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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기 타이완 ‘청년(青年)’의 탄생

  • 2023.05.09
대만주간신보
타이완 국립성공대학교(成功大學) 사학과 교수 천원송(陳文松)이 2015년에 출판한 책 '식민통치와 청년: 대만총독부의 청년교화정책'의 표지 - 사진: 보커라이(博客來)

청취자분들께서는 ‘청년(青年)’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사전적 의미 청년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을 뜻한다고 합니다. 보통 20대 정도의 나이대에 속하는 남성과 여성을 아우르는 말이죠. 푸르름과 봄이 연상되는 청년은 한 인간의 일생에서 가장 활력과 열정이 넘치는 시기라로도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일제시기를 살았던 타이완 청년들은 어떠했을까요? 그들은 자신들의 젊음을 한아름 품고 어떤 세상을 살고 싶어했을까요?  

오늘 <대만주간신보> 19번째 시간에는 국립성공대학 사학과 천원송(陳文松) 교수의 ‘식민통치와 청년: 타이완 총독부의 청년 교화 정책(殖民統治與青年:臺灣總督府的青年教化政策)'이란 책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타이완 정치문화와 지역사회 및 일상사 연구에 매진하고 있는 천원송 교수는 1998년 일본 도쿄대학에 입학해 10년 간 석사와 박사 과정을 마치고 2008년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일본 도쿄대학에서 박사를 마치고 2015년 ‘식민통치와 청년'이란 책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자신의 연구물들을 세상에 내놓기 시작합니다. 천 교수는 타이완의 근대사와 일제시기 역사를 전공하면서 일본의 정책이 당시 타이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연구하는 데 매진했는데 그 이유는 일본의 정책이 타이완 토착 문화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고 인정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본 정부의 공문서만으로는 타이완 사회의 역사와 문화를 온전하게 이해할 수 없다고 판단한 천 교수는 타이완 지식인의 문학 작품을 연구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작가들의 작품에서 묘사하는 타이완 사회는 비록 문학적 성격을 띄지만 소소하고 생활에 밀착되어 있어 공문서에는 결코 담을 수 없는 일제시기 타이완 사회의 성격을 읽어 낼 수 있기 때문이죠. 

오늘 소개할 <식민통치와 청년: 타이완 총독부의 청년 교화 정책>은 이러한 천 교수의 연구방향이 잘 묻어나는 연구물로 타이완 사회에서 어떻게 ‘청년(青年)'이라는 계층이 탄생했고 그 성격은 어땠는지를 일본의 식민통치 정책과 연관지어 상세히 소개합니다. 400 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꺼운 분량의 이 책은 일본의 식민 정책과 타이완의 새로운 계층인 청년 사이의 수많은 관계망들을 샅샅이 훑어내죠. 목차만 봐도 저자의 연구 양상과 내용이 파악 가능할 정도로 목차의 제목과 구성이 구체적입니다. 총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각 장 제목과 그 내용을 간단히 소개합니다. 

1장 ‘식민통치정책과 ‘청년’의 탄생: 탄압과 회유의 틈새’에서는 기존 청나라 통치 하에서 ‘사(士)'에 속한 사람들이 ‘청년'으로 환골탈태했는지 들여다봅니다. 그 중심에는 일본 정부 산하의 근대 학교 제도의 설립과 이로인한 ‘학력' 및 ‘직업'의 소유가 결정적이었다고 천 교수는 주장합니다. 2장 ‘대만총독부국어학교: ‘청년' 교육, 교화의 중추와 ‘2개국어 문해능력의 훈련소'에서는 대만총독부국어학교를 예로 1장에서 펼쳐놓은 일본 통치하의 근대 학교와 학력의 질서의 구체적인 양상을 파헤칩니다. 여기서 대만총독부국어학교 출신 학생들 사이에 ‘교우(校友)'라는 집단이 탄생하고 이들이 보다 결속력을 갖게 된데는 중국어와 일본어 2개국어가 동시에 적혀있는 ‘교우회잡지’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합니다. 일본식 근대 학교에 재학한 학생들 사이에 멀티링구얼이 가능한 동창 집단이 식민지 타이완 사회의 새로운 집단을 형성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이는 청조의 중국식 서당이나 글방(國黌)에서의 청년상과는 확연히 구분되는 새로운 사회현상이죠. 이어서 3장과 4장에서는 학교교육 중심으로 식민지 타이완 사회에서 형성된 타이완 ‘청년' 계층들이 학교 밖 사회에서는 어떤 활동을 벌였으며, 일본 정부는 이들을 포섭하고 교화하기 위해 어떤 정책을 펼쳤는지, 마지막 5장과 6장에서는 타이완 난터우현의 한 지역인 차오툰(草屯) 사례를 통해 당시 타이완 지역 사회에서 청년 계층이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소개합니다.  

