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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아이콘, 딩야오탸오(丁窈窕)의 나무

  • 2023.01.04
랜드마크 원정대
타이난여고에 있는 '딩야오탸오(丁窈窕)의 나무' - 사진 : 타이난여고학우회

타이완 곳곳에 랜드마크를 찾아 현지인만 아는 이야기를 알려드리는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입니다. 이제부터 가이드북을 버리세요! <랜드마크 원정대>를 따라 타이완 여행을 즐깁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랜드마크 원정대>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보통 타이완 랜드마크를 예기할 때 아마 많은 분이 타이베이 101처럼 웅장한 고층건물을 먼저 떠올르시죠? <랜드마크 원정대> 시간에서는 이미 알려져 있는 뻔한 랜드마크 말고 타이완 현지인만 아는 랜드마크 관련 이야기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랜드마크는 저의 고향인 타이난에 있습니다. 타이난은 타이완에서 가장 일찍 개발된 도시인데 '고도'라는 수식어가 항상 붙어 있고 다양한 유적지와 길거리 음식으로 유명합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소개해 드리자면 타이난과 한국 전란도의 광주광역시는 자매도시입니다. 타이난에 '광주로(光洲路)'라는 도로가 있는 한편 광주에도 '대남대로(台南大路)'가 있습니다. 제가 광주에 갔을 때도 대남대로에서 사진을 찍은 본 적이 있었고 청취자 여러분께서 앞으로 기회가 되시면 타이난 광주로에서 사진 찍는 것은 어떠신가요?


한국 광주에 있는 대남대로 - 사진: 안우산

타이난은 518운동의 발생지인 광주처럼 독재정권 시절부터 아픔을 많이 겪어온 도시이기도 합니다. 지난 10월에 타이완 녹도재반란안(綠島再叛亂案)을 주제로 제작된 역사영화 <류마거우15호(流麻溝十五號)>는 개봉 첫주에 박스오피스 1위로 올라섰는데요. 아마 청취자 여러분은 저희 다른 프로그램에서 이 영화를 들어본 적이 있었습니다. 이 영화는 여러 명 여성 캐릭터로 1954년에 발생한 비극사건을 다룹니다. 타이완 계엄령이 해제된 지 벌써 36년이 지난 지금, 백색테러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단지 역사단어일 뿐인데 다행히도 이 영화를 통해 잊혀진 역사는 다시 그들의 눈앞에 생생하게 재현되었습니다.

영화 후반에 곧 처형되는 여성 옆에 아이가 웅웅 우는 장면이 있는데요. 이 여성은 타이난 출신인 백색테러 피해자 딩야오탸오(丁窈窕)고 오늘 소개해 드리는 랜드마크는 바로  딩야오탸오 나무입니다. 이 나무는 모교인 타이난여자고등학교(台南女中, 약칭 타이난여고)의 배구장에 있습니다. 타이난여고 학생들이 수업 사이의 10분 쉬는 시간에도 배구할 정도로 배구에 아주 열광하는데 타이난여고를 졸업한 저도 마찬가지로 항상 배구하다가 배구장 옆에 서 있는 딩야오탸오 나무 아래 쉬었습니다.

그럼 이 나무는 과연 어떻게 딩야오탸오 나무라는 이름을 얻었을까요? 우선 딩야오탸오의 일생부터 소개해 드립니다. 딩야오탸오는 졸업 후 타이난 우체국에서 근무하고 1954년 무함당해서 결국 1956년 처형되었고 꽃다운 28살에 숨이 끊어졌습니다. 백색테러 시절 때 타이완 정부는 공산당 간첩 고발을 적극 독려하기에 민심이 흉흉해지면서 억울한 사건도 빈발해졌는데 딩야오탸오는 바로 이 시대 속에 희생자입니다.

타이난 우체국에서 근무하는 동안 딩야오탸오의 지인 스수이환(施水環)은 어떤 남자의 구애를 받고 딩야오탸오가 그 남자와 거리를 두라고 건의했는데, 결국 그 남자가 원한을 품어 딩야오탸오가과 스수이환을 간첩으로 고발했습니다. 심판 당시 딩야오댜가 이미 임신해 부득이하게 감옥에서 딸을 낳았습니다. 이 아이는 바로 <류마거우15호>에서 등장한 그 웅웅 우는 어린아이입니다. 스수이환이 친언니에게 쓴 편지에서 ‘지난번 보내 달라고 했던 꽃무늬 천은 아이에게 옷을 만들려고 하는 거라 귀여운 무늬였으면 좋겠는데 혹시 조금 더 보내주실 수 있나요?’ 라는 말이 있었는데 이틀 뒤에 딩야오탸오와 스수이환은 안타깝게 처형되었습니다. 또한 어머니가 끌려간 모습을 본 딩야오탸오의 딸은 ‘우리 엄마가 나쁜사람 아니야!’라고 몇 번 외쳐봐도 어머니의 목숨을 구하지 못했습니다.


