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허 대표작 - 저울 하나

  • 2021.03.12
‘저울 하나(一桿稱子)’는 '타이완 신문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라이허의 작품이다. - 사진:라이허문교기금회(賴和文教基金會) 사이트

타이완 항일작가 라이허(賴和)의 단편소설 ‘저울 하나(一桿稱仔)’는 항일문학 작품이며, 1925년 12월에 완성되고 다음해 2월에 일치시기의 신문 ‘타이완민보’ 에 게재됐습니다.

‘저울 하나’의 시간적 배경은 일본 통치로 식민지 자본주의 사회로 변한 19세기 말, 20세기 초의 타이완입니다. 소설 중인공 친더찬(秦得參)은 소작농 후대인데 제당회사가 대부분의 땅을 빌려 버려서 땅이 없어 농사를 짓지 못하는 친더찬은 시장에서 채소를 팔기 시작하며, 일본 순사에게 뇌물을 주지 않아서 저울이 부서지고 도량형 규정에 위배하는 죄로 감옥에 들어갑니다. 모욕을 당한 친더찬은 인생의 비애를 깊이 느껴서 필사의 각오로 순사와 함께 죽기로 결심합니다. 라이허는 이 소설을 통해 일제의 식민지 경제약탈 정책과 착한 백성들을 괴롭힌 일본 경찰을 비판하고 불공정한 대우를 받은 타이완 인민에 대한 동정을 드러내며, 식민 통치에 용감히 반항하자고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소설은 내용에 따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 부분은 친더찬이 채소를 팔기로 하기 전의 약 30년 인생에 대한 묘술을 많이 합니다. 친더찬의 아버지는 소작농인데 친더찬이 태어나기 전에 이미 세상을 떠나며, 어머니는 나중에 재혼하지만 계부가 가정을 돌보지 않아서 어머니는 가족의 생계를 떠맡습니다. 친더찬은 16살 때 땅을 임차하여 경작하려고 하지만 일본제당회사로부터 비교적 많은 임대료를 수취하고 싶은 지주에게 거절을 당해서 농가를 도와주는 임시공이 됩니다. 친더찬은 18살 때 농가의 딸과 결혼한 후 아내의 도움으로 가정의 생활수준이 높아집니다. 3년 후 아들이 생기지만 어머니가 병사하며, 다음해 딸도 생기는데 아내가 집에서 아이를 돌봐야 돼서 친더찬은 일을 너무 많이 하다가 학질에 걸려 일을 못하게 하며 가정 생계가 곤란해집니다.

후 부분은 친더찬이 채소를 팔기로 결정한 후의 상황을 묘사합니다. 친더찬은 설날을 잘 보내기 위해 빌린 장신구를 담보로 잡고 받은 돈과 이웃사람에게 빌린 저울을 가지고 채소를 팔기 시작합니다. 섣달그믐날의 이틀 전에 친더찬이 한 순사를 만나는데 순사는 무료로 채소를 얻고 싶지만 성실한 친더찬이 그의 뜻대로 하지 않아서 순사는 벌컥 성을 내어 저울을 부서뜨립니다. 섣달그믐날 새벽에 순사는 또 채소를 팔려고 나오는 친더찬에게 고의적으로 시비를 거는데 친더찬은‘짐승’이라는 욕을 듣고 순사와 싸우다가 관청으로 압송됩니다. 친더찬은 도량형 규정에 위배하는 죄로 벌금형에 처합니다. 모욕감을 느끼는 친더찬은 섣달그음날 밤에, 즉 제야 때 의연히 경찰을 죽이고 자살합니다…

‘저울 하나’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과 노래가 많은데요. 지난번 소개해드린 ‘鬥鬧熱’라는 밴드가 또한 ‘저울 하나’의 이야기를 기초로 ‘친더찬에게(稱花-寫予秦得參)’라는 노래를 지었습니다. 노래를 들으시면 여자가 말을 하고 있는 소리를 들으실 건데요. 이것은 밴드의 여자 보컬이 친더찬의 아내를 연기하여 자신의 남편에게 말을 하는 것입니다.

라이허는 ‘저울 하나’를 썼을 때 ‘상징법’, ‘대조법’ , ‘쌍관법’ 등 문학적 기법을 많이 사용했는데요. 친더찬의 수명은 약 30년인데 이 소설이 게재됐을 때의 1925년은 마침 타이완은 일본의 식민지가 된 지 30년입니다. 그리고 소설 주인공의 이름 친더찬은 민남어로 하면  발음이 민남어 ‘정말 비참하다’의 민남어 발음과 비슷합니다. 이로 인해 친더찬은 30년간 일본의 통치로 비참한 삶을 사는 타이완인을 상징한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저울’은 ‘법률’의 상징이며, 소설 속에서 순사로 인해 부서지는 것은 친더찬이 생계를 유지하는 도구를 잃음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법률 제정자인 일본 정부는 스스로 법률을 위반하는 황당함도 표현합니다. 라이허는 이를 강조하기 위해 소설 제목 중의 ‘저물’ 두 글자를 특별히 ‘큰 따움표’로 표시했습니다. 저울은 또한 평등을 상징하는데 일본 경찰이 친더찬에게 ‘짐승’이라고 욕하는 것을 통해 당시 일본 통치 시기에 일본인과 타이완인 간의 불평등을 엿볼 수 있습니다.

한편, 한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그믐날은 가족이 모이고 즐겁게 보내는 날인데  주이공 친더찬 인생의 마지막 날이 되는 것은 너무나 강렬한 대비입니다.  

라이허는 주인공 친더찬의 성장과정, 학질을 치료하기 위해 쓰는 의료비용, 도량형 규정에 위반해서 물어야 하는 벌금 등 디테일한 것을 모두 자세하게 설명함으로써 자료의 진실성을 강조하고 일본 경찰이 타이완인을 괴롭히는 현실적 상황도 생생하게 그렸습니다.

‘저울 하나’는 라이허의 대표작이며, 학생들이 국문수업에서 반드시 배워야 하는 문학 작품인데요. 타이완인의 관심을 많이 얻었을 만큼 ‘저울 하나’는 정말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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