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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잠든 용이 있었던 타이난 중정상가 ‘중국성(中國城)’

  • 2023.01.11
랜드마크 원정대
2009년 타이난 중국성 - 사진: 위키백과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주 타이난여고 ‘딩야오탸오 나무’에 이어 오늘은 타이난의 또 다른 랜드마크를 소개해 드릴 겁니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타이완을 국경을 봉쇄함에 따라 국민들이 해외여행 대신 국내여행을 많이 떠났는데요. 그 중 인기 떡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타이난의 관광객 수가 현저히 증가하고 있고 2022년 관광객만족도조사에 따르면 타이난은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인파가 물결 치는 것과 다르게 제 기억 속의 타이난은 아주 조용하고 현지인만 있었던 도시였습니다.

우리 집은 타이난에서 역사가 가장 오래된 상가인 중정상가(中正商圈)에 있는데요. 중정상가는 중정로(中正路)를 중심으로 상업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지칭합니다. 청나라 시절에 항구였던 이 지역은 우탸오깡(五條港)이라 불리다가 일본 통치 시대에 들어 점점 퇴적되어 화물터미널과 어시장이 되었습니다. 이때부터 중정상가의 중심상업지역은 타이난의 첫 번째 백화점인 린 백화점(林百貨)이 위치하는 스에히로쵸우(末廣町)로 이동되었습니다. 당시 스에히로쵸우는 타이완의 긴자(銀座)라고 칭송되기도 했습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랜드마크는 바로 중정상가의 정점을 찍었던 중국성(中國城)입니다. 1983년에 스타처럼 등장한 중국성은 타이베이 101의 건축사 리주우안(李祖原)이 디자인한 지상 11층, 지하 2층의 중국풍 주상복합건물입니다. 중국성은 영화관, 실내 스케이트장, 지하 푸드코트 등 다양하고 당시 최신 유행한 시설로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많은 인파를 끌어들였습니다. 가오슝 출신이고 집은 타이난과 더 가까운 제 어머님은 당시 방과 후 항상 친구와 함께 기차를 타고 중국성으로 놀러 가덨 기억이 지금까지도 생생하게 떠올랐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1993년 중국성 주변에 있는 도로 하이안로(海安路) 공사가 진행되면서 중국성도 몰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재미있는 전설이 있고 제 또래친구들이 모두 들어본 적이 있는데요. 첫 번째는 유령선의 전설입니다. 당시 타이중에서 여러 차례의 화재가 발생했고 하늘에 사람을 태우는 유령선이 나타났다고 했습니다. 그 유령선에 자리 100 개가 있는데 모든 자리를 다 채워야 출발할 수 있어 사람을 잡으러 타이난 중국성에 갔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바로 그 유령선 때문에 중국성의 활기가 사라졌습니다. 두 번째는 용의 전설입니다. 타이완에서 새 건물을 짓기 전에 풍수지리를 확인하는 것은 예사입니다. 중국성의 땅 밑에서 깊이 잠든 용이 있어 풍수지리가 완벽한 위치라고 했는데 하이안로 공사로 인해 원래 완벽한 풍수지리가 파괴되어 중국성을 수호한 용도 날아갔다고 했습니다. 한 창 인파로 붐볐던 중국성은 전설처럼 점점 폐허와 법률의 사각 지대가 되어 많은 사고가 발생하면서 결국 안타깝게 전성기를 끝냈습니다.

2002년에 하이안로 공사가 드디어 완성되었지만 원래 지하상가로 계획된 이 곳은 투자 유치에 실패해 모기만 있는 장소를 뜻하는 ‘모기관(蚊子館)’이라는 조롱을 받았고 중국성도 중정상가를 대표하는 랜드마크에서 ‘도시의 암’으로 추락했습니다. 2010년대에 들어서야 하이안로 지하상가는 지하주차장으로 변경되고 2016년 중국성도 철거되었습니다. 바로 하이안로 공사 때문에 중정상가는 큰 기복을 껶었습니다. 1996년 출생한 저는 마침 중정상가가 가장 어두운 시절에 자라서 지금 타이난 관광산업의 성과에 대해 정말로 놀랍니다. 

