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봄이 다가오고 있네요. 요즘 타이완 날씨가 날로 따뜻해지고 있지만 10도 안팎의 일교차 때문에 감기를 조심해야 합니다. 이런한 전형적인 봄 날씨를 가리키는 타이완어 속담 하나가 있는데 바로 春天後母面입니다. 더웠다 추웠다 하는 봄 날씨는 마치 새엄마의 기분처럼 변화무쌍하다는 뜻입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야기 속에 등장한 새엄마들은 대부분 변덕스럽고 까다로운 이미지로 묘사되어 봄 날씨의 대명사가 되었습니다. 물론 성평등 측면에서 여성을 차별하는 것을 부인할 수 없는데 여전히 속담을 통해 옛날 사람들의 생각을 살짝 엿볼 수 있습니다.
날씨 외에 또 어떤 것은 봄기운을 가져오고 있을까요? 바로 온 산을 오색찬란하게 물들여 낭만적인 경치를 만든 봄꽃입니다. 타이완의 대표적 봄꽃이라면 2-3월에 피는 벚꽃, 3-4월에 피는 알로카시아, 4-5월에 피는 유동나무의 꽃 등이 꼽힐 수 있는데요. 그 중 벚꽃은 한국이나 일본처럼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없지만 연분홍색, 도홍색, 하얀색 등 다양한 색깔이 있어 화려하고 아름다운 풍경을 실컷 볼 수 있습니다.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랜드마크는 바로 신베이시의 벚꽃놀이 명소 우라이(烏來 Ulay)입니다.
신베이시 최남단에 위치하는 산간 지역 우라이는 신베이시에서 면적이 가장 크고 인구밀도가 가장 낮는 구(區)입니다. 대부분 주민은 타이완의 원주민 타이야족(泰雅族)인데 신베이시 다른 구와 달리 지방자치권이 부여되어 독립적인 구청 및 구민대표단이 있습니다. 또한 우라이란 명칭은 우라이의 특산물 온천에서 유래한 것입니다. 300년 전 타이야족들이 사냥하다 우연히 우라이에 도착했는데 골짜기에서 나온 뜨끈뜨끈한 물, 즉 오늘의 온천을 보고 ‘물이 뜨거워 조심해야 한다(Kiluh-ulay)’고 외쳤습니다. 타이야족어 중 우라이(ulay)라는 단어가 온천을 의미하며 타이야족의 정착에 따라 자연스럽게 지명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타이베이시와 가까운 우라이는 벚꽃놀이, 온천여행, 그리고 타이야족 문화로 유명해 관광업이 매우 발달합니다.
우라이의 벚꽃은 주로 산벚꽃인데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연분홍색 솜사탕이 나뭇가지에 흩뿌려져 있는 듯하고, 가까이서 보면 종 모양의 꽃잎은 정교하면서도 사랑스럽습니다. 또한 만발하는 산벚꽃 옆에 타이완 북부 지역 중 가장 큰 높낮이 차이를 가지고 있는 폭포가 있는데요. 강우량이 많을 때마다 폭포는 두 갈래로 쏟아져 내리며 웅장한 경치를 선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벚꽃 나무를 오르락내리락하는 새들의 모습도 놓칠 수 없죠. 우라이에서 벚꽃놀이를 하면서 폭포와 새를 동시에 구경할 수 있으며 분홍빛이 가득차는 봄날만의 낭만을 마음껏 즐길 수 있습니다.
타이완 북부 지역 중 가장 큰 높낮이 차이를 가지고 있는 우라이 폭포 - 사진: 신베이시 정부 관광여행국
한편 타이야족에 대해 자세하게 알아보고 싶으면 ‘우라이 타이야 민족 박물관’은 가볼 만한 곳입니다. 관광업의 발전이 큰 인파를 끌어모았으나 타이야족의 생활과 문화에 큰 충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소중한 타이야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유지 인사들이 박물관 설립을 적극 촉진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2005년 타이야족 박물관이 정식 개관했습니다.
