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5년의 첫날을 청취자 여러분들과 함께할 수 있어 정말 영광입니다. 2024년의 마지막 밤은 어떻게 보내셨나요? 떠들썩한 새해맞이 행사가 끝나고 2025년 푸른 뱀의 해를 여는 것은 총통부 신정 국기게양식이었습니다. ‘메이드 인 타이완, 미래를 향해(台灣智造 邁向未來)’라는 제목으로 올해 국기게양식은 과학기술을 주제로 타이완의 경제발전과 기술력을 선보였습니다. 게양식에 참석한 라이칭더(賴清德) 총통과 샤오메이친(蕭美琴) 부총통은 오전 9시부터 춘련(春聯)과 돈 봉투인 홍바오다이(紅包袋)를 증정해 국민들의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2025 신정 국기게양식에 참석한 라이칭더 총통과 샤오메이친 부총통 - 사진: CNA
총통부와 타이완 국민간식 ‘과이과이(乖乖)’가 협업한 한정판 과자도 화제인데요. 과이과이는 브랜드 이름이 ‘말 잘 듣는다’는 뜻으로 타이완 사회에서 행운의 부적으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코코넛 맛의 과이과이 과자는 그린라이트와 비슷한 초록색으로 포장되어 있어 기계 또는 행사장에 올려놓으면 모든 것을 원활하게 하는 기능이 있는 것으로 여겨집니다. TSMC를 비롯한 IT업부터 RTI 방송국 같은 미디어까지 타이완의 모든 산업에서 과이과이를 볼 수 있습니다. 신정 선물로 선보인 이번 총통부 과이과이는 총통부뿐만 아니라, 타이완의 고유종인 타이완흑곰, 타이완원숭이, 타이완꽃사슴, 파랑까치, 타이완의 대표 음식 버블티와 닭튀김인 지파이(雞排) 등 타이완 요소를 포장에 담아 소장 가치가 높습니다.
2025년 신정 한정판 총통부 과이과이 - 사진: Rti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총통부 전시회에 맞춰 타이완 민주주의 발전과 타이완 만화에 관한 행사가 게양식이 끝난 후 총통부에서 펼쳐졌습니다. 우선 하루종일 지속된 총통부 마켓에서는 타이완 사회운동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민주 음식’ 소시지 구이와 행인차가 판매되어 마치 한국 5.18 민주화운동의 주먹밥처럼 선열들의 정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볼거리와 먹거리가 많은 마켓 외에 오전에는 타이완 만화에 큰 기여를 한 애니메이션 영화 <또또와 유령친구들(魔法阿媽)>의 방영과 왕샤오디(王小棣) 감독의 강연, 오후에는 2024 타이완 만화대상인 금만장(金漫獎)의 대상 수상자 롼광민(阮光民) 만화가의 강연, 그리고 타이완 시민운동 노래에 관한 미국인 음악연구가 쉬루이카이(徐睿楷, Eric Scheihagen)의 강연이 열렸습니다.
민주주의와 만화 관련 행사뿐만 아니라 총통부 건축을 주제로 한 강연도 인기였는데요. 건축학자 링중퀘이(凌宗魁)는 강연에서 105년 역사를 자랑하는 총통부의 이야기를 들려줬습니다. 사실 지난 2019년 총통부 준공 100주년을 맞아 남다른 관점에서 총통부의 역사를 재해석한 전시회가 열린 바 있습니다. 그 해 총통부를 설계한 건축사 모리야마 마쓰노케(森山松之助)의 손자도 개막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럼 <랜드마크 원정대> 2025년의 첫 번째 시간에는 타이완 총통부의 이야기로 새해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총통부의 과거 ⏳️
1919년 세워진 총통부는 일본 식민지 시대 타이완의 최고 행정기관인 타이완 총독부였습니다. 1895년 청일전쟁이 끝난 후 일본 정부는 청나라 건물에 타이완 총독부를 설치했고, 1900년대에 들어서야 새 건물을 짓기로 했습니다. 총독부는 일본인 건축가를 대상으로 공모전을 열어 7명의 후보를 선정했습니다. 오랜 심의 끝에 도쿄역과 유사한 나가노 우헤이지(長野宇平治)의 디자인이 선정되었는데, 총독부의 권위성을 강화하기 위해 앞서 언급한 모리야마 마쓰노케의 수정을 거쳐 건물 중앙의 탑을 6층 높이에서 11층 높이로 수정했습니다. 이는 독일 베를린의 붉은 시청사와 유사한 양식으로, 독일 문화가 일본을 통해 타이완에 들어왔다는 방증입니다.
