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약 10년 전 전세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대형 고무 오리 조형물 ‘러버 덕(Rubber Duck)’이 지난 14일 타이완 지룽항(基隆港)에서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시민들은 귀여운 러버 덕이 다시 지룽을 찾아온 것이 아닌가 추측했지만, 알고 보니 한 타이완 회사가 홍콩의 의뢰를 받아 제작한 것이고 앞으로 홍콩에서 전시할 예정이라고 해당 회사 책임자가 설명했습니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네덜란드의 설치 미술가인 플로렌타인 호프만(Florentijn Hofman)이 제작한 러버 덕은 타이완 가오슝, 타오위안, 지룽에 잇달아 전시되었으며 5개월 만에 총 818만 명의 관람객을 넘어선 바 있습니다. 호프만은 지구라는 욕조에서 유유히 헤엄치는 노란 오리를 통해 “우리는 서로가 필요하다”는 개념을 전달하고 순수한 어린 시절의 기억을 환기시키기 위해서 라고 언급했습니다. 러버 덕은 2007년부터 2016년까지 10년 간 세계 17개국을 방문했지만 사실 그 이전에 다른 고무 오리들은 이미 세계여행을 했었습니다.
1992년 홍콩에서 미국으로 출발한 한 화물선이 폭풍우를 만나 오리, 거북이, 비버 등 동물 모양의 장난감을 실었던 컨테이너를 바다에 빠뜨렸는데요. 그 후 고무 오리들은 해류를 타고 하와이, 인도네시아, 호주, 칠레, 아이스랜드, 영국까지 거의 지구 한바퀴를 돌았습니다. 이 사건을 지켜보던 미국 학자 커티스 에비스메이어(Curtis Ebbesmeyer)가 오리의 여행을 추적해 해류 모의프로그램을 통해 성공적으로 오리의 도착시간 및 위치를 예측했습니다. 귀여움이 넘치는 오리들 덕분에 해류 연구는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타이완의 해류 또는 해양연구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으려면 지룽의 해양과학기술박물관(國立海洋科技博物館, 이하 해과관)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타이완 국립중산대학교(國立中山大學) 팡리싱(方力行) 교수에 따르면 해양박물관 하면 과거 타이완에는 주로 관광이나 과학보급을 위한 아쿠아리움과 해양 관련 자료 및 전시품을 소장하는 전통박물관으로 나뉘었는데 1991년 타이완 남부에 위치하는 핑둥 해양생물박물관(國立海洋生物博物館)이 최초로 위의 두 가지 기능을 하나로 결합했습니다. 그러나 해양 생물과 과학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결여된 상태이었는데 2014년 개관한 지룽 해양과학기술박물관은 타이완 해양 연구 중에 이 큰 공백을 채웠습니다.
지룽 해과관은 전세계 첫 번째 해양과학, 해양생태, 현지문화를 융합한 박물관으로, ‘대학도시’와 비슷한 ‘박물관 도시’ 개념에 기초해 지룽 전체의 발전을 이끌려고 합니다. 또한 일치시기 때 지어진 ‘북부화력발전소(北部火力發電廠)’에서 국가급 박물관으로 탈바꿈한 해과관은 국내 최초로 미국 뉴육 건축협회의 디자인 대상을 수상한 박물관입니다.
해과관은 지난주 소개해 드린 지룽 허핑섬(和平島)과 마주하고 있는 바더우쯔(八斗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바더우쯔는 원래 허핑섬과 같은 섬이었는데 1937년 발전소 공사 때문에 간척을 통해 지룽과 연결되었습니다. 과거 어업과 광업이 발달되었던 바더우쯔는 발전소의 설립으로 인해 더욱 발전되었고 현재는 더 이상 석탄을 채취하지 않지만 해과관과 해변공원 덕분에 지룽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부상했습니다.
태평양의 아름다움과 신비로움을 담고 있는 해과관에는 수산과학, 해양문화, 해양과학, 해양환경, 심해생물, 선박 및 해양공정, 지룽 이야기, 어린이박물관 등 8개 상설전시가 있으며 8K 시네마인 해양 극장 및 풍부한 해안경치와 지우펀(九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차오징(潮境)공원이 있습니다. 하루종일 관람해도 모자랄 정도로 바다의 신비로운 베일을 벗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장소죠.
