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메리 크리스마스! 온 세상이 하얗게 물드는 크리스마스가 또다시 찾아왔습니다. 최근 잇따른 한파로 타이완 전역의 온도가 10도로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겨울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주말 동짓날을 맞아 집집마다 동그란 ‘탕위안(湯圓)’을 팥국에 넣고 끓이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달달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추운 크리스마스에 속을 따뜻하게 하려면 타이완의 동지 전통음식인 탕위안이 좋은 선택인데요. 찹쌀로 동그랗게 빚어진 떡에 땅콩, 깨, 초콜릿, 말차, 밀크티, 고기 등 다양한 소를 넣어 만들어 개인 취향에 맞게 맛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요즘 크리스마스와 접목해 산타클로스 모양의 탕위안이 출시되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사실 마트나 전통 디저트 가게만 가면 동짓날 말고도 언제든지 탕위안을 먹을 수 있습니다.
산타클로스 모양의 탕위안 - 사진: BAO BABIES
수도권 크리스마스 랜드 🧑🎄
타이완은 한국만큼 춥지는 않지만 습도가 높고 실내에 난방이 되지 않아 한겨울의 추위를 생각보다 견디기가 힘듭니다. 특히 비가 오는 날이면 체감온도가 10도 이하로 떨어져 하루종일 이불 속에만 있고 싶을 정도로 춥습니다. 그래도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놓쳐서는 안되죠! 최근 몇년간 타이완 도시마다 반짝이고 화려한 크리스마스 장식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수도권에는 타이완 최대 크리스마스 축제인 신베이 반차오 크리스마스 랜드(新北板橋耶誕城), 타이베이 신이구(信義區)의 크리스마스 마을, 타이베이 중산구(中山區)의 크리스마스 마켓 등이 대표적인 스팟입니다. 이 중 신이구의 크리스마스 마을은 각 백화점이 마련한 크리스마스 트리와 조형물, 조명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테마가 각각 다르지만 마치 대형 진저브레드 하우스에 있는 듯 쇼핑하면서 짙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신광미츠코시(新光三越) 백화점 앞에 있는 커다란 크리스마스 트리 주변에서는 매일 오후 4시부터 10시반까지, 15분마다 라이팅 쇼와 눈꽃 쇼가 진행되어 있으며, 타이베이 시내를 새하얀 판타지 세계로 장식합니다.
신베이 반차오 크리스마스 랜드 - 사진: 안우산
가오슝의 크리스마스 ⛄
남부 가오슝(高雄)도 온통 크리스마스 풍경입니다. 지하철로 쉽게 도착할 수 있는 ‘드림몰(夢時代百貨)’, 센트럴파크(中央公園), 한신백화점(漢神巨蛋百貨), 차오야다오 아울렛(草衙道) 등 번화가에서는 다양한 크리스마스 이벤트가 마련되어 있어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낼 수 있습니다. 이 가운데 센트럴파크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페스티벌(高雄聖誕生活節)은 타이완 남부 최대의 크리스마스 축제로, 26미터 높이의 트리와 아름다운 리이팅 터널이 비교적 따뜻한 가오슝에 추운 기운을 안겨줬습니다. 타이완의 크리스마스 행사는 대부분 신정까지 지속되어 크리스마스 이후에도 즐길 수 있으니 연말에 타이완 여행 계획이 있다면 타이완식 크리스마스를 체험해 보세요!