타이난시장 4명이 거의 20년에 걸쳐 드디어 중정상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습니다. 2020년 미국 경제 잡지 《포브스》로부터 ‘가장 기대되는 세계 7대 공원 개조안'으로 선정된 허러광장(河樂廣場)은 과거 중국성의 위치에서 열렸습니다. 허러광장의 명칭은 투표 이벤트를 통해 확정되었는데 시민들이 원하는 명칭을 제안할 수 있고 투표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저 어머님도 명칭 제안을 하셨는데 아쉽게 떨어졌지만 시민의 참여를 통해 생기가 없었던 중국성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허러광장의 ‘허러’는 근처에 있는 도로의 명칭에서 유래하고 화목하고 즐겁다는 의미가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영어 명칭 ‘더스프링(The Spring)’은 따뜻한 봄의 이미지를 통해 추운 겨울에 버티고 나서 드디어 일어난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허러광장의 낮과 밤 - 사진: 타이난시정부 관광여행국 

한편 허러광장의 건축사는 네덜란드인입니다. 17세기 네덜란드인은 타이난에서 질란디아 요새(熱蘭遮城)와 츠칸러우(赤崁樓) 등 유적을 남겼고 300년 후 그들이 타이완의 도시 재생에 참여하는 것은 매우 유의미합니다. 담당 건축사는 타이난의 역사에서 영감을 받아 중국성의 일부 구조를 복도로 활용하고 우탸오깡을 재현하기 위해 친수공원으로 디자인했다고 밝혔습니다. 허러광장 안에 이 지역의 역사전시가 있고 청나라 때 활발한 항구 우탸오깡부터 일본 통치 시대의 어시장과 그 후의 중국성까지 허러광장은 중정상가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잘 연결해 주는 장소가 됩니다.

허러광장 옆에 일본 통치 시대의 어시장 유적지가 있는데요. 원래 계획에 따르면 해당 어시장은 철거되기로 결정되었는데 다행이 지방 인사의 노력으로 ‘바다의 보물'이라는 새로운 모습으로 재출발하게 되었습니다. 바다의 보물은 어시장의 벽을 남기고 금색 조각으로 당시의 어민과 어휙을 재현합니다. 밤이 되면 조명을 켜자 땅에 비친 바다의 보물의 그림자에서 어획을 품은 어민이 웃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허러광장에서도 여러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 물결이 빛에 반짝이는 장면은 그림처럼 아름답습니다. 

허러광장와 어시장 유적지가 타이난의 새로운 핫플레이스로 부상되면서 중정상가도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데요. 특히 허러광장은 친수공원이다 보니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든 사람이 여기에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웃으면서 물놀이를 하는 아이, 밤의 그윽한 분위기에 취한 커플, 중국성을 추억하는 노부부…각양각색의 사람이 이 자리에 다시 모여드는 모습을 보고 전설에서 날아간 그 용도 다시 돌아오겠죠.

허러광장 옆에 있었던 어시장 유적지 '바다의 보물' - 사진: 타이난시정부 관광여행국 

도시 발전으로 많은 건물이 사라지고 있는데요. ‘고도’라고 불리는 타이난은 허러광장처럼의 방식으로 유적지와 새로운 건축이 공존공영할 수 있도록 도시 재생을 실행했습니다. 비록 하이안로 공사로 중국성의 몰락을 초래했지만 정부는 여전히 이 지역의 부흥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습니다. 허러광장 뿐만 아니라, 현재 하이안로에서도 설치미술 작품과 특색 있는 술집으로 환골탈태했습니다. 지금의 중정상가는 이미 어둠 속에서 벗어나고 활기차는 필수 방문지로 변신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지금 타이완 국경이 이미 개방되었으니 타이난 여행을 떠나는 것은 어떠신가요? 마지막으로 타이완 최대 음악시상식인 금곡장(金曲獎)에서 타이완말 최우수 남가수상을 수상한 시에밍요우(謝銘祐)가 우탸오깡을 주제로 제작한 곡 ‘우탸오깡 옆에(五條港邊)'을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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