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은 아들에게, 눈물은 자신에게' - 아들의 인형

  • 2021.03.26
1968년에 발표된 소설 ‘아들의 인형(兒子的大玩偶)’은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향토 문학 작가 황춘밍(黃春明)의 대표작이며, 영화로도 만들어진 바가 있다. - 사진: 위키백과 제공

1968년에 발표된 소설 ‘아들의 인형(兒子的大玩偶)’은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향토 문학 작가 황춘밍(黃春明)의 대표작인데요. ‘아들의 인형’은 발표된 지 53년이 지났는데 이 동안 타이완 사회가 당연히 크게 변했지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아들의 인형’은 지금까지도 수많은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을 만큼 시대와 상관없이 읽기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주인공 쿤수(坤樹)는 학교교육을 받지 못한 젊은 사람인데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를 위해 길거리에서 극장 홍보를 직접 몸으로 하는 '샌드위치맨(Sandwich Man)’의 일을 시작합니다. 그는 매일 피에로로 분장하고 판자를 몸 앞뒤에 둘러메고 상영 영화 안내를 하는데 이 모습은 샌드위치의 모양과 같아서 ‘샌드위치맨’이라고 불리게 됩니다. 찜통 같은 여름에 두꺼운 피에로 옷을 입고 과도한 화장이 흘러내린 땀 때문에 엉망이 되는 익살스러운 모습으로 쿤수는 창녀, 학교 학생, 친척에게 조소를 많이 당합니다. 쿤수는 이런 일을 하는 것에 후회하지만 가족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매일매일 길거리에서 극장 홍보를 합니다.

아들이 태어난 후 쿤수는 아들이 가장 좋아하는 큰 인형이 되는데 부성애가 생긴 쿤수는 피에로로 분장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점점 없어지고 그를 괴롭히는 학교 학생에게도 포용심을 가지게 됩니다. 더불어 어진 아내가 항상 옆에서 자신을 지지하기 때문에 쿤수는 힘들어해도 버티고 일합니다. 나중에 극장의 홍보 방식이 바뀌어서 더 이상 피에로로 분장할 필요가 없는 쿤수는 아들의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화장을 안하면 아들이 나를 알아보지 못하구나’라고 인식해서 화장품을 꺼내 다시 아들의 큰 인형으로 분장합니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1960년대 후기 타이완은 농업 중심의 사회에서 공상업 중심의 사회로 넘어가는 전환 단계인데요. 이 시기에 타이완으로 전해진 새로운 문물이 전통적 관념과 어긋난 경우가 많아서 타이완 사람은 문화 충격을 많이 받았으며, 경제적 구조의 변화로 인해 소설 주인공 쿤수처럼 학교교육을 받지 못하고 장기가 없는 사람은 이를 악물면서 힘들게 살아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소설에서 쿤수는 아내에게 극장 홍보보다 편한 일이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 받아들이지 않고 오히려 ‘당시 이 일자리가 없었으면 아이를 낳지 못했을 수도 있는데 지금 사직하면 의리가 없다’고 아내를 혼내는 내용이 있는데요. 쿤수는 살면서 많은 여려움을 겪어 보는데도 받은 은혜를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모습은 당시 타이완 사람의 착하고 순박한 성격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합니다.  

소설에서 쿤수는 아들의 출생 신고를 늦게 해서 공무원에게 ‘출생 신고를 해야 하는 것도 모르면서 아이를 낳았니?’라고 조소를 당하는 내용이 또한 있습니다. 쿤수는 피에로로 분장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도 아들에게 더 좋은 미래를 열어주기 위한 것이지요. 그래야 그의 아들은 나중에 학교교육을 받을 수 있고 자기처럼 얼마나 노력해도 좀처럼 빈곤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일할 때도 해고를 당할까 봐 시시각각 걱장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이것은 타이완 저소득계층 사람이 근면하고 성실하게 살아도 사회의 관심과 중시를 받기 여러운 현실을 그대로 드러낸 것 겉습니다.

이 소설을 읽고 나서 쿤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현실을 직시하고 열심히 사는 용감하고 튼튼한 남편이자 아버지이지만 광대의 웃음 가면 뒤에 숨겨진 고통과 답답함은 얼마나 많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황춘밍은 따뜻한 표현 방식으로 타이완 1960년대 소시민의 모습을 그려냈는데요. 퍽감동적인 영웅 이야기도 아니고 눈물겨운 사랑 이야기도 아니라 그저 평범한 소시민의 일상생활을 담은 소설인데 수많은 타이완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게 참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들의 인형’과 황춘밍의 기타 2편 소설 작품 ‘샤오치의 모자(小琪的帽子)’와 ‘사과의 맛(蘋果的滋味)’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동명 영화 ‘아들의 인형(한국인에게는 "샌드위치 맨"이라는 이름으로 더욱 잘 알려져 있다고 합니다.)’은 1983년에 상영됐는데요. 영화는 당시 타이완 사회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호평을 많이 받고 ‘타이와 뉴웨이브 영화’의 시작으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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