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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타이완 베스트셀러 트렌드, 자기계발서 흥행의 비밀은? 📖

  • 2025.01.06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최대 서점인 청핀(誠品)서점이 최근 2024년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발표했다. - 사진: 청핀서점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2024년이 지나고 한 해의 결실을 돌아보는 시간입니다. 2024년 한국에서 첫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다면, 타이완에서는 최초의 미국 네셔널 북 어워드 수상자가 탄생했습니다. 전자는 소설가 한강, 후자는 양솽즈(楊双子)입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여성인데요. 전 세계 문학계에서 여성의 영향력이 그 만큼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죠. 온 나라를 뜨겁게 달군 반가운 소식과 달리, 2024년에는 많은 작가들이 우리 곁을 떠났습니다. 과거 방송에서 소개된 귀신이야기의 마스터 스마중위안(司馬中原), 타이완 원로 작가 치방위안(齊邦媛), 만능 아티스트 레이샹(雷驤), 시인 야셴(瘂弦), 로맨스 소설가 충야오(瓊瑤) 외에, 민주화운동가 스밍더(施明德), 음악 프로듀서이자 작가 정화쥐안(鄭華娟), 그림책 작가 류보러(劉伯樂) 등도 지난해 별세했습니다. 안타깝지만 이들이 남긴 작품은 타이완 문학의 소중한 자산이 되었습니다.


지난해 별세한 타이완 원로 작가 치방위안 - 사진: 청핀 보고 캡처


2024년 타이완 베스트셀러 트렌드 📚️

새해에 독서 습관을 키우려면 먼저 책을 사야 하죠. 타이완 최대 서점 ‘청핀서점(誠品書店)’과 최대 온라인 서점 ‘보커라이(博客來)’는 최근 2024년 베스트셀러와 타이완인의 독서 트렌드를 공개했는데요. 우선 청핀의 보고는 뮤지컬 로맨스 영화 <스타 이즈 본>에서 따온 ‘리더(Reader) 이즈 본(一個閱讀者的誕生)’을 제목으로 인공지능 시대에 맞서는 독서 추세를 분석했습니다. AI를 비롯한 신기술이 보편화되면서 독자들의 태도는 거부와 불안에서 학습과 적응 등 긍정적, 능동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합니다. 2024년 베스트셀러를 보면, 자기계발, 과학기술, 국제 정세 변화에 관한 책이 가장 흥행입니다. AI에 대체되는 것을 두려워하기보다는 기존 방법에서 새로운 답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는 말이죠. 따라서 청핀은 새로운 독자가 탄생했다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보커라이도 AI가 세계에 미친 영향을 부각시켰는데요. 지난해 미국 대선을 맞아 AI, 반도체, 지정학적 변화, 타이완해협 정세를 주제로 한 책의 판매량이 하반기 들어 눈에 띄는 증가세를 보였습니다. 또 AI의 발달로 오디오북의 제작 시간과 비용이 대폭 축소되어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습니다. 한편,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해 온 멘탈관리 도서는 여전히 선두 자리를 지켰습니다. 특히 진행자이자 작가 차이강융(蔡康永)의 신작은 출시된 지 2개월 만에 7위를 차지하며 인간관계와 심리건강에 대한 독자들의 높은 관심을 재확인했습니다. 연령별로는 20대 남성은 라이트 노벨, 여성은 문학과 자기계발, 30-40대 남성은 경영투자와 인문학, 여성은 아동도서, 50대 이상은 특정 취미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외에 만화는 나이와 성별을 가리지 않고 전 연령층이 즐겨보는 장르입니다.   


보커라이가 발표한 독자 연령별 선호 장르 - 사진: 보커라이 보고 캡처

그렇다면 문학 장르의 시장 퍼포먼스는 어떨까요? 두 서점의 종합 TOP10에는 문학책이 거의 없지만, 문학 베스트셀러는 매우 유사합니다. 오랫동안 타이완에서 큰 인기를 누려 온 일본 추리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 그리고 <불편한 편의점>으로 지난 2022년부터 타이완 베스트셀러를 차지해 온 김호연 등 외국작가뿐만 아니라, 황산랴오(黃山料), 장시(張西), 부슈(不朽) 등 MZ세대를 겨냥한 타이완 신세대 작가들이 다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이 중 자기계발서를 위주로 창작하는 황산랴오의 신작은 청핀서점의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종합 2위에 그쳤지만, 지난 2021~2023년 3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침체된 출판시장을 살리는 유망주로 꼽힙니다. 오늘은 이 젊은 작가들이 과연 어떤 식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2024 청핀 베스트셀러 2위를 차지한 황산랴오 작가의 최신작 - 사진: 청핀 보고 캡처


MZ세대를 겨냥한 베스트셀러들 🎯

앞서 언급한 젊은 작가들은 상업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적지 않은데요. 한마디로 호불호가 갈리는 겁니다. 이들의 작품은 전통문학에 비해 문장이 짧고 읽기 쉬우며, 긴 문장에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읽을 수 있는 작품입니다. 그래서 책이라기보다는 인터넷 글, 작가라기보다는 인플루언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고, 심지어 팔기 위해 책을 쓴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한 보커라이 관계자는 이 작품들의 흥행 요인으로 10-30대 라이트 독자를 타켓팅한 출판사의 철저한 전략을 꼽습니다.

