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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의 천뢰지음' - 궈잉난

  • 2022.04.06
멜로디 가든
궈잉난&마란음창팀(郭英男&馬蘭吟唱隊, Difang & Ma Lan Choir)이 1998년 발표한 1집 ‘생명의 순환(生命之環)’ 음반 커버 – 사진: KKBOX

1996년 애틀란타 올림픽 홍보곡의 가창자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타이완 원주민 가수 궈잉난(郭英男-곽영남, Difang)은 1921년 타이둥현 아메이(阿美)족 마란(馬蘭)부락에서 태어났습니다. 타이완 원주민은 언어만 있고 문자가 없어 모든 기록과 사건은 구전(口傳)에 의해 보존될 수밖에 없어서 원주민 사회에서는 ‘가요(음악)’는 감정을 표현하거나 전달하는 방식일 뿐만 아니라 역사를 기록하고 삶의 경험과 지혜를 전승하는 도구이기도 합니다. 아메이족 가요의 특색은 형식이 다양하고, 리듬이 경쾌하고, 따라부르기가 쉬우며, 가사가 거의 없는 것입니다. 현재 우리가 듣는 유행음악은 대부분 다 가사가 있고 가사가 없었으면 노래의 의미를 알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아메이족 사람에게는 가사가 없다고 해서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가사가 없기 때문에 더 많은 메이지가 담겨 있는 것입니다. 아메이족인에게는 가요는 일상생활에서의 아주 중요한 일부인 만큼 합창할 때 가요를 이끄는 선창자 역할은 보통 노래도 잘 부르고 명망도 높고 족인으로부터 존경을 받는 연장자가 담당하는데 하지만 궈잉난은 가창에 남다른 재능을 가졌기 때문에 17세의 젊은 나이에 부락의 선창자가 됐습니다.

1978년 타이완 유명 민족음악 학자인 쉬창훼이(許常惠)는 민족음악조사팀을 인솔하여 타이둥에서 아메이족 음악을 수집할 때 궈잉난과 그의 아내인 궈슈주(郭秀珠)가 노래하는 소리를 우연히 듣게 되어 너무 진귀하다고 생각해서 궈잉난 부부를 타이베이로 올라와서 녹음을 하도록 초청을 했으며, 1979년 그들의 목소리를 담은 LP판  ‘아메이족 민가(阿美族民歌)’를 발행했습니다. 이를 계기로 궈잉난은 전통가요 보존 및 전승의 중요성을 깨닫고 아내와 4명의 친우들과 함께 '마란음창팀(馬蘭吟唱隊, Ma Lan Choir)'을 결성해 공연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1988년 궈잉난 부부가 포함된 아메이족, 파이완(排灣)족, 부농(布農)족 출신 20여 명의 가수들로 구성된 ‘중화민국 산지 전통 음악 무용 유럽방문단(中華民國山地傳統音樂舞蹈訪歐團)이 프랑스 파리 세계문화관에서 주최한 ‘태평양지역 원주민 무용 음악 축제’에 참가했습니다. 궈잉난 부부는 축제 공연에서 아메이족의 전통가요, 풍년제(豐年祭)를 정식으로 시작하기 전 축제가 무사히 끝날 수 있기를 하는 바람으로 부락 장로들이 한때 모여서 함께 부르는 가요인 〈노인음주가(老人飲酒歌)〉를 부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고, 현지 언론매체들이 그들의 목소리를 ‘타이완의 천뢰지음(天籟之音)’이라고 극찬했습니다. 축제의 주최자인 세계문화관도 라이브 공연과 쉬창훼이가 제공했던 녹음 파일을 모아 ‘타이완 원주민 복음 성악’이란 앨범을 만들었습니다.

1993년 독일 전자음악 밴드인 에니그마(Enigma)는 이 앨범에 수록된 〈노인음주가〉의 일부를 사용하여 ‘Return to Innocence(순수로의 회귀)’라는 노래를 만들어 발표했습니다. 이 노래는 아일랜드를 비롯해 10여 국에서 1위를 오른 기록을 세웠으며 1996년 애틀란타 하계 올림픽의 주제곡이자 홍보영상 삽입곡으로 쓰였습니다. 영상은 30초밖에 없어 아주 짧지만 궈잉난의 생명력이 넘치는 우렁찬 목소리가 큰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에니그마가 사전에 궈잉난의 허락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궈잉난은 에니그마에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시건은 원주민 문화 및 저작권에 대한 전세계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으며, 이에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원주민의 저작권을 보장한다는 취지로 ‘원주민 지식재산권 기금회’를 설립했습니다. 그리고 타이완 입법원도 관련 저작권법을 개정했습니다.

1998년 궈잉난과 마란음창팀은 첫번째 앨범 ’생명의 순환(生命之環)’을 발행했습니다. 앨범의 프로듀서인 단 락스만(Dan Lacksman)은 〈노인음주가〉를 비롯한 10곡의 아메이족 전통가요를 현대 음악의 요소로 재해석했습니다. 앨범에는 아카펠라 버전의 〈노인음주가〉도 수록되어 있는데 악기 반주가 없어서 아메이족 특유의 창법과 가요에 담긴 소박한 아름다움이 더욱 강렬하게 느껴집니다. 1999년에는 그들은 두번째 앨범 ‘노란색 지구를 건너(橫跨黃色地球)’를 발표했습니다. 이 앨범은 또한 아메이족 전통가요를 각색해 만들어진 노래로 구성되며, 타이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음악시상식 제11회 금곡장(金曲獎) '베스트 포크 뮤직 앨범상'을 수상했습니다.

궈잉난과 마란음창팀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아메이족의 전통 음악을 전승했으며, 〈노인음주가〉가 세계적인 사랑을 받은 것은 원주민 음악 열풍을 일으켰을 뿐만 아니라, 더 많은 원주민이 대중가요계에 진출하는 동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궈잉난은 2002년 3월 29일 패혈증으로 인한 폐렴으로 81세의 생을 마감했고, 그의 아내와 마란음창팀의 탐원도 있따라 세상을 떠났지만 마란부락의 젊은이들은 제2대 마란음창팀을 구성하여 계속해서 아메이족 전통음악을 보존하는 사명을 이어 나가고 있습니다. 한편, 제2대 마란음창팀과 타이완 록밴드 체어맨 밴드(董事長樂團)의 콜라보 앨범인 ‘파커랑八歌浪Pakelang’은 며칠 전 미국에서 개최된 '제64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 '베스트 레코딩 패키지'부문 수상작으로 선정됐는데 정말 좋은 소식입니다. 이를 계기로 타이완 원주민 음악은 더욱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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