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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도시 타이난이 품고 있는 일제시기 건축물 1. 무덕전(武德殿)

  • 2023.10.31
대만주간신보
타이난 무덕전 완공 소식을 전하는 타이완일일신보의 기사 - 사진: 타이완일일신보

타이완의 대표적인 역사도시 타이난으로 떠납니다. 타이난에는 타이난 기차역을 시작으로 현재 타이완문학관으로 사용하는 타이난주청, 현 타이난미술관 1관으로 사용하고 있는 타이난 경찰서, 애국부인회(愛國婦人會), 타이난 지방법원, 린(林 하야시) 백화점 등 일제시기 건축물들이 상당히 많이 남아있는데요. 현재 타이난시 중심에 남아있는 일제시기 건축물 소개하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은 그 첫 번째 시간으로 과거 일본인들이 검도를 수련했다던 ‘무덕전(武德殿)’에 대해 살펴보는 시간 갖도록 하겠습니다.  

타이난의 대표적인 역사적 명소 공자묘(孔廟)에 가면 공자묘 외에 뜻밖의 건물을 발견할 수 있는데요. 바로 일제시기에 지어진 무덕전입니다. 호반 무(武), 덕 덕(德), 전각 전(殿) 자를 사용하는 무덕전은 일제시기 일본인들이 검도를 수련하는 장소였는데요. 현재는 타이난충이초등학교의 강당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이 건축물은 과거 식민지였던 타이완에 어떠한 경위로 설립이 되었던 것일까요? 

식민지 타이완의 주요 신문이었던 타이완일일신보(台灣日日新報)에 따르면, 1904년 2월 5일 타이난에는 이곳에 거주하는 일본인들이 검도를 수련하는 모임인 무덕회가 설립됩니다. 무덕회에서는 타이난에 검도를 수련할 수 있는 장소를 짓기 위한 자금을 모금하기 시작했는데요. 자금이 어느정도 모이자 1912년 건축을 시작해 이듬해인 1913년 9월 타이난 무덕전은 드디어 낙성식을 가졌습니다. 낙성식이 열린 그 다음 달 10월 22일에는 타이난에 신축된 무덕전 사진이 신문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타이난에 일본인이 무도를 수련하는 장소라…

무덕전 

무덕전(武德殿)은 과거 일본이 타이완, 한국을 비롯해 여러 식민지를 보유하던 일본제국 시절, 대일본무덕회(大日本武德會)가 일본 무도를 보급하기 위해 건설한 무도장을 일컫습니다. 무덕전이라는 명칭은 794년~1185년 일본 헤이안시대(平安時代)의 한 지역에 안에 있던 건물의 이름에서 유래했다고 하는데요.

대일본무덕회가 재단법인 형태로 메이지 28년인 1895년에 일본 교토(京都)에 가장 먼저 설립되었습니다. 이후 1899년에는 수도천도 1100년 기념사업차 교토에 무덕전을 지었습니다. 바로 교토의 이 무덕전은 현재 ‘구무덕전(舊武德殿)’이란 이름으로 1996년 일본의 중요문화재에 올라 현재까지 그 자태를 유지하고 있는데요. 현재에도 무도 관련 경기나 국제시합장으로 이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이렇게 교토를 중심으로 조성된 대일본무덕회는 검도, 유도, 궁도 등 일본의 무도를 일본인의 핵심가치로 확산시키기 위해 일본 전국 각지에 무도를 수련하기 위한 장소인 무덕전을 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일본이 19세기 말 국민국가 형성 과정에서 무도 교육의 중요성 인지하고 무도교육을 전국으로 전파하는 도장을 만들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대목인데요. 여기에는 일본 군인과 경찰의 역할이 컸고, 무덕전은 국가조직의 일환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일본 국가주의와 깊은 관련이 있는 장소죠. 그렇게 일본 방방곡곡에 설립되기 시작한 무덕전은 이후 일본의 전 지역뿐만 아니라 타이완과 한국, 중국 본토에까지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한국의 무덕전

한국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일제강점기 한국의 지방 곳곳에 설치된 경찰서 주변에는 무덕전이라는 건물이 있었는데요. 대일본무도회는 1924년 식민지 조선에 지방본부를 설치해 한국에서도 본격적으로 활동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식민지 조선의 중심도시였던 경성, 부산 외에도 대구, 전주, 광주, 청주, 평양, 선천, 함흥, 송화 등 한반도 전역으로 무덕전이 설립됩니다. 주로 경찰서 주변에 설치된 무덕전은 일본 경찰들이 무도를 수련하는 장소였지만, 실제로는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실내행사 등에 다양하게 사용되었다고 하는데요. 한 연구자의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한 무덕전에서는 조선어 사전 편찬에 한창이던 조선어학회의 인사들을 수감하고 취조, 고문하기도 했다고합니다. 

타이완의 무덕전 

한편, 타이완의 무덕전도 일제시기 대일본무덕회 대만지회라는 조직 하에 타이완의 각 행정구역소에 건립되었습니다. 그 역할도 유사했죠. 경찰기관이 주관하여 지방인을 동원해 기금을 마련한 후 무덕전 설립해 현지 경찰기관이 관리를 담당했습니다. 

타이완의 무덕회는 식민지 타이완의 주요 도시인 타이베이, 타이중, 타이난에 각각 무덕회를 설치했는데요. 일제시기 타이완 전역에 설치된 무덕전은 무려 70곳이 넘었다고 합니다. 타이완 무덕회에는 매년 1월부터 12월까지 주요 행사들을 정기적으로 치뤘는데요. 1월에 각 지방의 지부, 지회에서 열리는 '무도시회'를 시작으로 3, 4월에는 유도, 검도, 궁도 등의 경기가 열렸고, 4월 1일에는 경찰 초혼제가 열렸으며, 이후 각종 무도 관련 행사가 열린 뒤 연말 12월에는 '무도나회'를 끝으로 한 해 행사를 마무리했다고 합니다. 

타이난의 무덕전

공자묘 근처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타이난의 무덕전은 현재 타이완에서 현존하는 가장 큰 무덕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타이완에는 1913년에 설치된 타이중 무덕전을 시작으로 타이난, 가오슝, 신좡, 다시, 등 총 13도의 무덕전이 현존하고 있는데요. 이 중 대부분은 시 지정 문화고적으로 지정되어 시에서 관리하고 있습니다. 

타이난 무덕전 역시 타이난시에서 중요문화고적으로 지정하여 사용되고 있는데, 현재에는 충의초등학교 강당으로 주요 사용하고 있으며, 필요 시 검도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는군요. 

일본은 타이완 전국 각지에 무덕전을 지어 주로 공무원, 경찰, 학생들이 일본 무술을 훈련하는 장소로 사용했습니다. 학생들의 경우 남학생은 유도, 검도, 스모를 배워야 했고, 여학생은 주로 궁도와 같은 활쏘기를 배웠다고 하는데요. 매년 타이완 각지에서 무도대회나 연무대회를 개최해서 우승자를 선발한 후, 우승자들은 이곳 무덕전에 모여 전국대회 및 결승전을 치뤄 무술 정신을 발휘하게 했습니다.

청나라식 건축물인 공자묘, 천주당 사이에서 일제시기 일본 전통 건축물만의 멋을 뽐내고 있는 타이난의 무덕전. 타이난 무덕전을 통해 우리는 일본의 국민국가 만들기에서 시작된 무덕전 설립이 일본 각지를 넘어 식민지였던 타이완과 한국에까지 그 영향이 이어졌음을 다시 한 번 상기해봅니다.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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