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아한 목소리와 힐링 주는 음악으로 유명한 타이완 여성 싱어송라이터 천치전(陳綺貞, 진기정)은 1975년 타이베이시에서 태어났습니다. 피아노 선생님이던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4살 때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고,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기타 동아리에 참가함으로써 기타를 접하게 됐습니다. 후에 국립정치대학교 철학학과에 진학했으며 대학 기간 동안 ‘선크림(防曬油)’이란 밴드의 보컬로 활동하는 동시에 개인으로 ‘목선 민요가창대회(木船民謠歌唱大賽)와 정치대에서 개최한 노래자랑대회인 금선장(金旋獎)에 참가하여 모두 1등을 했습니다. 1998년 매직 스톤 뮤직(魔岩唱片)과 전속계약을 체결하고 1집 앨범인 '생각 좀 하게(讓我想一想)'를 발표하며 데뷔를 했습니다. 이후, 2집 '여전히 외롭다(還是會寂寞)'가 인기를 얻으며 대중에게 널리 알려졌습니다.
천치전은 데뷔 후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총 7장의 앨범을 발표했으며 매 앨범마다 자신만의 독보적인 음악과 콘텐츠를 선사하여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특히 영감은 모두 일상생활에서 얻은 것이라 이를 바탕으로 쓴 가사는 더욱 공감을 주고 여운을 남깁니다. 천치전은 일반 가수와 달리 노래 홍보를 위해 TV방송에 출연하지는 않고 SNS도 자주 사용하지는 않지만 앨범을 낼 때마다 큰 화제가 되고 콘서트를 열 때마다 매회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2009년 1월에 천치전은 여성 싱어송라이터 최초로 타이베이 아레나에서 콘서트를 열었는데 당시 홍보도 하지 않은 채 만여 장의 티켓이 하루만에 매진된 기록을 세웠을 뿐만 아니라 게스트도, 스폰서도 없이 자신과 음악팀의 힘으로만 콘서트를 완성하는 장거를 이루기도 했습니다. 이렇게 ‘상업적’이지 않아서 그는 음악계의 독특한 존재로서 음악과 언행으로 많은 젊은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으며 ‘천치전 현상’이란 단어까지 생겼습니다. 천치전의 좋은 노래가 많지만 시간이 모자라서 대표작 가운데 몇 곡을 골라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첫번째 소개해드릴 작품은 데뷔작 '생각 좀 하게'입니다. ‘생각 좀 하게’에는 천치전이 데뷔하기 전 음악 경기 대회에서 불렀던 창작곡과 대학 밴드 선크린의 멤버로 활동할 때 만든 노래 총 10곡이 수록되며 천지전의 우수한 작곡, 작사, 편곡 능력을 보여줬습니다. 동명 타이틀곡 ‘생각 좀 하게’는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서 잠시나마 몸과 마음을 멈추고 사색의 시간을 가져보고 싶어하는 현대인의 심정을 노래합니다.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이 바쁜 도시와 나의 생각(該如何整理 這忙亂的城市 還有我的心事)/시끄러운 12월 밤에 숨어 조용히 혼자 있고 싶어(躲在十二月熱鬧的夜 我只要一個人 安安靜靜地)/뭐가 옳다 뭐가 좋다, 묻지도 말고 추측하지도 말라(什麼對 什麼好 不要問 不要猜)/나한테도 너무 가까이 오지 마(不要太靠近我)/용기를 내 잠시 멈출 수 있어?(可不可以勇敢地停下來)/조금 더 공간이 필요해, 생각을 좀 할 수 있게(我要多一點空間 好讓我再想一想)”라는 가사가 있는데 어려운 단어가 별로 없고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거죠? 이는 천지전 노래의 가장 큰 특색 중의 하나입니다.
