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천재 소년의 일찍 시듦 - 로빙화

  • 2021.04.23
포르모사 문학관
'로빙화(魯冰花)' 영화 DVD - 사진: '보커라이(博客來) 인터넷 서점' 사이트

'타이완 문학의 어머니(台灣文學之母)’라고 불리는 하카 작가, 중자오정(鍾肇政)의 첫 장편 소설  ‘로빙화(魯冰花, The Dull-Ice Flower)’는 1960년부터 연재됐으며, 1989년 동명 영화로 만들어지고 타이완 영화 시상식 금마장(金馬獎)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베를린 국제 영화제 등 해외 영화 시상식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2006년 드라마로 제작되고 하카 TV채널의 최고 시청률을 돌파했습니다.

‘로빙화’ 영화는 소설 원작의 스토리를 그대로 담아내는 동시에 원작의 감성을 더욱 살려서 소설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로빙화는 잠시 피었다가 지는 꽃이고 죽어서 차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거름이 되어서 꽃말이 모성애라고 합니다. 그리고 로빙화의 민남어 발음은 ‘길가의 꽃(路邊花)’를 뜻하는 단어의 민남어 발음과 비슷해서 ‘취약 계층’의 상징이  생겼습니다. 중자오정의 고향 롱탄(龍潭)향은 마침 타이완 전역에서 제일 먼저 로빙화를 재배한 지역입니다. 한편, 영화 주제곡은 또한 ‘로빙화’라고 불리는데 타이완 원주민 가수 정수친(曾淑勤)이 불렀으며,  1989년 금마장 영화OST상을 수상했습니다.

영화 줄거리는 소설과 거의 똑같습니다. 한 젊은 미술 교사는 큰 도시에서 경치가 아름다운 시골 초등학교로 발령되고,  학생 구아밍(古阿明)의 미술적 재능을 발견합니다. 구아밍은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를 잃고 차를 재배하는 농민인 순박한 아버지와 어머니 역할을 하는 다정한 누나와 함께 살고 있으며, 말을 잘 듣지 않고 학업에 항상 꼴등이지만 색깔과 주변 사물에 예민하고 풍부한 상상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구아밍의 작품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미술 교사는 높이 평가하며, 그를 전국 미술 대회 선수로 선정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학교 교장과 기타 교사들은 정치적 이익을 위해 경직된 미술적 관념을 가진 향장의 아들을 대회 선수로 뽑습니다. 재능 있는 아이가 어른이 욕심의 희생물이 돼버린 것에 분노해서 그 미술 교사는 구아밍에게 작별을 고한 후 구아밍의 차 벌례 그림을 가지고 떠납니다.

간 질병에 시달리는 구아밍을 치료하기 위해 그의 아버지는 향장에서 돈을 빌리고 싶어하지만 거절을 당합니다. 치료를 받지 못하고, 더불어 그림 대회에 참여하지 못하며 좋아하는 미술 교사도 떠나기 때문에 구아밍의 병이 악회됩니다. 보슬비가 내린 어느날, 구아밍은 아름다운 산수경치화를 그리는 소망을 이루기 위해 혼자 강가에 가는데 거기서 인생의 마지막 작품을 그리다가 미술 교사에게 선물 받은 붉은 크레용을 잡은 채 죽습니다. 구아밍이 매장된 지 얼마 안 되고 그의 차 벌레 그림은 세계 아동 그림 대회 1등을 획득한 소식이 전해옵니다. 로빙화는 다시 피지만 구아밍은 더이상 돌아오지 않을 겁니다…

영화의 시작과 끝은 모두 로빙화밭의 화면으로 끝났는데요. 그러나 영화 스토리는 로빙화와의 직접 관련성이 거의 없습니다. 소설도 마찬가지로 앞부분 한번과 뒤부분 한번 총 2번만 로빙화를 언급했습니다. 그럼에도 중자오정은 소설 제목을 ‘로빙화’라고 명명한 것은 3가지 원인이 있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하나는 구아밍의 인생은 로빙화의 개화기처럼 매우 짧은 것이고 하나는 구아밍의 누나는 어머니처럼 구아밍을 대해주는 것이고 마지막은 중자오정의 고향은 로빙화 재배지입니다.

 ‘로빙화’는 빈부격차와 교육 경직화, 교육에 정치 개입, 농촌 발전 등 각종 사회 문제를 다룹니다. 타이완의 빈부격차는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으며, 빈익빈부익부 현상의 가속화와 집값의 지속적 상승으로 인해 타이완 인민 삶의 질은 떨어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2019년 가정 수입 및 지출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수입이 가장 많은 20% 가정의 총소득은 가장 적은 20% 가정보다 6.1배가 많아 빈부격차가 7년 만에 최다치로 벌여졌습니다.

영화는 또한 교육 체제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 바가 있는데요. 높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표준화된 지식을 열심히 공부하지만 활용할 줄 모르며, 주입식 교육만 받기 때문에 생각이 경직화되고 독립적이고 비판적인 사고 능력이 점점 없어지는 학생이 정말 많습니다. 고정관념과 학벌주의의 틀에 박힌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창의력까지 말살된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은 타이완 학교 교육이 직면하고 있는 위기입니다.

‘로빙화’를 통해 당시 1960년대 타이완 경제 및 교육 현황을 다소 엿볼 수 있으며, 이 문제점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로빙화는 3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타이완 최고 영화 중의 하나로 여겨집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관련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