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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정치대학교 다셴도서관(達賢圖書館)

  • 2023.02.22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국립정치대학교 다셴도서관 옆에는 작은 호수가 있어 전경에 운치를 더한다. - 사진: Rti 한국어방송 서승임

오늘 소개하는 타이베이의 도시 풍경은 국립정치대학교의 신축 도서관인 바로 다셴도서관(達賢圖書館) 입니다. 국립정치대학교(國立政治大學, National Chengchi University)는 타이베이시의 가장 남동쪽에 위치해있어 신타이베이(新台北)시와 경계를 마주하는 원산취(文山區) 무자(木柵) 지역에 있습니다. 타이베이 지하철 노선 중 가장 오래된 노선이자 유일하게 무인운행으로 지상을 달리는 갈색선의 종착역인 타이베이 동물원이나 무자역에서 멀지 않습니다. 캠퍼스 뒷쪽엔 높은 산이 지키고 있고 앞쪽에는 징메이(景美) 강이 흘러 어디서든 쉽게 자연 경관을 마주할 수 있는 것이 정치대의 가장 큰 장점이죠. 타이베이 도심에서는 조금 거리가 있지만, 그럼에도 공부하는 대학생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갖고 있습니다. 

지난 Rti 한국어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국립정치대학교 관련 내용을 여러차례 소개한 바 있는데요. 정대는 특히 Rti 한국어 방송과 특별한 인연이 많은 학교입니다. 진옥순, 안우산 아나운서의 출신학교이기도 하고요, 타이완에 처음 온 제가 1학기 교환학생을 했던 곳이기도 합니다. 국립정치대학교는 한국의 이화여자대학교와 민국 98년(2009) 6월 교환학생 학교로 체결했습니다. 현재까지 체결한 한국의 대학교 총 27개 학교 중 13번째입니다. 체결된 바로 이듬해인 2010년 가을학기 저는 교환학생 프로그램을 통해 국립정치대학교를 처음 방문해 타이완 캠퍼스 생활을 즐겁에 보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 옆 징메이강변에서는 친구들과 고기를 구워 먹거나, 연말연초에 불꽃놀이를 하기도 했고요. 높은 산 지형의 캠퍼스 가장 정상에 위치한 기숙사에 머물면서 아래로 내려다 보이는 타이베이 전경을 감상했던 기억도 또렷이 납니다. 정치대학교 화어문교중심(華語文教學中心, Chinese Language Center)에서 프랑스, 독일, 일본, 미국 등 각 나라에서 온 친구들과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했던 열정, 학교 정문 앞 스타벅스 카페에서 타이완 친구들과 커피를 마시며 나누었던 대화 등, 6개월도 안되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정대 캠퍼스에서 보낸 시간만큼은 제게 매우 특별했습니다. 게다가 제가 머물렀던 2010년은 민국 100주년인 2011년을 앞둔 해로, 민국 100년이라는 특별한 시기에 타이완에 있을 수 있다는 것도 뜻깊다고 생각했었죠.

불과 몇 년 전 정대 도서관이 새로운 부지에 신축되었다는 소식을 안우산 아나운서로부터 들은 저는 잊고 있었던 십 여 년 전의 추억을 잠시 되뇌이며 조심스럽게 정대 캠퍼스로 향했습니다. 제 기억 속 정대 도서관은 대형 유기견들의 안식처였습니다. 과거 정대 도서관 앞에는 작은 광장이 있었는데, 이 곳에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몸집이 제법 큰 유기견들이 세상 편한 표정으로 쉬고 있었죠. 그 때 한국의 유기견들과는 달리 편안함과 여유가 있는 타이완의 개들을 보며 타이베이 시민들의 인품을 다시금 되새기기도 했습니다. 13년이 지나 다시 들어간 구 도서관 건물 앞에는 더 이상 유기견들은 보이지 않더군요. 건물 앞 빨간 글씨로 써있는 ‘중정도서관’(中正圖書館)이란 글자만 또렷이 남은 채 사람들도 자주 드나들지 않는 구 건물이 되어있었습니다. 

