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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궈 주말 꽃시장과 사계귤 나무

  • 2023.01.18
어반 스케쳐스 타이베이
1월 첫째 주 젠궈 주말 꽃시장(建國假日花市)에서 판매한 사계귤 나무(四季金桔) - 사진: Rti 한국어방송 서승임

안녕하세요.  타이베이의 도시 풍경을 생동감 넘치게 소개하는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의 진행자 서승임입니다. 서울에 있는 양재 꽃시장이나 고속터미널 꽃시장을 갈 때면 늘 저를 멈칫하게 만드는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영업시간인데요. 영업시간이 자정 전후께나 시작해 다음 날 정오 즈음에 끝나버려서 주말 오전이 아니면 사실상 가기가 쉽지 않았죠. 서울의 꽃 도매시장이 새벽과 아침시간에만 운영하는 반면, 타이베이에 있는 젠궈 주말 꽃시장(建國假日花市)은 주말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 열어서 일반 사람들도 부담없이 들를 수 있습니다. 매주 주말 꽃시장이 열리는 시간이면 그 주변은 사람들로 북적입니다. 신이루 3단(信義路三段)과 젠궈난루 1단(建國南路一段) 교차로에 위치하고 있는 꽃시장은 젠궈고가도로(建國高架道路)  아래에서 열리는 주말장으로, 같은 공간이 평일에는 공용주차장이었다 주말이 되면 꽃시장으로 변신합니다. 

1월 첫째 주 주말 정오 무렵도 여느 주말처럼 꽃시장은 사람들로 가득하더군요. 8차선 도로인 신이루를 건너는 신호등이 동시에 켜지면 맞은편 다안삼림공원(大安森林公園)에 있던 사람들과 꽃시장에서 막 장을 마치고 온 사람들이 한꺼번에 횡단보도를 건넙니다. 공원에서 길을 건너 고가 밑에 위치한 꽃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양옆으로 점포들이 늘어서 있고 가운데는 우측통행을 하며 점포들을 구경하는 사람들로 가득합니다. 사람들의 머리 위 고가도로 하단에 써있는 12, 13 같은 숫자는 주차구역을 가리키는 숫자로 이 곳이 평일에 공용주차장이라는 걸 보여주죠. 

말이 꽃시장이지 꽃시장은 꽃 외에도 각종 제철 묘목과 다육식물, 유리꽃병이나 자기 화분, 분갈이에 필요한 각종 용품들까지 취급하고 있어 볼거리가 다양합니다. 타이베이에 온지 얼마되지 않아 처음 꽃시장에 갔었을 때만 해도 판매하는 꽃과 식물이 한국에서 보던 종과는 차이가 있어서 많이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학교 캠퍼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꽃시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얼마나 기뻤던지요. 게다가 학교에서 꽃시장을 가는 길에는 타이베이에서 가장 큰 공원인 다안삼림공원이 있어 주말에 산책하기도 무척 좋았습니다. 그 이후로 저는 젠궈 꽃시장의 숨어있는 단골 손님이 되었고, 여유가 생기면 일부러 시간을 내서 꽃시장까지 걸어 가곤 했습니다. 

1월 첫째 주 젠궈 주말 꽃시장의 주인공은 바로 사계귤 나무(四季金桔)였습니다. 작지만 두껍고 단단한 진녹색 잎이 하늘을 향해 솟아있고, 잎 사이사이에는 잘익은 샛노란색부터 설익은 연두색까지 다양한 색깔의 사계귤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습니다. 허리춤에 못미치는 작은 키의 사계귤 나무는 동남아가 원산지인데, 햇빛만 잘 쐬어주면 초보자도 키우기 쉬운데다가 나무가 내뿜은 은은한 향이 매력적이어서 가정에서 분재로 가꿀 수 있는 나무라고 해요. 특히 열매가 달리기 전 흰색 꽃이 필 때의 향기가 아주 그윽하고 하네요. 타이완에서 사계귤인 ‘金桔’는 ‘四季吉祥(사계절 언제나 길하다.)’ ‘吉祥如意(상서롭고 뜻하는 바와 같이 되다.)’ 등 복과 행운을 상징합니다. 특히 요즘같이 쌀쌀한 겨울 따뜻한 사계귤차를 내려 마시면 몸을 따뜻하게 해주기도 하죠. 그래서 매년 돌아오는 춘절(春節, 한국의 구정)에 타이완 사람들은 가정에 이 나무를 들여놓고 한 해의 행운과 부를 기원하는 문화가 있다고 해요. 꽃시장에 사계귤 묘목이 괜히 많은 게 아니었죠. 아열대 시트러스의 일종인 사계귤 나무는 최근 10년 사이에 한국에서도 ‘유자를 뜻하는 일본어 ‘유즈’에서 따와 ‘유주나무’라고 불리면서 가정 내에서 원예용으로 많이 가꾸기 시작했다고 해요. 