천 교수의 ‘식민통치와 청년'은 무려 반세기에 가까운 일본 식민 통치시기 동안 타이완에서 형성된 근대화된 ‘청년'층을 구체적이고 중요한 사회 계층으로 가시화하여 우리들에게 설명합니다. 일본의 식민지배도, 타이완의 지역 사회도 이 ‘청년'이라는 주어를 빼면 구체적 함의 없이 공허하게 흐르기 때문이죠. 즉 저자는 식민지 사회에 탄생한 청년을 일본 식민통치와 타이완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로 해석합니다. 식민통치 정책과 지역사회의 전통의 틈새에 놓인 타이완 청년들은 자신들이 가진 ‘바이링구얼(2개국어)’ 문해능력을 활용해 한편으로는 일본의 신문물을 적극적으로 흡수하고 도입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지역사회의 고유한 전통을 발판으로 식민통치의 울타리를 넘어서는 것을 계획할 수 있었던 것이죠. 그러면서 천 교수는 오히려 일제시기를 연구하는 기존 연구에서는 종종 생략되었던 ‘전통 기반’이 식민통치의 저항에  종사한 측면에 대해 깊게 이해하고자 합니다. 식민 사회의 타이완 청년들의 출연은 일제에 영합하거나 저항하는, 소위 친일이나 반일이라는 이분법적인 모습을 초월했으며 기존에 없던 새로우면서도 모호한 회색지대를 창조해냈다고 천 교수는 주장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저자는 의학교 출신 장웨이수이(蔣渭水), 왕민취안(王敏川), 쉬나이창(許乃昌) 등을 포함한 ‘대만청년’이란 단체를 소개합니다. 1923년에 발기한 타이베이청년회(臺北青年會)와 공산주의 사상을 가진 청년단체(독서회)를 들 수 있습니다. 비록 설립 당시 경찰기관에서 공산주의라는 위험한 사상을 갖고 있다는 이유로 결사금지를 당하거나 엄밀한 감시와 탄압을 당해 설립할 수 없게 되었지만, 소련 공산혁명 등의 서양근대사조의 영향을 분명히 받은 계급 개념을 가진 청년들이 일제 통치 하에서 출현했죠. 또 다른 예로 1924년 차오둔 지역에 설립된 옌펑청년회가 있습니다. 이 청년회의 지도자인 홍위안황(洪元煌)을 비롯한 타이완 청년들은 량치차오(启超超)와 천두슈(陳獨秀)가 주로 주창하던 '조국(중국)' 근대와 지식문자 사상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세대였습니다. 천두슈는 ‘신청년’을 내세워 전면적인 서구화를 주장하며 구전통을 전면적으로 비판한 데 반해, 타이완 옌펑청년회는 오히려 구전통을 ‘미풍’(美風)으로 여겨 일본 식민통치 하의 전제정치를 철저하게 비판하는 도구로 삼았죠. 한편, 국어학교라는 학력과 이를 통해 형성된 일종의 특권화된 학연 관계로 식민지 지배 체제를 지지하고 지원하는 청년의 지역적 네트워크도 동시에 존재했습니다.

일본 식민정부의 '청년' 교화정책의 목적은 분명했습니다. 학교교육과 사회교화라는 두 관제를 통해 식민지 사회를 적극적으로 개조하고  자신들의 입맛에 부합하는 '일본인'을 배양하는 것이었죠. '청년' 교화정책의 본질은 바로 일본제국 관방 민족주의의 '청년' 모델인 것이죠. 일본 정부가 타이완에 근대 학교 교육을 도입하면서 학력과 학연, 직업을 조합해 식민지 청년에게 일종의 특권을 부여했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청년은 태어나자마자 이러한 특권화 학교 교육 정책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렇게 탄생한 ‘청년' 집단을 통해 타이완 민족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저자인 천 교수는 식민지 청년의 탄생과 타이완의 민족주의 형성은 뗄레야 뗄 수 없는 쌍둥이와 같은 존재라며, 일본 식민정책은 타이완 민족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를 연 반면, 그 민족주의의 착륙을 끊임없이 저지하고 억압과 분화를 가했다고 주장합니다. 일본의 식민지 근대화와 자본화, 학력이라는 일종의 특권화에 따라 형성된 타이완의 소위 ‘식민지 청년'들은 개인 주체로서의 인식과 타이완 사회를 위한 민족주의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고 고민하며 투쟁하고 대항에 온 것이죠. 그러면서 일본 식민통치 시기 형성된 청년과 그들이 품고 있는 민족주의는 타이완의 광복 이후에도 타이완 사회가 새로운 ‘타자(他者)'를 직면했을 때 언제든지 다시 폭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청년이란 새로운 사회집단을 중심으로 일제시기 타이완 사회의 한 단면을 상세하게 연구한 저자는 후기에 여전히 탐구해야 할 많은 문제들이 남아있다며 후속 과제들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합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비교적 농촌지대에 속하는 타이완 중부 차오툰 지역을 예로 들었으나 다른 지역 사회는 또 다른 발전 맥락에서 일본인의 식민통치에 대응했을 것이라며 보다 많은 지역 사회의 비교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혹은 타이완 내 서로 다른 지역 사회 간의 연대 등도 흥미로운 주제이며, 같은 지역에 속하더라도 서로 다른 성씨의 집안이나 집안과 별개로 개인이 어떻게 식민통치에 대응했을지는 매우 다양하다며 그 다양성을 더 깊이 파고들어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합니다. 

지금까지 일제시기 타이완의 ‘청년’을 연구한 사학자 천원송씨가 2015년 출판한 <식민통치와 청년: 대만총독부의 청년교화정책>에 대해 소개해드렸습니다. 

 

참고문헌

陳文松《殖民統治與青年:臺灣總督府的青年教化政策》臺北:國立臺灣大學出版中心 2015

 

서승임 徐承任 ([email protected])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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