딩야오탸오(丁窈窕)와 스수이환(施水環)은 1956년 7월 24일에 처형되었다. - 사진: 타이완평화재단(新台灣和平基金會)

딩야오탸오가 세상을 떠난 후 전연인인 궈전춘(郭振純)은 1975년 타이난여고의 한 나무에서 딩야오탸오가 자신에게 부탁한 유서와 머리카락을 대신 묻어줬으며 그 후에 이 나무는 딩야오탸오 나무라는 별명으로 유명해졌습니다. 두 사람이 연애했을 때 궈전춘은 사회운동에 적극 참여하기에 딩야오탸오에게 피해를 초래할까봐 결국 딩야오탸오과 해어지자면서 혼약도 취소했고 딩야오탸오는 다른 남자와 결혼하게 되었습니다. 1953년 궈전춘은 지방 선거 시 체포됐고 다음 해 딩야오탸오도 무함으로 수감되었습니다. 

궈전춘은 1975년 대사면을 통해 드디어 자유를 되찾았으나 이와 동시에 딩야오탸오의 죽음을 뒤늦게 알게 되었습니다. 궈전춘은 전연인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딩야오탸오의 아름다운 학창시절을 기념할 수 있는 장소인 타이난여고에 가서 고인의 유품을 잘 묻어줬습니다. 그녀의 몸은 이미 사라졌지만 그녀의 정신은 영원히 이 자유로운 학교에서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2015년 궈전춘(郭振純)이 딩야오탸오(丁窈窕) 나무 아래에 타이난여고 학생에게 딩야오탸오의 아이기를 말했다. - 사진: 타이완 국가인권박물관(國家人權博物館)

시간이 흐르면서 딩야오탸오 나무는 자유의 아이콘 및 타이난여고의 랜드마크가 되어 2015년 태풍으로 인해 무너진 적이 있지만 다행히 학교측의 적극 구원을 통해 다시 흔들리지 않게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딩야오탸오 나무 뒤에 숨겨진 이야기와 딩야오탸오의 중요성도 다시 재조명되었습니다.

타이난여고 학생도 선배 딩야오탸오의 이야기를 잊지 않고 있습니다. 저와 동갑인 동창은 자발적으로 역사동아리를 창립해 이행기 정의 관련 사회운동을 적극 참여했으며 2014년 228민주운동기념일 당일 연극을 통해 딩야오탸오의 일생을 재현했습니다.

딩야오탸오의 정신이 이처럼 학교에서 오래오래 계승되는 것은 참 아름답죠. 뿐만 아니라 2019년 타이완 교육부 프로젝트에 따르면 인권교유센터(人權教育資源中心)가 타이난여고에서 성립되어 인권 및 역사 교육은 학교에서 더욱 깊이 실천될 수 있는 것을 기대됩니다.

앞에 언급한 영화 외 많은 작품도 딩야오탸오를 모티브로 창작되었고 2015년 드라마 <찬란한 시간(燦爛時光)>은 그 중의 하나고 2018년 타이완 최대 마트인 취안린안(全聯)은 중원절 광고를 공개하면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는데요. 중원절은 타이완의 큰 명절로 돌아가신 조상을 포함해 모든 귀신을 위로하기 위해 제사를 지냅니다. 해당 광고는 백색테러 피해자 3명을 주인공으로 귀신의 시각에서 음식을 바치는 사람에게 감사를 표하는 내용을 다룹니다. 그 중 일본어로 말하는 어떤 여자가 딸과 함께 등장하자 딩야오탸오가 아닐까 라는 추측이 바로 나왔습니다. 이는 타이완 영상 크리에이터들이 이행기 정의에 대한 관심이 점차 높아지고 있는 점을 잘 설명할 수 있는 것입니다.


2018년 타이완 최대 마트인 취안린안(全聯)의 중원절 광고에서 등장한 여성 캐릭터는 딩야오탸오(丁窈窕)로 추정되었다. - 사진: 취안린안 광고 캡쳐

배구에 열광하는 학생들과 함께 웃고 우는 딩야오탸오 나무는 그 녀의 정신을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자유를 당연시하면 안된다고 항상 우리에게 일깨워 줍니다. 자유는 선인들의 얼마나 많은 희생과 항쟁으로 얻게 된 것인지 딩야오탸오 나무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다음에 타이난에 오실 때 딩야오탸오 나무 아래서 자유의 향기를 맡아보는 것은 어떠신가요?  그럼 딩야오탸오와 스수이환을 모티브로 창작된 드라마 <찬란한 시간>의 OST '빛'을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랜드마크 원정대>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熊景玉,《流麻溝十五號》首週票房奪冠 觀眾哭到泣不成聲」,鏡週刊。
2. 洪瑞琴,「台南女中丁窈窕「人權樹」見證大時代悲劇」,自由時報。
3.「五○年代白恐政治受難者郭振純前輩辭世,畢生追求民主正義,國家人權館追悼感念」,國家人權博物館。
4. 黃文鍠,「台南女中人權象徵 「丁窈窕」金龜樹倒地」,自由時報。
5. 邱珮文,「南榕廣場悼228 南女學生自編行動劇」,Newtalk新聞。
6. 人權教育資源中心。
7. 謝孟穎,「『媽媽不是壞人,不要槍斃她!』60年前獄中小女孩的哭喊,見證白色恐怖如何泯滅人性」,風傳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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