 용산사(龍山寺)와 시먼(西門)이 바로 완화취에 있죠. 현재 완화취에는 타이베이 지하철 블루라인 중 시먼역과 용산사역만 지나고 있어, 그 외의 완화취 명소는 잘 알려져있지 않은데요. 현재 건설 중인 새로운 지하철 라이트그린(LG) 라인이 완공되면 자루이(加蚋站, Kalah) 역이 개통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라이트그린(LG) 라인은 타이베이시와 타이베이시 남서지역과 접하는 신베이시 사이를 연결하는 지하철 노선으로 타이베이시의 생활권을 신베이시로 확장해 수도권의 개념을 넓히고 두 지역간 원활한 출퇴근을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한국으로 치자면 서울 강남과 경기도 분당을 잇는 분당선이나, 서울 강서와 경기도 김포를 잇는 김포골드라인을 연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완화취에는 타이베이시에서 손꼽히는 규모의 큰 공원이 있습니다. 바로 청년공원(青年公園)입니다. 청년공원은 현재 타이베이시에서 네 번째로 면적이 큰 공원입니다. 사실 청년공원은 1977년 9월 완공된 직후 면적 24.44 헥타르로 타이베이시에서 가장 넓은 공원으로 개장했는데요. 20년 뒤인 1994년 3월 청년공원보다 1.5 헥타르 더 큰 다안삼림공원이 문을 열면서 1등 자리를 내주어야 했습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발사한 지상관측위성인 랜드샛(Landsat)으로 타이베이시를 관측해 녹화 지수(NDVI, Normalized Difference Vegetation Index)를 측정한 결과, 청년공원은 관두공원 다안삼림공원과 함께 ‘숲’ 단계(0.6 이상, ‘맨땅’ 은 0-0.1, ‘초원’은 0.2-0.6, ‘숲’은 0.6 이상) 해당해 시민들에게 충분한 녹지 공간을 제공하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청년공원 안을 들어가면 유아기나 초등학생들이 놀기에 적합한 공간을 다수 발견할 수 있습니다. 미끄럼틀이나 시소, 그네 등 일반적인 놀이터 시설 외에도 외나무말뚝, 입체 클라이밍 존, 모래밭, 다양한 코스를 통해 높은 곳까지 등반해 미끄럼틀을 타야하는 타워 미끄럼틀 등 공원 구석구석에는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시설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습니다. 어린 아이들을 위한 놀이시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을 위한 운동시설도 곳곳에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청년공원의 동쪽에는 8개 라인의 야외 수영장이 있고, 그 옆에는 스킨스쿠버 실습센터도 있습니다. 서쪽에는 농구장과 테니스 코트 6면이 있고, 야구장도 있습니다. 하나의 공원 안에서 농구, 배드민턴, 야구, 테니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데다 그 연습장 규모도 작지 않아 타이베이에 사는 시민들은 연습을 위해 이곳 청년공원으로 모여들죠. 공원 외곽에 어린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각종 운동 시설이 있다면, 공원 내 중앙에는 잔디를 넓게 심어 반얀트리를 포함한 각종 나무들이 빽빽하게 심어져 있어 녹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청년공원은 면적도 넓은데다 다채로운 운동 시설을 갖추고 있어 타이베이 시민들의 휴식, 운동 공간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시 완화취 청년공원과 타이베이 한국학교 사이를 지나는 칭니엔루(青年路). - 사진: Rti 한국어방송 서승임
푸른 녹음을 뒤로 하고 청년공원의 둘레길인 칭니엔루(青年路)에서 주택가쪽으로 시야를 돌리면 한국인에게 반가운 한글이 적힌 건물이 눈에 띕니다. 바로 ‘타이베이 한국학교(台北韓國學校)’입니다. 타이베이에서 유일하게 한글을 주 언어로 아이들을 교육하는 타이베이 한국학교는 저희 Rti 한국어방송에서도 보도를 통해 여러차례 소개해드린 바 있는데요. 한국학교는 타이베이시에서 광복절, 한글날 등 대한민국의 주요 공휴일 행사를 치루는 상징적인 장소입니다. 올해 8월 15일 제78주년 대한민국 광복절 행사가 이곳 타이베이 한국학교 대강당에서 열렸고요.(20230815 보도) 한글날에는 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글사랑 글짓기대회’를 주최해 학생들의 작품을 낭독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20201009 보도) 5년 전인 2018년 5월에는 타이완에서 독립운동을 하다 숨진 조명하 의사 의거 90주년 기념식 행사도 타이베이한국학교에서 거행되었습니다. 이 날 행사에서 재학생들이 무대에서 장구 장단에 맞춰 정선아리랑 노래를 부르는 영상을 Rti 한국어방송 유튜브나 보도를 통해 확인하셨을텐데요. (보도)
“한국인의 정체성과 자긍심, 바른 인성과 창의성을 지닌 글로벌 인재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한국학교는 타이베이에서 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을 운영하면서 태권도와 국악도 방과 후 활동을 통해 가르치고 있습니다. 부모 중 한명이 한국 국적이면 입학이 가능한대요. 현재 교무부장으로 재직중인 김형오 선생님은 “1961년에 설립된 타이베이 한국학교는 전 세계에 있는 한국학교 중 역사가 가장 오래된 학교에 속한다”며 학교의 역사를 자랑할만 하다고 소개합니다. 그러나 “한국 기업에서 파견 나오신 가정은 아이를 미국학교 등 영어를 사용하는 국제학교에 보내고 싶어하고 한국과 타이완 국제결혼 가정은 일반 대만 공립학교 보내고 싶어해서 한국학교는 후순위이거나 미국학교 등 국제학교에 정원이 차 대기해야할 때 잠깐 다니는 임시학교 개념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다”며 타이베이에서 한국학교를 운영하는 데 겪는 어려움을 토로하셨습니다.
타이베이 한국학교. - 사진: Rti 한국어방송 백조미
현재 타이베이 한국학교의 재학생 수는 유치원 과정부터 초등학교 6학년까지 총 55명입니다. 전교생 55명이라는 작은 규모로 학교를 운영해가고 있지만 학생들 한명 한명에게 한국 고유의 언어와 문화를 가르치려는 선생님들의 열정은 여느 학교보다 높습니다. 특히 학교는 방과 후 수업으로 학생들에게 사물놀이를 가르치는데 학교에서는 사물놀이 악기인 징과 꽹과리는 2대, 북과 장구는 15대씩 보유하고 있으며, 악기의 훼손이 있을 경우 방학 시간을 빌러 선생님들이 한국에 다녀올 때 수리하는 등 한국 전통악기를 구하기 어려운 환경에서도 수고하시는 선생님들의 열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시먼과 용산사에 가려져 보지 못했던 타이베이시 완화취의 새로운 모습, 청년공원과 바로 그 옆 타이베이 한국학교를 통해 그리셨길 바라며, 엔딩곡으로는 아리랑을 띄워드립니다. 이 아리랑에는 한국 사람도 한국 악기도 없습니다. 우만(Wu Man)은 중국 전통악기 비파를, 루이스 콘테(Luis Conte)는 쿠바 전통악기를 그리고 다니엘 호(Daniel Ho)는 하와이 전통 기타를 갖고 아리랑을 연주하는데요. 다른 나라의 전통악기로 연주하는 아리랑 한 번 들어보시죠.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