해과관 홈페이지에 해과관이 직접 출판한 계간지 《차오징(潮境)》을 열람할 수 있는데 다음으로 창간호에 수록된 해녀의 이야기를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한국이나 일본 청취자시면 해녀는 낯설지 않은 직업이죠. 해녀 이야기를 다루는 한국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와 일본 드라마 <아마짱>만큼 《차오징》 잡지는 해녀 문화를 알리는 데 힘썼습니다.
타이완의 해녀는 주로 지룽과 이란(宜蘭)을 비롯한 동북지역 및 타이완섬 서쪽에 있는 외딴섬 펑후(澎湖)에 집중합니다. 대부분 타이완 해녀는 해녀를 본업이 아닌 부업으로 간주하며 여성위주지만 남성 해녀도 존재합니다. 타이완 동북지역의 해녀 문화는 일반적으로 일치시기 때 류큐에서 온 어민이 도입한 것으로 여겨지는데 당시 지룽 해녀들은 지룽수산주식회사로부터 허가증을 받아야 바닷속에 들어가 우뭇가사리, 성게, 전복 등 해산물을 채취할 수 있었습니다.
이 중 매년 4월부터 7월까지 제철에 나는 우뭇가사리는 해녀들의 중요한 수입원이고 끓여서 식히면 젤리처럼 쫀득쫀득한 우무로 만들 수 있습니다. 레몬주스나 꿀물에 우무를 넣으면 열량이 낮고 더위를 식히는 다이어트 식품이 바로 완성됩니다. 과거 타이완의 우뭇가사리는 주로 일본으로 수출했고 현재는 내수와 중국시장을 위주로 합니다. 그러나 우뭇가사리의 생산량이 해마다 줄어들고 해녀의 뒤를 이을 사람이 없어짐에 따라 멀지 않은 미래에 우무는 사라질 수도 있습니다.
해과관 바로 옆에 작은 어촌에서 10살부터 바다 밑에서 일해온 해녀들은 아무리 젊어도 50이 넘었습니다. 곧 사라질 해녀 문화에 대해 한 50년차 베테랑 해녀는 “해녀는 큰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고 일 자체가 힘들고 위험해요. 지금 남자들은 대부분 일을 바꿨고 여자들은 시집가서 다른 일을 하게 되었어요. 저는 여기에 살고 있으니 계속 할 거예요.”라며 해녀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을 토로했습니다.
소중한 해녀 문화를 되살리기 위해 일부 지룽 청년들은 고향 허핑섬이나 바더우쯔에 돌아와 해녀 문화 체험 이벤트를 개최합니다. 뿐만 아니라 저렴한 길거리 음식으로 여기던 우무를 지룽의 토산물로 만들고 여름에만 생산할 수 있다는 한계를 극복해 사시장철 항상 먹을 수 있는 우무젤리를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타이완의 해녀 문화는 제주도처럼 유네스코 문화재로 지정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이 아름다운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죠.
지룽 해과관은 타이완 동북지역의 특유한 자연경관과 풍부한 해양자원을 갖고 있어 타이완 해양교육 및 연구의 요지가 되었습니다. 지구 최초의 생명체는 깊은 바다에서 탄생했다는 주장만큼 바다는 무궁무진한 생명을 생육해주는 대지의 어머니입니다. 해양 오염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현시점에서 인류는 높은 경의를 갖고 바다를 잘 수호해야 합니다.
청취자 여러분, 해양 환경에 관심이 있으시면 지룽 해양과학기술박물관을 추천드립니다. 그럼 지룽 시리즈는 여기까지 잠시 멈추겠습니다. 다음주부터는 지룽과 같이 해녀 문화를 보유하는 이란으로 이동할 예정입니다.
엔딩곡으로 지룽의 분위기를 잘 살리는 노래 ‘항도야우(港都夜雨)’를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항도하면 많은 사람은 지룽과 비견되는 가오슝이 먼저 생각나는데 해당 노래는 작곡가 양싼랑(楊三郎)이 지룽주재 미군을 접대하는 구락부에서 비를 보면서 창작한 곡입니다. 가수는 쟝훼이(江蕙)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