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228 평화의 날 시리즈의 마지막 회로 오늘은 228사건을 이해하는 데 대표 역할을 맡는 타이베이 ‘228국가기념관' 및 타이완-한국 이행기 정의 경험 교류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28국가기념관이 위치하는 건물은 타이완 일치시대에 지어진 건축으로 교육보급 및 미술전시를 위해 사용되었는데, 2011년 228사건의 국가기념관으로 정식 개관했습니다. 이번 주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말씀드렸다시피 과거 타이완 최대 금기였던 228사건은 1980년대에 들어서야 수면 위로 부상했습니다. 민주화가 이루어지면서 1995년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은 국가차원에서 최초로 희생자 가족에게 사과했으며 '228사건 처리 및 보상 조례'를 반포했고 매년 2월 28일을 평화기념일로 제정했습니다. 타이완 이행기 정의의 서막은 228사건 진상규명의 발단을 따라 열렸습니다.
1987년 발포한 중화민국 계엄해제령 -사진: 안우산
228사건은 광주 518민주화운동, 제주 43사건과 같이 진상규명, 가해자에 대한 처벌, 피해자의 명예 회복 및 배상 등 이행기 정의 관련 조치가 필요한 인권침해 사건입니다. 타이완과 한국은 2차 세계 대전 후 근 반세기 동안 독재정권의 지배를 당했고 급속한 경제발전과 민주화에 성공한 만큼 매우 유사한 나라입니다. 양국은 이행기 정의를 실행하기 위해 전담기구를 설치해 지속적으로 과거사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지난 21일 오후 타이완과 한국의 이행기 정의 교류가 228국가기념관에서 펼쳐졌습니다. 한국의 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 위원장 정근식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한국 진실화해, 타이완에 어떠한 시사점?’을 주제로 한국 이행기 정의 경험에 대해 강연을 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중화민국 국사관(國史館) 관장 천이선(陳儀深), 이행기정의촉진위원회 전 위원장 대행 예홍링(葉虹靈)이 토론인으로 참여했고 지한(知韓)문화협회 집행장 주리시(朱立熙) 교수가 통역을 맡았으며 행정원 인권 및 이행기정의처(處) 처장 라이쥔자오(賴俊兆)가 진행을 맡았습니다.
정근식 교수는 우선 타이완과 한국 민주화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한국 이행기 정의의 3가지 범주, 즉 탈식민, 탈냉전, 탈권위주의를 설명했습니다. 타이완 이행기 정의가 권위주의의 인권침해에만 초점을 마추는 것에 대해 예홍링은 “타이완의 이행기 정의 발전은 228사건과 백색 테러의 진상규명에서 비롯했는데 해당 사건에 집중해 더 깊이 조사하고 철저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진행하고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다음에 정 교수는 한국과 타이완 이행기 정의의 또 하나 큰 차이점, 배상 제도에 대해 설명했습니다. 통계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관련 재판의 승소율은 85.9%지만 이러한 제도는 피해자와 유가족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는 데에 정 교수는 통합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에 예홍링은 “한국과는 반대로 타이완은 독일 나치피해자의 배상 방식을 참고해 자격에 부합하는 피해자에게 모두 배상을 제공하며 효율 측면에서 큰 장점이지만 새로운 안건 외에는 개별적인 조사를 하지 않아 진상규명 작업은 비교적 결여되다는 단점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타이완 이행기정의촉진위원회는 2018년 5월 31일 설립되었고 2022년 5월 30일 임무를 마치고 해체되었으며 현재 이행기 정의 업무는 각 부서에 배분되었습니다. 상설기구가 아닌 한국 진실화해위는 2005년부터 2010년은 1기, 2020년부터 현재까지는 2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에 정근식 교수는 한시적 기구가 이행기 정의를 제대로 이루지 못할 수 있으니 상설적 기구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고 언급했습니다. 타이완의 경우 각 부서가 책임을 지는 것에 대해 회의적으로 보고 있는 사람이 많은데 예홍링은 이는 앞으로 타이완의 큰 과제라 말했습니다.
이어서 중화민국 국사관(國史館) 관장 천이선은 “한반도 정세가 두 차례 타이완에 영향을 미쳤는데 하나는 1985년 청일 전쟁 및 시모노세키 조약으로 타이완이 일본 식민지가 된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전쟁으로 미국이 타이완에 제7함대를 파견한 것”이라며, 정근식 교수가 한국과 타이완의 역사를 총괄해 연구해야 한다는 의견을 긍정했습니다. 또한 그는 정 교수에게 이행기 정의는 어떻게 정당 간의 싸움이 되지 않느냐 질문했고, 정 교수는 타이완과 한국의 정치 문화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타이완에서 228사건과 백색테러에 관한 토론은 국민당을 가해자로, 민진당을 비롯한 세력을 피해자로 여기며 종종 이원적 대립이 되었습니다. 따라서 타이완 정당들은 제대로 대화를 전개해야 진정한 이행기정의를 이룰 수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 이행기 정의의 과제에 대해 정 교수는 아시아 국가들이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교수의 말씀과 같이 이행기정의는 한 나라의 일이 아니고 전 인류가 직면해야 하는 과제입니다. 228국가기념관에서 전개된 이번 교류는 타이완 이행기 정의 실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특히 이행기 정의 업무가 각 부서로 배분되는 현시점에서 한국의 경험을 거울삼아 타이완의 이행기 정의가 더욱 전면적이고 철저하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현재 타이완 이행기 정의는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부재하고 돈만 주고 진상규명이 충분하지 않은 등 비판이 있으며 여전히 많은 과제가 남아 있습니다. 2024년 총통 선거에 앞서 이행기 정의는 어떻게 정당 간의 싸움이 되지 않는지 잘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228국가기념관 -사진: 안우산
한편 현재 228국가기념관에서 228사건 경과를 소개하는 상설전시 외에 타이완 원주민과 228사건에 관한 전시가 있습니다. 기념관측이 한국어 가이드를 제공하고 있으니 청취자 여러분께서 타이완 이행기 정의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 싶으시면 매우 추천드립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