사계귤 묘목을 파는 여러 점포들 사이로 시장의 다른 한켠에 눈에 띄는 또 다른 특이한 식물이 있었습니다. 바로 ‘空氣鳳梨’ 인데요. 한국에서는 ‘틸란시아’라고 불리는 ‘空氣鳳梨’는 아메리카 대륙 중남부 사막이 원산지인 식물로, 한국에서도 걸어 놓을 수 있는 ‘행잉플랜트(공중식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뾰족한 잎모양이 마치 수염같아서 ‘수염 틸란시아’라고도 불리는 데다가, 잎의 질감은 알로에처럼 단단하고, 하얀 솜털인 트리콤이 잎 구석구석 나있기도 합니다. 타이완이나 한국과 같은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식물의 형상을 갖고 있죠. 공기정화 기능이 탁월해서 ‘공기(空氣)’ 라는 표현이 있는 건 이해하겠는데, 파인애플을 의미하는 ‘펑리’(鳳梨)는 왜 붙은 건지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 틸란시아라는 종이 실제로 파인애플과 먼친척 관계라고 합니다. 그제서야 틸란시아의 잎 모양이 파인애플 잎과 매우 유사하다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틸란시아의 종류가 이렇게나 많은지 이곳 젠궈 주말 꽃시장에서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실제로는 650종이 넘는다고 합니다.) 흙 없이도 자랄 수 있어서 천장에 걸어 놓을 수 있는 편리함 때문에 공간을 차지하지 않으면서도 공기까지 정화시켜주는 기능이 있어 실내에서 키우기 좋은 원예 식물입니다. 그래서인지 타이완에서도 10여년 전부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식물이라고 해요. 특히 추운날씨에 취약한 틸란시아는 타이완에서 키우기 보다 적합하죠.

키가 큰 묘목부터 한 송이 꽃까지, 젠궈 주말 꽃시장에서 필요한 식물들을 양손에 가득 들고 횡단보도를 기다리는 타이완 사람들의 표정에는 활기가 느껴졌습니다. 가정이든, 직장이든, 아니면 직접 운영하는 가게에서든 식물을 직접 사서 손수 키우는 일은 많은 정성과 노력이 필요하죠. 꽃과 화분으로 자신의 생활공간을 풍성하게 가꿀 수 있는 여유와 아량이 있어서 일까요. 타이베이의 그 어느 곳보다 젠궈 주말 꽃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는 활기와 건강함이 느껴집니다. 손바닥 크기의 작은 도자기 화병과 그고에 담을 꽃 몇 송이를 골라 집으로 돌아가는 저의 발걸음도 가벼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꽃시장에서 산 꽃 송이의 가지를 고르게 잘라 새로 산 화병 안에 쏙 넣어두니, 자기 특유의 자연스러운 토양색과 국화꽃 특유의 짙은 빨강과 노랑색이 잘 어우러져 보여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지하철 홍색선 다안삼림공원역에서 6번 출구에서 멀지 않은 젠궈 주말 꽃시장, 타이베이 사람들이 애정하는 식물들과 한국과는 확연히 다른 다양한 자기 등을 구경할 수 있는 도매 꽃시장입니다. 

오늘의 엔딩곡은 수휘룬(蘇慧倫)의 'lemon tree'  입니다. 1995년 독일의 풀스 가든(fool's garden)이라는 밴드가 부른 은 한국에서도 가수 박혜경이 번안해서 부른 바 있는데요. 타이완에서는 원곡이 발매되고 바로 이듬해인 96년에 수휘룬이 번안해서 불렀네요.

구정인 춘절을 맞아 곡과 행운을 가져다주는 사계귤 나무를 들여다 놓는 타이완 사람들처럼 다가오는 설, 의미있는 꽃이나 화분 하나 들여놓는 건 어떨까요?  

지금까지 <어반 스케처스 타이베이>의 서승임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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