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뜨든 감든 언제나 앞이 뿌옇게만 보이는 삶을 상상한 적이 있으신가요? 오늘 멜로디가든 방송에서는 타이완 유명 맹인가수 샤오황치(蕭煌奇)에 대해서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1976년 생 샤오황치는 선천성 백내장 때문에 태어날 때부터 수정체에 혼탁을 가져 볼 수 없는 장애를 안고 태어났습니다. 4살 때 수술을 받아 약시로 시력이 조금 회복됐지만 눈의 과도한 사용으로 시신경이 위축돼 15살 무렵 시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됐습니다. 그는 맹인학교에 다니면서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유도를 배우기 시작해 20살 안된 채로 검은띠 2단을 따내 국가대표로 발탁됐습니다. 그는 1994년 베이징장애인 아시안게임에서 동메달을 획득하고, 1996년 애틀란타 장애인 올림픽에서는 7위를 차지하는 성적을 거뒀습니다.
그는 1995년에 친구들과 함께 ‘전방위(全方位)’라는 이름의 사각장애인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그는 리더이자 메인보컬로서 밴드를 이끌고 타이완 전역에 있는 맹인학교와 감옥을 돌아다니며 자신들의 음악으로 따뜻한 온기를 전달했습니다. 신체적 장애를 안고 있어도 자신의 꿈을 펼치며 자신과 같은 장애를 가진 사람들에게 도움과 희망을 제공했기 때문에 1999년에 제37회 중화민국 ‘10대 걸출 청년’으로 선발됐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샤오황치는 유도계를 떠나 가수의 길을 걷기로 결심하고 2002년에 1집 《당신은 나의 눈이야(你是我的眼)》를 발표하며 가단에 데뷔했습니다. 처음에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앨범의 동명의 수록곡 <당신은 나의 눈이야>가 가창 실력을 평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원밀리언 스타(超級星光大道)’ 시즌1에서 린요우자(林宥嘉)에 의해 불려지며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됐습니다. 이 노래는 샤오황치가 자전서 《난 음표의 색깔을 본다(我看見音符的顏色)》를 위해 만든 자신을 대표할 수 있는 곡으로, 가사에는 “만약 내가 볼 수 있다면 삶은 완전히 달라졌을 지도 몰라(如果我能看得見 生命也許完全不同)/ 어쩌면 내가 원하는 것, 좋아하는 것, 사랑하는 것들이 모두 달랐을 수도 있어(可能我想要的我喜歡的我愛的 都不一樣)”, “당신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지만 앞에는 공허함만 가득하네(我望向你的臉 卻只能看見一片虛無)/ 하느님이 내 눈 앞을 덮으시고 다시 여는 걸 잊으신 걸까?( 是不是上帝在我眼前遮住了簾 忘了掀開)”, “당신은 나의 눈이기 때문에 이 세상이 바로 내 눈 앞에 있다는 걸 보게 해줬어(因為你是我的眼 讓我看見這世界就在我眼前)”등 내용이 있습니다. 샤오황치는 이 노래로 음악시상식 금곡장의 작사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샤오황치는 중국판 ‘나는 가수다’ 시즌3에서 <당신의 나의 눈이다(你是我的眼)>를 부르는 영상
샤오황치는 중국어 노래뿐만 아니라, 타이완어 노래도 잘 소화할 수 있으며 데뷔한 지 20여 년 간 금곡장 타이완어 앨범상을 3번, 타이완어 남가수상을 4번이나 수상하며 최다 기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의 대표적인 중국어 노래 작품은 <당신은 나의 눈이야>라고 하면, 그의 대표적인 타이완어 노래 작품은 <할머니의 말씀(阿嬤的話)>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집 《검은색 기타(黑色吉他)》에 수록된 이 노래는 애틀란타 장애인 올림픽에 나가 해외에 있어서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볼 기회를 놓친 샤오황치의 깊은 유감과 할머니에 대한 사랑 및 그리움이 담긴 노래로, 가사에는 “할머니여, 지금 어디에 계신가요?(阿嬤妳今嘛在叨位)/ 제가 부르는 소리가 들리시나요?(阮在叫妳妳甘有聽到)/ 저의 노력과 성공을 볼 수 있으신가요?(阮的認真甲阮的成功 妳甘有看到)/ 제가 부르고 있다는 걸 아시나요?(阮在叫妳 妳知影沒)/ 할머니여, 잘 지내고 계신가요?(阿嬤妳今嘛過的好麼)/ 옆에서 돌봐드릴 사람이 있죠(甘有人塊甲妳照顧)/ 다음 생에도 당신께 사랑과 아낌을 받길 바래요(希望後世人阮擱會凍來乎妳疼)/ 당신의 영원한 손자가 되어 다시 한번 ‘할머니’라고 불려드릴게요(作妳永遠的孫仔 擱叫妳一聲阿嬤)”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이 노래는 ‘원밀리언 스타’ 시즌2에서 경연곡으로 선정돼 듣는 이들에게 진한 울림을 선사하며 더욱 큰 사랑을 이끌어냈습니다.
샤오황치 <할머니의 말씀(阿嬤的話)>
샤오황치는 가수뿐만 아니라 한국에서 널리 알려진 곡인 황샤오후(黃小琥)의 <그리 쉽지 않아(沒那麼簡單)>와 천만 조회수를 기록한 리첸나(李千那)의 <여자(查某囡仔)>, 발라드 여왕 량징루(梁靜茹)의 〈서서히 차가워진다(慢冷)〉 등 히트곡들을 만들며 작곡가로서도 실력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는 2022년에 이 세 곡 노래를 포함한 자신이 작곡한 다른 가수의 노래 10곡을 재해석하여 <이야기를 담은 노래(說故事的歌)>라는 새롭게 제작한 노래와 묶어서 앨범 《이야기를 담은 노래》를 만들어내며 실력파 아티스트의 면모를 입증했습니다.
음악 활동을 꾸준히 펼쳐나가는 동시에 샤오황치는 뮤지컬, 드라마, 영화 출연, 영화 더빙, 예능프로 진행 등 다양한 새로운 도전도 시도하며 다채로운 모습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시각장애로 눈 앞에 뿌연 세상만 보이지만 누구보다 오채찬란한 삶을 살고 있는 샤오황치는 앞으로도 마음에 와닿는 음악으로 우리에게 감동과 위로를 안겨줄 것을 기대합니다. 오늘은 불행을 예술로 승화시킨 타이완 맹인가수 샤오황치에 대해서 소개해 드렸습니다. 엔딩곡으로 샤오황치 버전의 <그리 쉽지 않아>를 띄어드리면서 멜로디가든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상으로 rti한국어방송의 진옥순입니다.
샤오황치 <그리 쉽지 않아(沒那麼簡單)>