박물관에서 타이야족의 독특한 전통풍습에 관한 전시품이 많이 진열되어 있고 박물관 대문, 기둥, 벽도 타이야족의 편직 토템으로 장식되어 있습니다. 사냥은 타이야족 남성의 책임이라면 편직은 타이야족 여성의 천직입니다. 글자가 없는 타이야족은 편직을 통해 조상들이 걸어온 길을 기록하며 타이야족 여성의 사회적 지위는 베를 짜는 능력에 의해 결정됩니다. 삶을 짜듯이 타이야족 여성들이 뛰어난 솜씨로 타이야 문화의 전통 토템과 현대적인 요소를 결합해 시장성이 있는 액세서리나 옷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타이야 문화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관광객들의 큰 사랑을 받기도 합니다.
타이완 원주민 타이야족(泰雅族) 문화를 전시하는 우라이 타이야 박물관 - 사진: 위키백과
과거 우라이 타이야족의 일상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던 타이처(台車)는 현재 우라이 폭포와 ‘우라이 라오제(烏來老街)’를 연결하는 관광열차가 되었습니다. 타이처는 일치시대 교통이 불편한 우라이에서 목재를 운송하기 위해 만들어진 수동 기차였는데, 목재 외에도 마을 사람을 많이 태웠고 우라이의 지하철이라고 할 수 있죠. 우라이와 신베이시 신디엔(新店)을 연결하는 ‘신우도로(新烏公路)’가 개통될 때까지 우라이의 가장 중요한 교통 수단이었습니다. 1960년대부터 임업, 목재 산업의 몰락으로 모든 사람이 즐겁게 탑승할 수 있는 꼬마 기차로 변신해 우라이의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습니다.
일치시대부터 현재까지 유구한 세월 속에서 타이야족의 역사를 담은 타이처는 우라이 변천사의 목격자입니다. 연기나고 따끈한 온천수, 우라이의 경제를 지탱해준 고목들, 하늘에서 내리는 웅장한 폭포, 봄기온을 실어오는 벚꽃……타이야족은 우라이에서 풍족하게 긴 세월을 보내며 겸손한 마음으로 그들을 이끌고 이 낙토로 온 '조령(祖靈)'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이제 우라이는 타이야족의 고향이 되었습니다.
타이야 공예품 가게와 각양각색의 먹거리가 모여있는 거리 ‘우라이 라오제’에서 타이야족의 다양한 별미를 맛볼 수 있는데요. 찹쌀을 대나무통에 넣고 찐 대나무통밥은 대나무향이 나고 쫀득쫀득하는 밥요리입니다. 먹을 때 반으로 나누는 대나무통에 붙는 밥을 파내 먹는 재미가 있습니다.
다음에는 우라이에 가면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멧돼지 소시지입니다. 우라이에서 마까오(馬告)라 불리는 산후추(山胡椒)가 매우 유면한데요. 타이야족어에서 마까오란 것은 끊임없이 생장하고 번성하는다는 의미인데 타이야족은 마까오를 향미료로 많이 사용합니다. 마까오 소지시는 그 중의 하나입니다. ‘섹시한 냄새’, ‘숲의 흑진주’, ‘조령의 맛’이라 평가되는 마까오는 생강, 레몬그라스, 후추와 같이 코를 찌르는 향기가 있습니다. 따라서 달콤한 육즙에 짜릿한 매운 맛을 추가한 마까오 소시지는 일반 소시지보다 맛이 더 강합니다. 마까오 소시지 뿐만 아니라 마까오 돼지고기볶음, 마까오 맥주, 마까오 커피, 마까오 펑리수 등 창이적 요리, 혹은 마까오 정유, 마까오 향수 등 용품도 많이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우라이 별미 마까오(馬告) 소시지 - 사진: 신베이시 정부 관광여행국
1박2일 여행지로 항상 높이 평가받는 우라이에는 아름다운 자연 경치, 온 몸이 힐링되는 온천, 특색 있고 다양한 별미, 역사가 유구한 원주민 문화 등을 한꺼번에 체험할 수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우라이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떠신가요?
엔딩곡으로 우라이 출신인 타이야족 가수 부랑·요우깐(不浪·尤幹)이 제작한 노래 ‘무지개’를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부랑·요우깐은 장후이메이(張惠妹), 왕리홍(王力宏), 동력화차(動力火車) 등 타이완 유명 가수들의 프로듀서였는데 안타깝게 2006년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타이야 신화 중 ‘무지개다리(彩虹橋)’는 영생불명의 세계로 가는 다리로 사냥에 능한 남성과 편직에 능한 여성만 무사히 통과할 수 있습니다. 가수는 타이완 원주민 파이와족(排灣族) 밴드 동력화차입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