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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공원④] 타이난의 절반이 바다였다고? 타이장(台江)국립공원 🐬

  • 2024.12.18
랜드마크 원정대
홍수림으로 둘러싸여 ‘그린 터널’이라 불리는 쓰차오호(四草湖) - 사진: 타이장국립공원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과거 방송과 RTI 한국어 재개 4주년 라이브 방송에서 여러 차례 언급했듯이, 올해는 타이난 성(城) 건립 400주년, 즉 네덜란드인이 타이난에 ‘질란디아 요새(熱蘭遮城)’를 세운 지 400년이 되는 해인데요. 400년 전인 1624년, 중국과 무역하기 위한 네덜란드인은 명나라에 밀려 원래 거점이었던 펑후(澎湖)섬을 포기하고 타이난으로 건너왔습니다. 바닷가에 질란드아 요새와 상업구역(현 안핑 라오제 安平老街)을 건설한 후, 질란드아 요새와 ‘타이장 내해(臺江內海)’를 사이에 두고 마주한 곳에 또 다른 요새인 ‘프로방시아(Fort Provintia, 현 츠칸러우 赤崁樓)’를 세웠습니다. 이를 계기로 타이완은 세계무대에 등장해 전략적 가치가 높은 동아시아의 관문으로 떠올랐습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인이 그린 타이난 지도 - 사진: https://www.twmemory.org/?p=6137

하지만 1624년의 의미는 여기에 그치지 않습니다. 이 해는 네덜란드인을 물리친 정씨왕국의 초대 국왕인 정성공(鄭成功)의 생년이기도 합니다. 정성공은 1661년 타이난의 해안 지역인 루얼먼(鹿耳門)을 통해 타이장 내해에 진입해 타이난 시내에 있는 프로방시아를 점령한 뒤, 질란디아 요새를 정복해 네덜란드인의 지배를 끝냈습니다. 올해로 정성공 탄생 400주년을 맞아 지난 10월 5일 타이난 루얼먼에 ‘정성공 상륙 기념비’가 세워졌습니다. 제막식에 참석한 쉬티엔차이(許添財) 전 타이난 시정은 기념비가 정성공이 타이완해협을 건너 네덜란드인을 퇴격한 역사를 재현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기념비가 위치한 루얼동네(鹿耳社區)의 발전협회는 정성공의 상륙을 시작으로 타이완 한족 정권의 서막이 열렸다며, 기념비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루얼먼에 세워진 정성공 상륙 기념비 - 사진: CNA


축구장 43,000개 크기의 타이장 내해 💧

사실 정성공이 통과한 타이장 내해는 청나라 시대부터 토사 퇴적으로 대부분 육지나 습지, 양어장, 염전으로 변했고, 현재는 ‘타이완판 아마존 강’이라 불리는 ‘쓰차오호(四草湖)’, 타이완 최대 석호인 ‘치구석호(七股潟湖)’, 그리고 안핑항(安平港)이 된 ‘쿤선호(鯤鯓湖)’ 등 호수만 남아 있습니다. 지금 위치로는 타이난의 대표 먹자거리인 ‘궈화제(國華街)’와 341년 역사를 지닌 ‘타이난마주묘(大天后宮)’가 위치한 번화가가 모두 물바다였습니다. 

축구장 약 43,000개 크기의 타이장 내해는 사주와 사취에 의해 타이완해협과 공간적으로 분리된 석호로, 타이난의 도시 변화를 지켜봤는데요. 타이장 내해 일대의 역사적, 자연적 가치에 감안해 앞서 언급한 쉬티엔차이 전 타이난 시정은 국립공원 설립에 대한 정견을 제시해 적극 추진했습니다. 이는 타이완에서 중앙정부가 아닌 지방정부가 주도하는 유일한 국립공원입니다. 2009년 중앙정부의 심의를 거쳐 ‘타이장’이라는 이름으로 정식 설립되었습니다.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타이난시와 타이난현(縣)을 합쳐 직할시로 승격하는 안건이 통과되어 겹경사를 맞았습니다. 오늘 청취자 여러분과 함께 떠나는 타이완의 여덟 번째 국립공원은 바로 타이난의 타이장국립공원입니다!

미개발 자연지역으로 구성된 대부분 국립공원과 달리, 타이장국립공원은 타이완 최초의 도시형 국립공원입니다. 북쪽은 장쥔(將軍)의 칭산어항(青山漁港), 동쪽은 치구석호, 남쪽은 옌수이강(鹽水溪), 서쪽은 해안사주를 경계로 타이난의 대부분 연해 지역을 포함하며, 육지를 제외한 주변 해역도 국립공원의 범위입니다. 축구장으로 치면, 약 56,000개로 타이장 내해보다 훨씬 더 큽니다.


