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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운과 비전

  • 2023.01.03

대만과 한국의 다양한 문화 이야기
-2023.01.03.
-진행: 노혁이, 백조미
-비운이지만 비전 있는 스타트업 사업가 -

1 세계에서 가장 운이 나쁜 스타트업

코로나 때문에 이 보다 더 불행한 회사가 있을까 싶은 스타트업이 있다. 2020년 1월 23일 첫 비행을 시작하고, 단 6번 비행기를 띄운 후에 운항이 중단된 항공사, 대만의 스타룩스 항공사다. 스타룩스는 대만의 3번째 Full-Service Carrier인데, 풀서비스 항공사가 뭔지 찾아봤더니, 하여튼 저가항공사는 아니라는 뜻이란다. 설립은 2018년에 되었지만, 첫 상용비행은 2020년 1월에 이루어졌는데, 그 시기에 맞추어 전세계에 코로나가 창궐한 것이다.

2 에버그린 창업자, 창융파

스타룩스에 대해 이야기하려면 우선 에버그린 그룹에 대해 이야기해야한다. 에버그린은 창업자 창융파(1927~2016)가 20년 넘은 중고화물선을 구입해 자신의 해운회사를 출범시키면서 1968년에 탄생했다. 그는 창업 4년 만에 배를 12척까지 늘였는데, 해운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라고 보았다. 그래서 당시에 흔치 않던 정기 노선을 운항했다. 배가 비어 있어도 운항할 정도로 고객과의 약속을 중시했고, 에버그린 해운은 세계 4대 해운사로 성장하면서, 항공, 호텔, 화물, 물류 분야에 진출했다. 창융파 회장은 그의 이타경영이라는 경영철학으로도 유명한 분이다. ‘너 죽고 나 사는 사업이란 없다’고 단언하며, 사업의 최대 미덕은 최고의 이윤이라 생각하는 시대에 ‘타인을 이롭게 한다’는 낯선 가치를 통해 자수성가하신 분이라고 한다.

2.5 여기서 잠시 한진 이야기

이야기가 잠시 딴 곳으로 흐르지만, 비슷하게 해운회사로 성공해서 항공업계에 진출한 분으로 우리나라에는 조중훈 한진해운 창업자가 있다. 조중훈 회장의 손주 삼남매들이야 워낙 유명하시지만, 나는 조중훈 회장님에 대한 일화를 직접 전해들은 일이 있다. 이야기를 해주신 분은 당시 가난한 중학생으로 조회장님댁에 신문을 돌리고 있었다. 그 집에서는 아침 일찍 회장님이 직접 신문을 가지러 나오셨는데, 중학생을 보시더니 몇살이냐, 학교는 어디 다니는가를 물으시고는 어린 아이가 대견하다면서 학비에 보태라고 큰 용돈을 주신 적이 있다고 했다. 어린 중학생을 대하는 태도가 어찌나 자상하셨는지, 이제 오십대가 된 그 중학생은 그 시절의 조회장님을 회상하며 정말 존경할 만한 분이라고 거듭 말씀하셨다. 역시 막대한 부는 쌓기보다 물려주기가 더 어렵다. 

3 창융파의 별세와 자식들의 재산 분쟁

창융파 회장은 원래 전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이야기한 바가 있다. 그러나 2016년에 88세를 일기로 타계하면서 공개된 유언장은 가족들은 물론이고 세상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1조9천억에 이르는 모든 예금, 주식, 부동산을 넷째아들 창궈웨이에게 물려준다는 유언이었다. 아울러 에버그린그룹의 회장직도 넷째에게 물려준다는 것이었다. 창융파 회장은 첫째부인에게 장녀와 삼형제를 두었고, 둘째 부인에게 아들 하나를 두었는데, 아버지의 모든 유산을 물려받은 것이 둘째 부인의 독자, 장궈웨이였던 것이다. 당시 장궈웨이는 에바항공의 CEO였는데, 아버지는 일찍부터 항공사를 막내아들에게 물려주려고 했었는지 모른다. 형제 중에 유독 총명했던 장궈웨이는 에바항공의 정비사로 시작하여 조종사 면허까지 따냈고, 회장이 되기 전에는 에바항공의 싱가폴 노선을 취항하는 B777기의 기장이었다. 그러나 아버지가 타계하자, 첫째 부인의 형제들은 이사회를 소집하여 막내 창궈웨이를 에바항공의 회장직에서 박탈하고 쫓아내버린다. 아버지가 돌아가신지 두달만의 일이다.

4 새로운 항공사, 스타룩스 설립

창궈웨이는 에바항공에서 나오면서, 새로운 항공사를 만들겠다는 선언을 한다. 그리고 2018년에 스타룩스를 설립하고, 2020년 1월에 대망의 첫 상용비행을 시작한 것이다.

Born to be luxury, shining like stars.

스타룩스는 이런 슬로건으로 시작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도 아닌데, 이 슬로건은 뭔가 뭉클하게 하는 것이 있다. 게다가 최근의 신생항공사들이 저가 항공사였던 반면에 스타룩스는 처음부터 럭셔리 항공사를 표방했다. 세상에 치킨집이 얼마나 많은데, 남들처럼 싸고 양많은 치킨을 연구한 것이 아니라, 비싸고 양도 적은 치킨을 표방했다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비행기도 최신형의 에어버스를 도입하고 실내 인테리어는 BMW의 디자인팀이 담당했다.

기존의 항공업계가 특정 클래스의 고객에게 특권을 주는 개념이었다면, 스타룩스는 이코노미를 포함한 모든 클래스의 고객에게 하이엔드의 경험을 선사하겠다는 발상이었다. 전 회사를 떠나면서 지난 5년간은 열번중에 아홉번을 오로지 저가항공사만 타면서 싼값에 어울리는 서비스를 경험하고 나니, 스타룩스 꼭 한 번 타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5 창융파의 유언은 왜?

창융파회장은 마흔네살에 둘째 부인에게 얻은 아들 하나가 그리도 예뻤을까? 왜 1조 9천억의 유산을 모두 막내에게만 몰아줬을까? 자식들의 지분을 보니 조금은 이해가 간다. 시총 4조원 정도 되는 에버그린 해운의 주식은 첫째 부인과의 4남매가 모두 18퍼센트 정도 갖고 있는데, 배다른 막내는 0.01퍼센트다. 에바항공의 경우, 형들이 합쳐서 지분 3퍼센트를 갖고 있는데, 막내는 0.03퍼센트만 갖고 있었다. 회장님이 88세가 되어 돌아가셨는데, 후계 준비를 안했겠는가? 이미 자식들은 각자의 지분을 챙기며 물려받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의외지만 형들에 비하면 막내는 회장님 생전에 회사 지분을 거의 물려받지 못했다. 창회장은 자신이 세상을 떠나면, 막내아들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쫓겨날 것이 뻔한 막내에게 가능하지도 않은 그룹 회장직을 물려주겠다는 유언은 그래서 더욱 애틋하다. 자신의 뜻을 존중해줄 누군가가 에버그린에 남아있다면, 막내아들을 도와달라는 메세지가 아니었을까 싶은 것이다.

6 Fly to the Moon

2020년 추석, 단 6번 비행을 하고 더 이상 비행을 하지 못했던 스타룩스는 Fly to the Moon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월병셋트를 구성하고, 비행기에 실리는 화물컨테이너 모양의 상자에 월병을 담아 놓았다. 하늘도 못나는 시기에 달에 가겠다는 사람들. 태국에 출장갈 때 드디어 스타룩스를 타본 적이 있었다. 아주 좋았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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