1923년의 타이완 총독부 - 사진: 총통부
총독부는 60미터 높이의 탑이 가장 눈에 띕니다. 그러나 실용성보다 상징성이 더 커 당시 많은 타이완들이 ‘바보 탑’이라고 놀렸습니다. 이에 링중퀘이도 탑의 유일한 기능은 사다리를 타고 깃발을 게양하는 것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추가로 탑을 제외한 나머지 부분은 5층 건물로 당시 타이완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었습니다.
총독부의 위치와 하늘에서 바라본 모양에 대해서도 여러 설이 존재하는데요. 하늘에서 본 건물이 ‘일(日) 자’가 된 것은 일본 정권을 상징한다거나, 건물이 동쪽을 향한 이유를 해가 뜨는 곳으로 해석하는 등 다양한 추측이 있습니다. 이에 링중퀘이는 일자의 구조는 공간을 구분하고 공기 유통과 일조 등을 위한 것이라며, 도시계획 차원에서 총독부가 향한 곳은 훗날 개발된 타이베이 동부지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웅장한 총독부는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5년에 미군의 폭격을 맞아 크게 파괴되었습니다. 이듬해 장제스 총통 60세 생신을 맞아 타이완 현지 인사들이 기부를 통해 복원작업을 추진했습니다. 1948년 완공 후 장제스의 생신을 축하한다는 뜻의 ‘제서우관(介壽館)’으로 개명해 같은 해 타이완박람회의 행사장이 되었습니다. 제서우관 앞 도로도 ‘제서우루(介壽路)’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그러나 1949년 중화민국의 타이완 이전과 함께 오늘날의 총통부가 되었죠.
1945년 미군의 폭격을 당한 타이완 총독부 - 사진: 총통부
총통부의 현재 ⌛️
서울 광화문 광장처럼 총통부 앞에 있는 제서우루, 즉 현 카이다거란 대도(凱達格蘭大道)는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시위 장소인데요. 이 도로는 어떻게 총통 권력의 상징에서 자유와 민주의 중심지로 탈바꿈했을까요? 1949년 타이완 계엄령이 선포된 후부터, 제서우루는 줄곧 중화민국 국력을 과시하는 정치적 장소였는데, 1989년 타이완 독립운동가 잔이화(詹益樺)의 분신 사건을 발단으로 변화가 생겼습니다. 당시 잔이화는 표현의 자유를 쟁취하기 위해 같은 해 분신 자살한 정난룽(鄭南榕)의 영향을 받아 정난룽의 장례식 당일에 총통부 앞에서 분신 자살했습니다. 이 사건 때문에 사회운동가들은 총통부의 공간 사용권 쟁취에 나서 다양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습니다. 오랜 노력 끝에 타이베이시장으로 당선된 천수이볜(陳水扁) 전 총통은 1994년부터 총통부 앞 광장의 사용권을 국민에 부여하고, 1996년 제서우루를 타이베이 원주민 카이다거란족(凱達格蘭族)을 기념하는 카이다거란 대로로 개칭했습니다. 이로부터 카이다거란 대로는 정당을 가리지 않고 중요한 시위 장소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천수이볜 전 총통은 2006년 정식으로 제서우관을 ‘총통부’로 이름을 바꿨는데, 이로써 총통부와 주변 공간은 비로소 국민의 총통부와 국민의 광장이 되었습니다.
2025년 푸른 뱀의 해는 희망찬 국기게양식을 시작으로, 한 해 동안 좋은 일만 가득하기를 바랍니다. 엔딩곡으로 카이다거란 대로에서 7년간 원주민운동을 벌인 원주민 가수 바나이(巴奈) ‘박쥐(夜婆Iā-Pô)’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溫貴香,「總統府元旦升旗典禮後 正副總統發2025春聯紅包袋」,中央社。
2. 「府100」 副總統:歡迎大家參觀總統府建築百年特展,總統府。
3. 汪宜儒,「對談凌宗魁:百年總統府與那些八卦的產地」,中央社。
4. 洪健倫,「誰是台灣的主人:總統府與府前空間的演變流轉」,中央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