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3월 2일) 가오슝 아레나에서 타이완 40년차 여가수 장칭팡(張清芳, 1966.08.31.~)이 단독 콘서트를 열어 화제가 됐습니다. 현재까지 30여 장 앨범을 발표하고 누적 판매량 1000만을 돌파한 장칭팡은 타이완의 대표적인 장수가수로 ‘가요계의 동방불패’라는 별명이 있습니다.
장칭팡은 18살이던 1984년 타이완 텔레비전 공사(台視 TTV)가 주최한 전국대학생 창작가요대회에서 1등을 거두었고, 이듬해인 1985년에는 음반회사 ‘덴장창펜(點將唱片)’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앨범 《격정 뒤에(激情過後)》를 발표하며 데뷔했습니다.
앨범의 동명의 수록곡 <격정 뒤에>는 사랑을 나눈 후 느껴지는 공허함과 불안전감을 노래하는 곡으로, 가사에 “격정 뒤에 난 나 자신을 분석하는데(在激情過後 我分析我自己)/ 아직도 당신을 사랑한다고 감히 말하지 못하네(竟是不敢告訴你 依然愛你)/ 격정 뒤에 난 공허함으로 가득차네(在激情過後 我空虛不已)/ 이별은 단지 추억을 남기게 해주는 것일 뿐(分離只是為了讓你回憶)” 등 내용이 있습니다. 가사는 너무 전위적이고 대담해서 계엄령이 해제되지 전의 당시의 보수적인 시대에 정부로부터 금지곡으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노래는 장칭팡의 맑고 감미로운 목소리와 함께 사람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으며, 이에 따라 앨범은 30만 장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장칭팡을 데뷔와 동시에 범상치 않은 대세 가수로 만들었습니다.
장칭팡 - <격정 뒤에(激情過後)>
데뷔하자마자 크게 주목받은 장칭팡은 그 이후에도 앨범을 발표할 때마다 좋은 성적을 얻었으며, 오리지널 앨범이든 커버곡 또는 리메이크곡 모음 앨범이든 모두 수십만 장의 판매량을 보이며 베스트셀러 가수로서 압도적인 활약을 이어갔습니다. 그리고 1990년대에 가수 인생의 황금기를 맞았습니다. 1992년에 발표한 앨범 《빛(光芒)》은 백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출판대상인 금정장(金鼎獎) 최우수 앨범상을 수상하기도 했습니다. 장칭팡도 이 앨범으로 1993년에 타이완 음악의 최고전당인 제5회 금곡장(金曲獎) 최우수 여가수상 부문 후보에 노미네이트되었고, 동년 11월에는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이 주재한 다과회에 참석하며 총통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최초의 가수가 됐습니다.
《빛》에 수록된 <시집 가다(出嫁)>, < Men's Talk>, <너무 일찍 내리는 눈(雪下得太早), <커튼 뒤(簾後)> 등 노래들이 중화권 전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수많은 가수들에 의해 리메이크되거나 커버곡으로 불렸습니다. 그중 <시집 가다>라는 수록곡에 대해서는 타이완의 1세대 여성 아이돌 그룹 S.H.E.의 멤버 Selina와 배우 양진화(楊謹華), 야구선수 양다이강(陽岱鋼)이 모두 공개적으로 이 노래를 좋아한다고 표시한 바 있습니다.
<시집 가다>는 장칭팡과 타이완 남자 듀엣 그룹 유커리린(優客李林)의 콜라보레이션으로 탄생된 노래입니다. 이 노래는 옛날시대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고 중매결혼을 앞둔 남녀의 결혼 상대의 모습에 대한 호기심과 결혼 이후의 생에 대한 기대와 걱정을 묘사하는 곡으로, 가사에 “어제의 멋스러운 청년이 오늘은 어른이 돼요(昨天的瀟灑少年郎 今天要變成大人樣)/ 입가에 숨길 수 없는 웃음이 번진 채 기대하고 환상하고 있죠(掩不住嘴角的輕笑 全都是期待和幻想)/ 그녀는 어떤 모습인지, 긴 머리와(她長得什麼模樣 有沒有一卷長髮)/ 따뜻하고 포용적인 마음을 갖고 있는지(和一顆溫暖包容的心房)/ ... 난 평생의 영원한 마음으로 평생의 영원한 사랑을 기다리고 있어요(我用一生一世的心 等待一生一世的情)/ 운명인지 필연인지 모르겠지만, 정말 행운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也許是宿命 也許是註定 我真的希望能多點好運)/ 난 평생의 영원한 마음을 당신의 평생의 영원한 사랑으로 교환하고(我用一生一世的心 換你一生一世的情)/ 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牽你的手)”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장칭팡 - <시집 가다(出嫁)>
1996년, 데뷔한 지 12년이 되었던 장칭팡은 그의 첫번째 타이완어 앨범 《아무도 나를 몰라(無人熟識)》를 내놓았고, 앨범의 동명의 타이틀곡 <아무도 나를 몰라>로 인기를 한층 더 끌어올렸습니다. 이 곡은 연인이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한 여자의 심정을 담은 곡으로 후렴구에 “아무도 나를 모르는 낯선 곳을 찾아서(找一個無人熟識青份的所在)/ 술 한잔 두잔 세잔을 마시며 농담으로 생각하고 웃어넘기려고 해(燒酒一杯兩杯三杯 當作是笑虧)/ 심심한 축복은 지금 말하고 싶지 않고(無聊的祝福 今嘛我無想欲講)/ 그냥 그 두 사람이 있는 곳을 떠나고 싶어(只想欲離開因倆個)/ 아무도 나를 모르는 먼 곳을 찾아서(找一個無人熟識遠遠的地方)/ 하룻밤, 이틀 밤, 사흘 밤을 자고 일어나서 자유롭게 나려고 해(困乎一暝兩暝三暝 醒來自由飛)/ 그들을 축하하고 가벼운 발걸음을 밟으며(對因來祝福 踏著輕鬆的腳步)/ 사랑하는 사람에게 안녕(心所愛的人再會)” 이란 내용의 가사를 담고 있습니다. 이 노래는 발표된 지 근 30년이 지나도 여전히 노래방 애창곡으로 많이 불리는 만큼 장칭팡의 대표곡 중의 대표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칭팡 - <아무도 나를 몰라(無人熟識)>
장칭팡은 1990년부터 1999년까지 금곡장 최우수 국어(중국어) 여가수상과 방언(타이완어) 여가수상 등 부문 후보에 7차례 올랐으며, 1994년과 1997년에 최우수 국어 여가수상 수상에 성공하며 전성기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그러다가 2000년부터 라디오와 텔레비전 MC로 방향을 전환하여 2003년 ‘라디오 부문 금종장(金鐘獎)’과 ‘TV 부문 금종장’ 후보에 동시에 오름으로써 금곡장, 금정장, 라디오 부문 금종장과 TV 부문 금종장 등 ‘4금’ 후보 명단에 모두 이름을 올린 적이 있는 유일한 아티스트가 됐습니다.
눈에 띄는 외모는 없지만, 천부적인 감성과 특유의 맑고 높은 목소리로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장칭팡은 타이완 1980년대와 1990년대를 대표하는 실력파 가수이자 장수가수이며, 명부사실 타이완 가요계의 ‘동방불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