두번째로 소개해드릴 노래는 전치전의 가장 유명한 노래, 그의 대표작 중의 대표작인 ‘여행의 의미(旅行的意義)’입니다. ‘여행의 의미’는 2005년에 발표된 4집 ‘화려한 모험(華麗的冒險)’의 수록곡입니다. 가사의 핵심 주제는 ‘여행’이고 멜로기도 경쾌하지만 사실은 ‘새드 엔딩으로 끝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노래입니다. “너는 수많은 아름다운 풍경을 봤었고, 너는 수많은 예쁜 여자를 만났고(你看過了許多美景 你看過了許多美女)/너는 지도 위의 모든 길에서 방황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어(你迷失在地圖上每一道短暫的光陰)/너는 파리의 밤을 음미했고, 너는 눈이 내리는 베이징을 걸었고(你品嚐了夜的巴黎 你踏過下雪的北京)/너는 책 속의 네가 가장 좋아하는 모든 ‘진리’를 잘 기억하고 있었어(你熟記書本裡每一句你最愛的真理)/그렇지만 날 사랑하는 이유를 말하지 않었어(卻說不出你愛我的原因)/그렇지만 나의 어떤 표정을 좋아하는지 말하지 않았어(卻說不出你欣賞我哪一種表情)/그렇지만 어떤 상황에서 내가 너를 설레게 했는지 말하지 않았어(卻說不出在什麼場合 我曾讓你動心)/나를 떠난 이유도 말하지 않았어(說不出離開的原因)”라는 가사가 있는데 이해하기가 어렵지 않지만 되게 재미있고 신선한 묘사라고 생각하는데요. 또 가장 핵심적인 가사는 맨 마지막 구절에 나옵니다. “네가 나를 떠난 것은 바로 여행의 의미다”라는 가사인데 “이별을 겪어 봐야 성장하고, 너를 떠나야 더 좋은 사람, 더 좋은 여행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을 전하고 있는 같습니다.
세번째이자 마지막으로 소개해드릴 노래는 ‘물고리(魚)’입니다. ‘물고기’는 2009년에 발표된 5집 ‘태양(太陽)’의 수록곡입니다. 천치전의 노래 중 가사가 쉬워서 금방 이해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뜻이 너무 깊고 너무 ‘철학적’이라서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지 잘 파악하지 못하는 것도 많습니다. ‘물고기’는 바로 후자입니다. 노래 제목은 ‘물고기’이지만 가사에는 ‘물고기’라는 단어가 하나도 나오지 않습니다. 이 노래는 천치전이 물고기를 키우면서 영감을 얻어 만든 것입니다. 당시 그가 키웠던 물고기는 밤마다 어항 밖으로 튀어나오고 바닥에서 발버둥쳤는데 천치전이 그들을 어항 안에서 다시 넣었지만 다음날에 또 다시 튀어나왔습니다. 이를 보면서 천치전은 물고기는 마침 현대 도시의 삶에 적응하지 못해서 도망하고 싶은 자신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당시 천치진은 물고기의 기억력 지속시간은 불과 7초밖에 되지 않는다는 뉴스를 우연히 봤습니다. 그는 “끝이 없는 바다에서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고 기억의 속박도 받지 않는 물고기는 ‘극적’이고 ‘절대적’인 자유를 지니고 있으며, 하지만 우리는 물고기의 이러한 자유를 갖고 싶으면 인간의 ‘기억하고 싶은 본능’을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물고기’는 사실은 ‘선택’을 얘기하는 노래입니다.“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러므로 노래에는 묘사하는 심정과 상황이 서로 다른 가사가 많습니다. 예를 들면 ‘그에게 나를 경계까지 밀게 하고 나를 힘껏 발버둥치게 해(讓他推向我在邊界 奮不顧身掙扎)라는 가사와 “그에게 나를 손에 받쳐 들게 하고 나를 자유롭게 살게 해(讓他捧著我在手掌 自由自在揮灑)라는 가사가 있는데 누군가가 나를 경계로 밀고 현대의 삶에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게 하는 것을 원하면서도 그냥 한 쌍의 따뜻한 손에 계속 있고 싶기도 하는 모순된 심정을 묘사합니다. 또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용기를 내서 얻고 싶은 포옹이 있다면(如果有一個懷抱勇敢不計代價)/나를 날게 하지마, 나를 부드럽게 길러 줘(別讓我飛 將我溫柔豢養)”라는 가사와 “말도 안되게 더러운 세상이 있다면(如果有一個世界渾濁的不像話)/태양을 갈망해서 날아봤던 나를 용서해줘(原諒我飛 曾經眷戀太陽)라는 가사가 있는데 “부드러운 품에 안기고 싶지만 이 더러운 세상을 싫어해서 태양으로 날아가고 싶기도 하는 마음을 그립니다. 가사가 매우 예쁘지만 이해하기가 좀 어렵죠?
한편, 천지전은 자신의 음악 외에도 기타 가수의 앨범에 작곡가 혹은 작사가로 참여를 많이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천치전은 그림도 그리고 산문도 쓰고 전시회도 여는데 매우 다재다능한 아티스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나만의 음악을 하는 타이완 여자 싱어송라이터 천치전의 ‘물고기’를 들으면서 오늘의 방송을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