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이란(宜蘭)역 앞에 있는 지미(幾米)공원을 소개해 드렸는데 사실 이란 지역 중 승객이 가장 많은 기차역은 이란역이 아닌 뤄동(羅東)역입니다. 타이완 철도관리국에 따르면 2022년 뤄동역의 일평균 승하차 인원수는 6,900명으로 이란역보다 800명이 더 많습니다. 이란의 중심으로 불리는 뤄동에는 다양한 관광명소가 있어 주말마다 항상 인파로 붐빕니다. 오늘은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 있는 뤄동 여행 코스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이제 뤄동의 여행지 베스트 4를 향해 함께 떠나볼까요?
BEST1- 뤄동문화공장(羅東文化工場)
뤄동의 대표적인 문화공간 뤄동문화공장(羅東文化工場) - 사진: 이란 박물관 패밀리
첫 번째 여행지는 뤄동 시내를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는 뤄동문화공장(羅東文化工場)입니다. 지역 간의 문화발전을 균형 있게 촉진한다는 취지에서 설립된 이 곳은 2012년 타이완 최대 영화 시상식 금마장(金馬獎)의 개최지입니다. 이는 금마장이 최초로 이란에 열린 것으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또한 지난주 소개해 드렸던 지미공원의 건축사 황성위안(黃聲遠)은 과거 뤄동의 경제발전에 큰 기여를 했던 임업을 기념하기 위해 목재가공장의 컨셉으로 이 곳을 디자인했습니다. 산책로에 따라 공중에 떠 있는 스카이 갤러리로 올라가면 아름다운 뤄동을 내려다볼 수 있습니다.
문화예술공간으로 널리 사용되는 이 곳은 부정기적으로 각양각색의 전시회, 예술 활동, 공연 이벤트를 선보이며 넓고 개방적인 야외공간에는 스케이트 보드 수업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1층에는 매우 아늑한 카페가 있는데 여기서 카페 한 잔을 시켜놓고 멍때리면서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만약 배가 조금 고프면 이란의 특산물 산싱(三星)파가 들어가 있는 레전드 샤오롱바오 가게(正常鮮肉小籠湯包)가 바로 근처에 있습니다.
뤄동문화공장(羅東文化工場) 1층에 있는 아늑한 카페 - 사진: 안우산
BEST2- 뤄동임업문화단지(羅東林業文化園區)
뤄동의 임업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두 번째 관광명소 ‘뤄동임업문화단지(羅東林業文化園區)’는 좋은 선택입니다. 이 곳은 과거 타이완 가장 큰 목재 집산지인 타이핑산(太平山) 목재산업단지였고 2009년에 자연휴양림이 되었습니다. 모든 전시관이 옛 건물을 개조해 만든 것으로, 당시 임업의 작업 방식과 생산 기구를 재현했습니다. 임업 발전 초기에는 시냇물을 이용해 목재를 운반했는데 이는 목재를 쉽게 손상시킬 수 있으므로 후기에는 철도를 부설해 기차로 운반했습니다. 현재 단지에서 목재를 운반했던 증기 기관차가 전시되어 있으며 식당으로 개조된 기차 안에 식사할 수도 있습니다. 단지의 가장 핫한 곳은 목재를 저장했던 저목지인데요. 생태공원으로 변모된 저목지는 아름다운 해돋이와 옆에 있는 뤄동역을 지나는 기차를 관람할 수 있습니다.
BEST3- 뤄동스포츠공원(羅東運動公園)
타이완 인기 드라마 <상견니(想見你)>의 찰영지 '뤄동스포츠공원(羅東運動公園)' - 사진: 상견니 페이스북
다음으로 타이완 드라마 <상견니(想見你)>의 촬영지 ‘뤄동스포츠공원(羅東運動公園)’으로 이동합시다. 남여주인공이 항상 큰 나무 밑에 앉아 있는 장면은 바로 여기서 촬영했습니다. 매년 11월부터 1월까지 수많은 낙우송이 공원을 주황색으로 물들여 화려한 경치를 만들어냅니다. 산책, 운동, 소풍, 휴식, 데이트… 이란인의 일상 모두 뤄동스포츠공원에 펼쳐집니다.
