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 가장 권위있는 음악시상식 제33회 금곡장(金曲獎)은 7월 2일 가오슝 아레나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시상식의 주인공은 최신 앨범 《DEPART》로 올해의 앨범상을 비롯해 최우수 화어앨범상, 최우수 보컬 레코딩 앨범상, 최우수 여가수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며 이번 금곡장 최다 수상의 영예를 안은 싱가포르 출신 여가수 차이젠야(蔡健雅, Tanya Chua)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녀는 또한 올해 최우수 여가수상을 수상함으로써 여성 아티스트 중 최초로 4번이나 금곡장 최우수 여가수상 수상 기록을 세우며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습니다.
차이젠야는 1975년 싱가포르에서 태어났으며, 현재는 타이완 타이베이시에 정착해 가수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19살 때 일본 후지TV가 제작한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아시아 바구스!( Asia Bagus!)’에 참가하며 한 커버 밴드로부터 주목을 받아 밴드 합류 요청을 받았습니다. 밴드의 보컬이 된 차이젠야는 이후 몇 년 동안 밴드 멤버와 함께 싱가포르의 펍에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리허설을 하덩 중 차이젠야는 노래 편곡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으나 밴드의 키보디스트에게 “음악에 대해 아는 게 있나? 없으면 닥쳐”라는 무안을 당했습니다. 차이젠야는 자신을 증명하기 위해 다음 날에 인생 첫 기타를 사서 혼자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기타를 연습하다 보니 자신이 작곡에 있어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음악창작도 시작했습니다.
22세인 1997년 데뷔 기회를 잡은 차이젠야는 영어 앨범 《Bored》 를 발표하며 싱가포르에서 데뷔했고, 2년 뒤인 1999년에는 첫 만다린어 앨범 <차이젠야(蔡健雅)>를 발매해 중화권 시장에 진출했지만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약 5년 간의 무명시절을 거치다가 2003년 차이젠야는 4번째 만다린어 앨범 《낯선 사람(陌生人)》을 발표하며, 공감을 이끌어내는 노래 가사와 특유의 호소력 있는 목소리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으며, 더불어 이 앨범으로 제15회 금곡장 후보까지 진출했습니다. 그녀는 지난 25년 간 총 12장의 만다린어 앨범과 5장의 영어 앨범을 발표했으며, 2006년, 2008년, 2012년, 2022년에 각각 앨범 《양서동물(雙棲動物)》、《Goodbye & Hello》、《사랑을 말할 때(說到愛)》, 《DEPART》 로 금곡장 최우수 여가수상을 수상했습니다.
올해의 금곡장 시상식이 끝난 후 어떤 사람이 타이완 최대 규모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피티티(PTT)에서 “제33회 금곡장 최다 수상자인 차이젠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노래는 무엇이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했는데 댓글에 가장 많이 언급된 노래 중 하나는 바로 4번째 만다린어 앨범 《낯선 사람》에 수록된 <끝 없는 깊은 굴(無底洞)>입니다. 이 노래는 차이젠야가 유명해지게 된 계기가 된 노래이며, 사랑을 갈구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잘 그려낸 가사와 서정적이고 감미로운 멜로디로 대중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노래 가사는 샤오한(小寒)이란 바이러스학 박사이자 작곡가가 쓴 것입니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그녀가 쓴 가사는 과학, 수학, 의학, 생물학과 관련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차이젠야의 <다윈(達爾文)>, <포물선(拋物線)>, <양서동물(雙棲動物)>, <야맹증(夜盲症)> 등 노래는 또한 샤오한이 작곡을 담당했습니다.
<끝 없는 깊은 굴>은 외로워서 사귀는 현대인의 마음은 마치 끝 없는 깊은 굴처럼 공허하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후렴구 가사를 읽어드리겠습니다. “부단히 사랑에 투신하고 있는데(穿梭一段 又另一段 感情中)/사랑은 왜 채워지지도 않고 비워지지도 않는가(愛為何總填不滿又掏不空)/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폭풍처럼 일어나(很快就風起雲湧)/인간의 마음은 끝 없는 깊은 굴이네(人類的心是個無底洞)/키스, 포옹, 소통을 해봤다고 해도(嘗試親吻 嘗試擁抱 或溝通)/호감이 없으면 몇 번을 시도해도 소용없을 거야(沒有好感再嘗試也沒有用)/사람은 대부분 그래(大多數人都相同)/좋아하는 것은 그저 사랑의 모습뿐인란 말이야(喜歡的只是愛情的臉孔)”라는 가사인데 되게 신선하고 마음에 와닿죠?
한편, 차이젠야는 7월 2일에 개최된 제33회 금곡장에서 최신 앨범 《DEPART》로 올래의 앨범상, 최우수 여가수상 등 4관왕에 오르며 올 금곡장의 위너가 됐는데 이번 금곡장 심사위원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차이젠야는 1차 투표에서 바로 과반수 득표율로 올해의 최우수 여가수상 수상자로 선정됐으며, 이는 《DEPART》는 차이젠야의 초심이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라고 밝혔습니다. ‘DEPART’는 원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떠나다, 출발하다”라는 뜻으로 사용됩니다. 이 앨범은 코로나 팬데믹으로 잃어버린 되는 자유에 대한 차이젠야의 갈망을 담고 있습니다. 차이젠야는 단순하고 따뜻한 음악으로 코로나로 혼란에 빠지게 된 사람에게 위안을 주고 싶어해서 온 앨범은 포크송 스타일로 가득차고 있습니다. 대부분 수록곡의 반주는 어쿠스틱 기타로 이루어져 있으며, 어떤 노래는 오케스트라와 월드 뮤직의 요소도 들어가 있습니다.
앨범 타이틀 곡 중 하나인 〈파랑새(Bluebirds)〉는 차이젠야가 스스로 작사작곡한 것이며, 지겨운 팬데믹에서 벗어나 하늘을 자유롭게 날 수 있는 파랑새처럼 마음대로 밖에서 활동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을 노래합니다. 노래 첫 구절과 후렴구에 나오는 영어 가사를 번역하자면 “하늘을 나는 파랑새야 파랑새(Bluebirds bluebirds in the sky)/내가 괜찮을 거라고 말해줘(Tell me that I'll be alright)/높이 나는 파랑새야 파랑새(Bluebirds bluebirds flying high)/모두 괜찮을 거라고 말해줘(Tell me it will be alright)”라는 가사입니다.
몇 곡 밖에 소개해드리지 못했지만 올해 제33회 금곡장의 최다 수상자 차이젠야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다른 노래도 한번 찾아 들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