일몰 명소인 치구 석호 - 사진: 관광서


타이완판 아마존 강 🚣‍♂

사주, 석호, 습지 등 특수한 지형 외에 국립공원 내에 자라는 홍수림(紅樹林, 맹그로브 숲)도 중요한 상징인데요. 앞서 언급한 타이장 내해의 유적지인 쓰차오호는 홍수림으로 둘러싸여 ‘그린 터널’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관광객들은 배를 타고 그린 터널을 유유히 돌아다니며, 아마존 강 못지않은 풍경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쓰차오호는 중요한 습지 보호지역으로, 다양한 철새와 수생생물이 서식하며, 타이완 생태관광의 인기 명소이자 미식, 유적지 이외 타이난의 또 다른 필수 코스입니다. 특히 6월 꽃 시즌마다 흰 꽃이 만개해 화이트 터널로 탈바꿈하는 것이 장관입니다.

황홀한 타이난 바닷가의 분위기를 청취자 여러분께 전해 드리기 위해, 타이난의 역사를 담은 타이완어 노래 ‘안핑추상곡(安平追想曲)’을 띄워드립니다. 1951년 발표된 이 노래는 네덜란드인 아버지와 타이완인 어머니를 둔 고아가 안핑항에서 사랑하는 사람의 귀환을 기대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시대상을 잘 반영한다는 점에서 타이난의 대표곡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자연경관이 타이장국립공원의 잔디밭이라면, 인문풍경은 꽃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토사가 쌓이면서 타이장 내해의 대부분 지역은 경제 목적의 염전 또는 양어장으로 개발되어 타이난의 특별한 풍경이 되었습니다. 이 중 소금으로 유명한 치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소금 생산을 중단했지만, 관광지로 전환되어 타이완 소금 산업의 랜드마크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추가로 염전이 많이 있는 지역은 국립공원에 포함되지 않고, 치구석호만 포함됩니다. 국립공원은 아니지만 함께 구경할 것을 추천드립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이제 많은 염전과 양어장이 휴경 상태에 놓였고, 습지와 같은 조류와 어류의 천국으로 탈바꿈했습니다. 이 중 타이난 마스코트로 자주 쓰이는 철새인 저어새(黑面琵鷺)는 매년 10월부터 다음해 5월까지 한반도와 중국 북부지역에서 타이완, 홍콩, 베트남, 필리핀 등 따뜻한 지역으로 옮겨 월동합니다. 2014년 관련 조사에 따르면, 전 세계 2,725마리 저어새 중 절반에 가까운 1,246마리가 타이난에서 겨울을 보냈다고 합니다. 타이난의 마스코트가 될 만한 동물이죠. 앞서 소개한 쓰차오호와 치구 석호는 저어새의 겨울 서식지로, 국립공원의 중요한 자연보호지역입니다.


겨울마다 타이난에 와서 월동하는 저어새 - 사진: CNA


펑후 외해의 작은 섬들 🏝️

타이장국립공원에 이어 타이완의 아홉 번째 국립공원인 ‘펑후 남방사도(澎湖南方四島) 국립공원’이 지난 2014년 설립되었습니다. 지난주 소개한 둥사환자오(東沙環礁)와 함께 타이완 양대 해양 국립공원으로, 타이완섬 서쪽에 있는 외딴섬 펑후 주변의 작은 섬들을 포함합니다(펑후 본섬 미포함). 접근이 어렵고 거의 무인도와 다를 바 없는 섬들이어서 원시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일반인에게 개방하지 않는 둥사환자오국립공원과 달리, 펑호 본섬에서 배를 타고 섬들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풍부한 산호초와  흑색의 분출 화산암인 ‘현무암(玄武岩)’이 특징입니다.


현무암(玄武岩) 절벽 - 사진: 해양국가공원관리처

지난 몇 주 동안 타이완의 아홉 개 국립공원을 살펴보았는데, 이 외에도 지룽(基隆) 외해에 위치,  펑자위(彭佳嶼), 몐화위(棉花嶼), 화핑위(花瓶嶼)를 포함한 ‘북방 삼도(北方三島)’는 열 번째 국립공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요. 동중국해에 위치하기 때문에 ‘둥하이(동해)국립공원’이라는 이름이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무인도인 북방 삼도에는 기상관측과 생태보호시설만 있고, 방문하려면 사전 허락을 받은 후 지룽항에서 배로 갈 수 있습니다.

다양한 자연풍경을 자랑하는 타이완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느끼려면, 국립공원이 좋은 시작입니다. 다음에 타이완 국립공원 투어를 떠나는 건 어떠세요?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榮祥,「台南建城400年 鹿耳社區設立鄭成功登陸紀念碑」,中央社。
2. 「以前臺南的西門路竟然是港口?進市區還需要划船?台江內海的神秘傳說!EP3」,不良歷史教科書。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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