학계와 문학계에서는 문학이 인류 문명의 결정체만큼 숭고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지만, 디지털 시대에 접어들면서 다양한 콘텐츠가 쏟아지고 있는 만큼,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시장 트렌드에 맞추는 것은 그리 놀랄 일이 아니죠. 케이팝 산업을 예로 들자면, 수많은 그룹 중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위해서는 기획사의 치밀한 시장조사와 차별화된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특히 청순이냐 섹시냐 하는 포지션닝이 포인트이죠. 이 젊은 작가들의 포지셔닝을 보면, 황산랴오는 독자들에게 힐링을 주는 동네오빠 같은 캐릭터, 장시는 낯선 사람의 이야기를 쓰는 ‘참여형 글쓰기’로 데뷔하며 친구 같은 캐릭터, 타이완에서 유학한 홍콩인 부슈는 어두운 현실을 판타지적 필치로 풀어내는 마법사 같은 캐릭터입니다. 세 작가 모두 명확한 포지셔닝이 있어 마케팅에는 매우 유리합니다.

그렇다면 왜 10~30대 젊은 독자를 겨냥했을까요? 작가 본인이 이 연령대에 속한다는 점 외에도 책 문장이나 독서 취향을 SNS에 공유하는 유행 문화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한국 MZ세대 사이에서 유행한 “독서는 힙합”이라는 말처럼, 독서는 더 이상 개인취미가 아닌 커뮤니티와 밀접하게 연결되는 ‘과시 행위’입니다. 즉, 독서를 통해 개인의 인터넷 이미지를 수립하는 ‘과시적 독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이 작품들은 내용면에서 사랑, 성장, 정체성, 멘탈관리 등 젊은 독자들의 관심사에 최대한 가까이 접근하는 동시에, 콘텐츠 구성도 인터넷 문화에 맞게 SNS에 올리기에 편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기존 세대보다 독서량이 적은 디지털 네이티브가 필요한 책은 경전 같은 심오한 작품이 아니라 빠른 시간 내에 치유를 받을 수 있는 가벼운 글이기 때문이죠.

SNS의 운영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독자와의 긴밀한 상호작용, 빈번하고 트렌디한 출판 계획을 통해 독자들의 충성도를 높이고 긴밀한 커뮤니티를 형성시키는 겁니다. 이 책들의 표지를 보면 대부분 화려하고 색채가 풍부한데요. 이는 소장 욕구를 자극하기 위해 아이돌 앨범처럼 여러 가지 한정판 책 표지를 내놓는 전략입니다. 결론적으로 흥행의 관건적 이유는 정밀한 계산을 통해 젊은 독자들의 입맛에 맞춰 감정적 동반과 오락적 수요를 충족시켰기 때문입니다. 


황산랴오 작품의 표지들 - 사진: 보커라이


유행문화도 문학이라 할 수 있을까? 🤔

그러나 이러한 극히 시장지향적인 작품을 문학으로 할 수 있을까요? 전통문학이 예술성과 독특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는 여러울 것 같고 ‘유행문화’에 더 가깝습니다. 하지만 현재 독자들의 취향과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점도 간과할 수 없죠. 일본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이 지나치게 시장 트렌드에 맞춘다는 비판을 받으면서도 일본 문학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것처럼, 이분법으로 편협하게 판단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아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가벼운 작품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떨어진 집중력을 되찾는 방법, 나아가 전통문학의 틀을 깨는 새로운 시도일 수도 있습니다. 앞으로 문학의 정의가 넓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자기계발서들이 문학인지 아닌지를 논쟁하기보다는 작품 뒤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죠.

오늘은 2024년 타이완 베스트셀러 트렌드를 살표봤는데, 독서로 2025년을 시작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르의 책이든 전혀 상관없고, 독서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엔딩곡으로 방송 맨 앞에서 언급, 지난해 별세한 작가 정화쥐안이 작사, 작곡한 노래, 장칭팡(張清芳)의 ‘캘리포니아 선샤인(加州陽光)’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2024誠品年度閱讀報告
2. 2024博客來年度百大
3. 이승연, Z세대에게 ‘책 읽기=힙한 것’…2024 상반기 도서 이슈,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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