가오슝 센트럴파크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 사진: 안우산
12월 25일은 크리스마스가 아니라고? 😲
글로벌화로 인해 이제 크리스마스는 종교를 넘어 세계적인 명절로 자리잡았지만, 크리스마스 문화가 타이완에 뿌리 내리기 전에 12월 25일은 타이완의 제헌절인데요. 이는 우연이 아닌 의도된 겁니다. 제2차 국공내전 기간에 중화민국 정부는 입헌 정치를 추진하기 위해 ‘제헌국민대회’를 소집해 <중화민국헌법> 초안을 작성하고, 1946년 12월 25일 삼독(三讀, 입법시 마지막 검토 절차) 통과시킨 후 이듬해 12월 25일 정식 시행을 선언했습니다.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난 쑹메이링(宋美齡) 영부인의 영향으로 불교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장제스(蔣介石) 전 총통은 종교적 의미를 가진 12월 25일을 중화민국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헌법의 제정과 시행을 기념하여 2000년까지는 공휴일이었으나 2001년부터 실시된 주5일 근무제도 때문에 공휴일에서 제외되었습니다. 하지만 일부 기업과 기독교, 천주교 학교는 이날에 여전히 하루 쉽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 문화가 타이완 사회에 스며들면서 제헌절은 점차 잊혀지고 있습니다. 가오슝에는 ‘헌정로(憲政路)’가 있지만 도로명에만 그치고 관련 기념시설이나 행사는 없으며, 오히려 타이베이에 위치한 국부기념관에서 헌법을 주제로 한 전시나 행사가 비교적 많습니다. 1966년 중화민국 국부 쑨원(孫文)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국부기념관은 문화, 예술, 체육, 휴식 등 다양한 기능을 겸비한 복합문화공간이자 타이베이의 중요한 랜드마크입니다. 1월 1일 신정, 10월 10일 중화민국 국경일, 11월 12일 쑨원의 탄생기념일 등 국가기념일 관련 행사는 물론, 타이완 3대 시상식인 영화대상 금마장(金馬獎), 음악대상 금곡장(金曲獎), 텔레비전 대상 금종장(金鐘獎)을 비롯한 문화에술 행사도 이곳에서 열립니다. 하지만 기술적 한계로 인해 최근 몇년간 3대 시상식은 타이베이 아레나 또는 타이베이뮤직센터와 같은 신흥 행사장에서 개최되는데, 이를 개선하기 위해 국부기념관은 지난 2월 말부터 리모델링에 들어가 오는 2026년 재개관할 예정입니다.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국부기념관 - 사진: 문화부
웅장한 국부기념관 🏛
국부기념관의 필수 코스하면 위병 교대식을 빼놓을 수 없죠. 웅장한 쑹원 동상 앞에 멋진 위병들이 일렬로 서서 총을 능숙하게 돌리며 힘과 미의 균형을 이루는 퍼포먼스가 포인트입니다. 이러한 장엄함은 위병들의 획일적인 움직임에서 비롯된 것 외에도, 공간 자체가 큰 역할을 하는데요. 타이완 유명 건축가 왕다홍(王大閎)이 설계한 국부기념관은 높이 30.4m, 한 변당 길이 100m의 사각형 건물로, 14개의 회색 기둥이 커다란 노란색 지붕을 지탱하고 중국 전통문화와 현대주의의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타이베이 한가운데 위치해 있지만 사방은 축구장 10개 크기의 공원으로 둘러싸여 있어 벅적벅적한 도시와 선명한 대조가 됩니다. 지난해 정월대보름 전후에 열린 타이완 등불축제가 중산공원이라 불리는 이곳에서 열려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국부기념관 주변 공원에서 열리는 2023 타이완 등불축제 - 사진: 안우산
국부기념관은 백화점이 즐비한 신의구 상권, 담배공장이었던 송산문화단지(松山文創園區), 외성인 마을인 ‘권촌(眷村)’이었던 ‘쓰쓰난춘(四四南村, 사사남촌)’과 인접해 있어 반나절 여행에 적합한 곳입니다. 또한 타이베이101가 바로 옆에 있어 101빌딩의 포토스팟이자 해마다 열리는 새해맞이 불꽃놀이의 좋은 구경 장소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개관한 타이베이 돔도 국부기념관 맞은편에 있는데, 야구 경기나 콘서트를 보러 타이베이를 방문한다면 국부기념관도 함께 구경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쓰쓰난춘에서 보는 타이베이101- 사진: 안우산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2024년도 벌써 6일만 남아 있네요. 청취자 여러분의 2024년은 어떠셨나요? 오는 2025년에는 좋은 일들만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다시 한번 메리 크리스마스! 그리고 미리 해피뉴이어!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