BEST4- 뤄동야시장(羅東夜市)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녔더니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나지요. 뤄동하면 미식의 대명사인 뤄동야시장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2010년 지룽먀오커우(基隆廟口)야시장과 함께 타이완 가장 좋은 야시장으로 선정된 뤄동야시장에는 가오자(糕渣), 부러우(卜肉), 야상(鴨賞), 산싱파, 이촨신(一串心), 땅콩 아이스크림(花生捲冰淇淋) 등 다야한 이란 특유의 향토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이란 지역의 특색요리 가오자(糕渣)와 부러우(卜肉) - 사진: 샤오춘 가오자 부러우 페이스북
우유튀김과 비슷한 식감을 갖고 있는 가오자는 중화민국 총통부가 주최한 국가 연회에서 등장한 바 있습니다. 잘게 썬 돼지고기와 새우에 옥수수 가루, 밀가루를 섞어 닭육수에 넣고 고기 젤리로 만든 후 녹말가루를 묻혀 튀기면 완성됩니다. 겉은 바삭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한입 물면 육즙이 쫙 나와서 화상을 입지 않도록 조심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재미있는 전설 하나가 있는데요. 19세기 제1차 아편 전쟁 후 미국과 중국이 첫 번째 불평등 조약을 체결했을 때 불만을 품었던 중국 대표가 미국 대표를 다치게 하려고 일부러 뜨거운 가오자를 준비했다고 합니다.
다음에 부러우는 길고 얇게 썬 돼지고기를 튀기는 요리입니다. 부러우의 ‘부’자는 하카어 중 ‘튀김’을 의미하고 돼지고기를 야체로 대체하면 부차이(卜菜), 즉 야채튀김이 됩니다. 과거 타이완 곳곳에 자주 등장했던 제사음식인 부러우는 가오자처럼 이란에만 볼 수 있는 요리가 아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사라지고 현재는 폐쇄적인 지형조건을 지닌 이란에만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이란 최고의 토산물 야상(鴨賞) - 사진: 허마마 야상 가게
이어서 야상(鴨賞)은 오리고기를 소금에 절이고 건조시켜 숯과 사탕수수로 황금빛이 날 때까지 훈제하는 요리입니다. 물자가 부족했던 농업사회에서 야상은 매우 고급적인 명절선물이었고 현재는 이란의 가장 대표적인 토산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이란의 음식점에서 야상이 들어간 요리를 시킬 수 있고 예를 들자면 마늘종야상볶음, 야상토스트, 야상피자, 그리고 이란의 또 다른 특산물 산싱파와 함께 만들어진 타이완식 파전, 야상 총요우빙(蔥油餅)입니다.
손전홍 아나운서님께서 <랜선 미식회>에서 산싱파를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요. 좋은 수질 덕분에 산싱파의 맛은 비교적 달고 맵지 않습니다. 이로 인해 이란 지역의 파요리가 굉장히 유명하고 가장 대표적인 것은 앞에 언급한 산싱파 총요우빙과 산싱파 샤오롱바오입니다. 뿐만 아니라 직접 파밭에 가서 파를 뽑고 총요우빙을 만드는 체험 이벤트도 많이 있습니다.
유부꼬치 이촨신(一串心) - 사진: 위키백과
땅콩 아이스크림(花生捲冰淇淋) - 사진: icook
후식으로는 유부꼬치 이촨신과 땅콩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이촨신은 유부에 돼지고기, 소시지나 내장을 넣고 마늘, 부추, 고수 등을 얹어 꼬치에 꽂는 요리입니다. 개인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식재료와 소스를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땅콩 아이스크림은 촉촉한 타이완식 전병 룬빙(潤餅)에 아이스크림, 달콤한 땅콩가루와 고수를 넣고 말아서 만든 간식입니다. 현재 다른 지역의 야시장에도 자주 볼 수 있지만 이란에서 유래한 특색요리입니다. 2018년 중화민국 국경일 경축회에서 파라과이 대통령 내외가 먹어서 칭찬을 했던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타이완 서부 지역과 전혀 다른 자연경관, 문화, 역사, 그리고 군침 돌게 하는 미식들을 지닌 이란은 여행하기에 매우 좋은 목적지입니다. 이란 시리즈의 마지막 회로 이란의 특유한 타이완어를 소개해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란에 가실 때 이란인의 타이완어 억양과 단어를 유의하시면 새로운 발견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어서 제 이란 친구가 타이완어로 직접 녹음한 파일을 띄어드리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羅東文化工場,宜蘭縣政府。
2. 羅東林業文化園區,台灣山林悠遊網。
3. 羅東運東公園,交通部觀光局。
4. 羅東夜市,羅東鎮公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