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이어 오늘 멜로디가든 시간에서도 타이완 인디밴드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하는데 오늘 제가 청취자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인디밴드는 미시엔셩(麋先生, Mixer)입니다.
미시엔셩은 보컬 셩하오(聖皓), 어쿠스틱 기타리스트 저안(喆安, 원명 즈안子安), 일렉트릭 기타리스트 보시(柏羲), 베이시스트 이눠(以諾), 드러머 이판(逸凡) 등 5명으로 구성된 록밴드입니다. 밴드 이름은 麋(순록 미)를 써서 ‘순록 선생’ 혹은 ‘순록 씨’라고 이해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멤버들은 麋자는 迷(미혹할 미)자와 발음이 같아 신비감을 주는 데다가 순록은 타이완에서 볼 수 없는 신비스로운 동울로 밴드의 색깔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서 이 이름을 지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밴드의 로고도 순록의 모양입니다. 그들은 속시원한 락음악과 이야기나 시를 읽는 듯한 가사, 보컬의 독보적인 목소리와 무대 매너가 특색이며, 2012년 《서커스 운동(馬戲團運動)》이란 앨범을 발표하며 데뷔하자 큰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이 데뷔 앨범으로 타이완 최고 권위의 음악시상식 제25회 금곡장(金曲獎) 최우수밴드상 후보에 올랐고, 수다뤼(蘇打綠), 소화기 밴드(滅火器樂團), 체어맨 밴드(董事長樂團) 등 6개 선배 밴드를 제치고 수상까지 이뤄냈습니다.
앨범의 동명의 타이틀곡인 <서커스 운동>에서는 인간에게 길들여져 매일매일 관객의 즐거움을 위해 훈련받고 공연하는 서커스 동물로 사회의 프레임과 윗사람들이 만들어놓은 굴레에 갇혀 사는 사람을 비유하며, 이 노래를 통해서 미시엔셩은 “모든 사람이 사회생활을 하면서 초심과 꿈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는 말을 전하고 싶어했습니다. 여기서 일부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뒤틀린 것들의 무게가 우리를 무너뜨릴 수 있으니까 扭曲的重量或許會壓垮了肩膀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해 我們該更加堅強
아무것도 갖지 없고 외로움을 느낀다 해도 所有手無寸鐵的孤獨
실은 당신은 혼자가 아니야 其實你並不孤獨
믿어라, 당신의 고집은 請相信你的頑固
당신의 이상을 추구하기 위한 위대한 짐이란 걸 是為了理想追逐 是你偉大的包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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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6월에 1집 《서커스 운동》으로 금곡장 촤우수밴드상을 수상한 후, 미시엔셩은 타이완을 대표하여 타이완-한국-일본 삼국이 정부와 민간협업의 방식으로 개최한 국제적인 음악교류 활동에 참여하여 한국 부산, 일본 도쿄, 후쿠오카 등 3개 지역에서 공연을 하고 현지 학교를 방문하여 음악적인 교류를 진행했습니다. 이 외에도 지속적으로 타이완의 대학교의 캠퍼스 콘서트나 대형 음악축제에서 공연을 하며 인지도를 쌓아 나갔습니다. 2015년 3월에 그들은 2집 《이름이 없는 인간(沒名字的人類)》을 발표하고 제27회 금곡장 최우수밴드상 부문 후보에 올랐는데, 이 앨범은 ‘단결’을 중심으로 하여 “같은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뭉치면 더 다양한 가능성을 창출하게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7개월 후인 동년 10월에는 3집 《야생(野生)》을 내놓으며 사회에 발을 내딛기 전부터 가진 ‘야성(野性)’, ‘야심(野心)’과 사회생활을 하면서 체득한 ‘생존법칙’ 간의 충돌과 공존을 다뤘습니다.
비록 금곡장 최우수밴드상 수상 이후부터 2년 동안 국제교류, 공연, 앨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쳤으나 실은 이 기간 동안 미시엔셩은 계속 스럼프에 시달리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그리 유명하지 않은 신인 밴드’로서 금곡장을 수상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그들의 실력을 의심하고 편견있는 시선으로 그들의 음악을 바라봤으므로 금곡장을 수상하는 데 기쁨보다는 스트레스를 더 많이 느꼈고, 예전처럼 편하게 음악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미시엔셩은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따라서 초심을 되찾기 위해 그들은 발걸음을 늦추고 가장 편한 속도와 마음으로 원하는 음악을 하다가 2020년 10월에 4년 만에 《사랑의 동물(嗜愛動物)》이란 앨범을 내놓았습니다.
앞의 3장의 앨범에서는 미시엔셩은 제3자의 시각으로 사회를 관출하고 그 소감을 한곡 한곡의 노래를 만들고 선보였다고 한다면, 4집 《사랑의 동물》에서는 1인칭 ‘나’의 시점으로 사회현상 뿐만 아니라 ‘사랑’과 ‘생로병사’에 대해서도 노래하며 더욱 부드럽고, 진실하고 인간 냄새가 짙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앨범에서는 가족 간의 사랑, 친구 간의 사랑, 연인 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자기에 대한 사랑도 다루고 있습니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사회적 동물이란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으며 사회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구성원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동물을 가리킵니다. 우리는 사회적 동물이기 때문에 타인과 함께하지 않아 소속감이 없으면 안전감과 안정감을 느끼지 못하고 계속 불안해 하고 있을 겁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가끔씩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감추고 하고 싶지 않는 일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미시엔셩은 우리는 “남의 기대에 부응하려고 무리하지 말고, 가장 편안하고 진실된 모습으로 살아가야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다”라고 이 앨범을 통해서 전하고 싶어했습니다.
또 앨범의 중국어 원제 ‘嗜愛動物’ 중의 ‘嗜愛’는 “사랑을 즐기다” 혹은 “사랑을 탐하다”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사랑을 표시하다”를 뜻하는 단어인 ‘示愛’와 발음이 똑같습니다. 앨범의 동명의 수록곡인 〈사랑의 동물〉은 바로 “인간은 사랑을 필요로 하는 존재임”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嗜愛的動物啊 別怕 사랑의 동물, 두려워하지 마
我們都總得在這受點傷 是吧 우리 모두는 상처를 경험하지 않을 수 없지, 그치?
讓真正愛你的人陪著你 結痂 당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당신의 상처를 돌보게 해줘
當天性毫無疑問的接納 愛啊 태어날 때부터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사랑이지
嗜愛的動物啊 示愛的動物啊 사랑의 동물, 사랑을 표현하는 동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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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부터 10년 동안 앨범을 4장 밖에 발표하지 않았으나 작품마다 가장 솔직한 마음으로 우리의 일상과 가장 가까운 이슈를 다루고 항상 팬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는 것은 미시엔셩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들의 더 활발한 음악 활동을 기대하면서 오늘 마무리곡으로 <사랑의 동물>을 띄어드리면서 방송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