한편, 메인 캠퍼스에서 도보로 약 5분 거리에 있는 즈난 캠퍼스(指南校區)로 향했습니다. 10여 년 전에는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곳이죠. 알고보니 국방부 소속 군영지였다고 합니다. 몇 발자국 걸어가니 넓은 평원 부지에 노출 콘크리트 자재의 건축물이 한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정대 신축 도서관인 다셴도서관의 본관입니다. 연두빛 잔디 밭과 사이사이 산책할 수 있는 돌 길 위로 우뚝 솟은 건물이 장관입니다. 특히 건축물 자체가 매우 아름다워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건축물과 그 주변 자연을  감상했습니다. 돌 길을 따라 조금만 들어가니 도서관만 있을 줄 알았던 그 곳에는 작은 호수도 하나 있더군요. 호숫가를 돌며 도서관 뒷편으로 향하니 도서관 메인 건물 뒤로 2층 짜리 작은 건물이 호수 바로 위에 자리하고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마침 자율 학습실인 이 건물의 주변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조용하고 푸른 나무와 호수를 바라볼 수 있습니다. 집중과 몰입을 다해 공부하다 물멍을 때릴 수 있는 환경이라니, 현재 재학 중인 정치대 학생들이 참 부럽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국립정치대학교 다셴도서관 본관 건물의 전경. 노출 콘크리트 자재를 사용한 지상 8층짜리 건축물이 아름답다. - 사진: Rti 한국어 방송 서승임
국립정치대학교 다셴도서관 본관 건물. 노출 콘크리트 자재를 사용한 지상 8층짜리 건축물이 아름답다. - 사진: Rti 한국어 방송 서승임

건축물의 미학과 주변 경관과의 조화가 일품인 국립정치대학교의 다셴도서관(達賢圖書館)은 2019년에 완공되어 2020년 2월 25일 정식 개관했습니다. 마침 개관 일자가 코로나가 막 시작할 때 즘이었으니, 한동안은 야간에만 개방하기도 했다네요. 말그대로 갓 신축된 이 도서관은 앞서 설명드렸다시피 노출 콘크리드 자재의 건축 설계와 작은 호수를 끼고 있는 위치 등으로 현재 “타이완에서 가장 아름다운 대학교 도서관”으로 불린다고 합니다. 이 수식어가 전혀 무색하지 않을 만큼 정말로 아름다운 곳입니다. 

2010년 중화민국 행정원이 캠퍼스 인근의 국방부 소속 군사지역을 정치대학에 할양해 캠퍼스로 개발 할 수 있게 하면서 여기에 도서관 신축 계획을 포함시킨게 시작이었다고 합니다. 완공되자, 과거 정치대 기업관리학과 주임 교수 및 공공 기업 행정 연구소 부주임을 맡은 스투다셴(司徒達賢, 1948-) 기업 정책 관리 학자의 이름을 따서 다셴도서관이라고 이름을 지었고요. 앞서 설명드린 메인 건물은 지하 2층과 지상 8층의 건축물 그 안은 마치 한국 코엑스의 별마당도서관처럼 고층의 책꽂이가 높은 천장 위까지 솟아 있는 것도 장관입니다.  

메인 건물에 다다르기 직전 우뚝 솟은 한 그루의 큰 나무가 눈에 띕니다. 그 나무 주변으로 고대 그리스 시대 광장인 아고라와 같이 반원 모양의 계단이 있어 젊은 학생들이 자유롭게 의사발언하고 토론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 놓기도 했습니다. 취업난과 경제위기로 처음으로 부모세대보다 가난하게 살게 되는 전세계의 젊은 세대들, 꿈을 이루기 보다는 점점 먹고 사는 일이 쉽지 않아지는 세상을 맞닥드려야하는 젊은 청년들에게 주요 도시의 대학 캠퍼스가 해야하는 역할이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봅니다. 

엔딩음악으로 타이완 인디 밴드 헬로 니코(Hello Nico)의 '꽃'(花)을 들려드립니다. 헬로 니코의 메인 보컬인 잔위팅(詹宇庭) 1977년부터 국립정치대학교에서 매년 열리는 타이완 대학 청년들의 음악 축제, 골든멜로디상(政大金旋獎 NCCU Golden Melody Award)에서 2010년 1등과 최고의 작곡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타이완 최초로 외국어대학을 설립하고, 올해로 40주년을 맞는 대학 음악제를 이어가고 있는 국립정치대학교. 신축된 도서관 주변으로 위기 속에서도 또 다른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질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었습니다. 

-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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