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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대전 이후 타이완 사회를 이야기한 노래 - <셔오바장燒肉粽>

  • 2022.06.01
멜로디 가든
이 대표적인 타이완 유명 타이완어 가수 궈진파(郭金發, 곽금발) - 사진: KKBOX

이번주 금요일, 바로 모레는 타이완에서 중추절(中秋節, 추석), 춘절(春節, 설날)과 함께 3대 명절로 꼽히는 단오절(端午節)입니다. 단오절은 매년 음력 5월 5일이며, 양력으로는 대체로 6월에 듭니다. 단오의 단(端)은 시초를 의미하고, 오(午)는 오(五), 곧 다섯과 뜻이 통하므로 단오는 초닷새를 말합니다. 단오절의 기원에 대해서 여러 설이 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중국 역사상 최초의 애국시인 ‘굴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굴원은 전국시대 초(楚)나라의 시인이자 정치가로 그 시대의 가장 강한 나라인 진(秦)나라를 강력하게 견제하던 사람입니다. 그는 초나라와 비슷하게 2위권 나라였던 제(齊)나라와 협력하여 진나라에 대항해야 한다는 주장을 가지고 당시 초나라의 통치자 회왕(懷王)에게 간언했으나 회왕은 간신들의 말에 속아 굴원을 쫓아냈습니다. 강남으로 내쫓겨 방랑하던 굴원은 결국 초나라의 멸망 소식을 듣고, 음력 5월 5일에 큰 돌을 안고 멱라강(汨羅江)에 몸을 던져 죽었습니다. 후에 사람들이 굴원을 기념하기 위해 음력 5월 5일을 단오절로 정하게 됐습니다. 유래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단오절 풍습도 굴원과 관련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단오절에 러우종(肉粽), 즉 ‘고기찹쌀밥’을 먹는 풍습이 있는데 이는 당시 백성들이 물고기와 새우가 굴원의 시신을 먹지 못하도록 대나무 잎에 찹쌀을 싸서 강물의 물고기와 새우의 먹이로 던져준 데서 유래했습니다. 러우종은 타이완말(민남어)로 ‘바장(Bah-tsàng)’ 혹은 ‘셔우바장(燒肉粽Sio Bah-tsàng)’이라고 하는데 이 ‘셔우’자는 한자로 불태울 소(燒)자를 쓰며 뜨겁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이거 왜 얘기하냐면 오늘 멜로디가든 시간에서 제가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노래는 바로 <셔우바장>이라는 굉장히 유명한 타이완어 노래입니다. 

<셔우바장>은 <베바장(賣肉粽bē Bah-tsàng)>이란 타이완어 가요를 조금 각색해서 만든 노래입니다. <베바장>는 1949년에 발표된 곡으로 장추이둥송(張邱東松)이란 음악인이 작곡·작사한 것입니다. 1949년은 중국 공산당과의 국공내전에서 패한 국민당이 타이완으로 철퇴한 해였습니다. 당시 제2차 세계대전의 여파로 타이완의 실업 및 인플레이션 문제가 아주 심각했으며, 그때는 조금이라고 먹고 살기 위해 거리로 나와 장사를 하는 사람이 정말 많았는데 <베바장>은 바로 장추이둥송이 추운 겨울 밤에 길거리에서 러우종을 팔고 있었던 노점상을 보고 제작한 노래라고 합니다. 가사를 보면서 당시 타이완이 물가 상승과 일자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상황을 엿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物件一日一日貴”라는 가사는 직역하자면 ‘물건은 날이 갈수록 바싸져’라는 뜻이 되는데 이는 물가상승 문제가 심각했던 당시의 현실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出業頭路沒半項”은 ‘졸업 후에는 일자리를 찾지도 못하구나’라는 뜻인데 실업률이 높았던 타이완의 전후초기의 경제 상황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한편, 가사에도 음악으로 먹고살기가 어려워 우울해하던 장추이둥송의 심정이 나타나 있습니다. 장추이둥송은 일제시기인 1903년에 태어났으며, 어릴 때 한 의사 가정에 입양됐습니다. 장추이둥송의 양아버지는 아들이 자신처럼 의사가 되기를 바랬지만 장추이둥송은 자신의 뜻대로 음악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그러나 1959년 뇌졸중으로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는 결국 음악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베바장>의 가사, 특히 첫째 단락의 가사를 보면 음악을 하기로 해서 양아버지를 실망시켰던 장추이둥송의 미안함과 우울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 가사는 다음과 같습니다. “스스로 서글퍼하고 한탄하는 불행한 나(自悲自嘆歹命人)/부모님은 본래부터 나를 많이 예뻐해주셨지(父母本來真疼痛)/나를 위해 교육도 시켜주셨지만(乎我讀書幾多冬)/졸업 후에는 일자리를 찾지도 못하구나(出業頭路無半項)/그래서 잠시라도 고기찹쌀밥을 팔고 있어(暫時來賣燒肉粽)”라는 가사입니다. 그래서 <베바장>은 당시 사회와 개인 인생에 대한 장추이둥송의 무력감을 듬뿍 담은 곡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노래는 진솔하고 현실적인 가사로 민중 사이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었으나 가사가 현재 국민의 어려움은 정부의 무능과 부패 때문에 발생한 것임을 암시한다는 해석으로 1959년까지는 금지곡으로 지정됐습니다. 1959년에는 궈진파(郭金發, 곽금발)라는 가수가 노래의 첫 마디 “스스로 서글퍼하고 한탄하는 불행한 나(自悲自嘆歹命人)를 “순수했던 어린 시절을 회상하며(想起細漢真活動)”로, 노래 제목도 <셔우바장>으로 바꾸고 다시 부르고 발표한 후 이 노래는 금지곡에서 해제됐습니다. 궈진파도 이 곡으로 누구나 알고 있는 국민 가수가 됐습니다. 이 노래는 정말 많은 가수들이 다양한 스타일로 리메이크하고 커버했지만 궈진파 버전은 가장 인기있고, 또한 가장 의미 깊은 버전으로 여겨집니다. 한편, <셔우바장>이 발표되어 큰 인기를 받으면서 타이완 사람들이 바장을 파는 사람들을 그냥 ‘셔우바장’으로 지칭하기 시작하기도 했는데요. 1986년 3월 5일 타이베이시에서 발생한 이른바 ‘셔우바장 사건(燒肉粽事件)’은 바로 자전가를 타고 셔우바장을 판매 중이던 남자가 투신자살을 시도한 자살자와 부딪혀 사망한 사건입니다. 또, <셔우바장>에서 영감을 얻어 만든 동명영화도 있는데요. 이만큼 <셔우바장>은 당시 정말 많이 유행했었고, 지금까지도 대표적 타이완어 노래 중 하나로 유명합니다. 이렇게 단오절을 앞두고 <셔우바장>을 한번 소개봤습니다. 즐겁게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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