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다가오는 연말을 어떻게 보내는지 정하셨나요? 2025년을 앞두고 여기저기 축제 분위기이죠. 타이완 가장 대표적인 새해맞이 행사인 타이베이101 불꽃쇼의 준비가 한창이고, 원주민 여가수 장후이메이(張惠妹)의 타이베이 돔 콘서트도 마지막 콘서트를 맞아 팬들과 2024년의 마지막 날을 함께 보낼 겁니다. 또한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각 지방정부가 주최하는 새해맞이 콘서트에는 역시 많은 캐이팝 아이돌이 등장하는데요. 타이베이에는 걸그룹 에이핑크, 신베이에는 이특, 신동, 시원으로 구성된 슈퍼주니어의 유닛 L.S.S, 타이중에는 마마무 휘인, 타이난에는 2PM 준호, 가오슝에는 투애니원 다라가 무대에 오를 예정입니다.
문화계도 다채로운 연말 이벤트를 마련했습니다. 우선 지난 21일 저녁 고궁박물원에서 열린 ‘제3회 고궁의 밤(故宮之夜)’ 행사는 중국 4대 명작의 하나인 《홍루몽(紅樓夢)》을 주제로 고궁 컬렉션을 중국 문학의 최고 경전과 접목시켰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시민 2000여 명은 책 속 캐릭터로 분장해 고궁을 《홍루몽》 세계로 꾸미는 한편, 특별한 추리게임에 참여해 문학과 박물관의 매력을 색다른 방식으로 만끽할 수 있습니다. 내년 고궁박물원 개관 100주년을 맞아 더 많은 행사가 전개될 예정입니다.
‘제3회 고궁의 밤(故宮之夜)’ 행사에 참여한 시민들이 중국 4대 명작의 하나인 《홍루몽(紅樓夢)》 속 캐릭터로 분장해 고궁박물원을 참관하고 있다. - 사진: 고궁박물원 페이스북
타이완인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내셔널 북 어워드(National Book Award)’를 수상한 양솽즈(楊双子)를 비롯한 타이완 작가 10명을 운집한 ‘독서로 새해맞이(用閱讀跨年)’ 행사도 화제가 되었습니다. 예능 프로그램처럼 작가 10명을 ‘베테랑’과 ‘신세대’ 두 팀으로 나눠 작가들이 추천하는 작품을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독자는 투표 이벤트에 참여하면 행사에서 언급된 책을 받을 수 있습니다. 지난 23일 타이베이 청핌서점 숭산문화단지지점(誠品書店松菸店)에서 열린 이 행사는 내일(31일) 오후 8시 타이완 공영방송 PTS에서 방영되어 전 세계 애서가들과 함께 카운트다운 합니다. <포르모사 문학관> 2024년의 마지막 시간인 오늘, 타이완의 연말 문학 행사들을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2025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문학상 및 금접상 수상작들🥇
연말의 문학 행사하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문학상을 빼놓을 수 없죠. 내년 2월 4일부터 9일까지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에서 열리는 도서전을 앞두고, 도서전 문학상은 지난 19일 수상명단을 발표했습니다. 소설 부문에서는 산악사건과 타이완 역사를 접목한 주허즈(朱和之)의 《해가 하인사산에 떨어졌을 때(當太陽墜毀在哈因沙山)》, 20세기 홀로코스트로 인간성 본질을 묘사하는 퉁웨이거(童偉格)의 《라보드 난수(拉波德氏亂數)》, 회고록 형식의 여성 성장 이야기인 리자잉(李佳穎)의 《오븐에 들어가기 좋은 날(進烤箱的好日子)》, 논픽션 부문에서는 여성 관점에서 사회적 사건을 재해석한 후무칭(胡慕情)의 《한 여성 살인범의 스케치(一位女性殺人犯的素描)》, 타이완 계엄시대를 배경으로 한 팡훼이전(房慧真)의 《밤놀이(夜遊:解嚴前夕一個國中女生的身體時代記)》, 류징쥐안(劉靜娟)의 타이완어 에세이집인 《소나기가 내리는 오후(落西北雨的下晡)》, 아동 및 청소년 도서부문에서는 타이완 시대별 여성의 이야기를 음식으로 풀어낸 펑수화(彭素華)의 《흑설탕의 딸(黑糖的女兒)》, 음악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탕무뉴(湯姆牛)의 《고양이에 노래한다(唱歌給貓聽》, 주웨이이(周維毅), 차이전언(蔡禎恩), 아스타 우(Asta Wu)의 《애어른들의 사회시간(小大人的公民素養課)》이 수상했습니다. 올해 수상작은 장르와 주제가 다종다양하며, 여성 수상자가 많아 여성 작가들의 활약을 보여줍니다.
타이완 출판디자인상인 금접장(金蝶獎)의 수상명단도 같은 날 발표되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올해 수상작은 예년보다 아이디어와 퀄리티가 우수하다며, 책 제목이 아예 없는 작품도 있고, 책을 죽은 자에게 태우는 금종이(金紙)로 만든 작품도 있고, 보자마자 심사위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수상작 3편뿐만 아니라 후보에 오른 12편의 작품 모두 내년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대회에 출품될 예정입니다. 도서전 문학상과 금접장 수상작은 추후 방송에서 보다 자세히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어서 책 읽을 때 듣기 좋은 노래, 타이완과 한국의 대표 인디밴드 선셋 롤러코스터(落日飛車)와 혁오의 ‘Glue’를 틀어드립니다.
2025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문학상 및 출판디자인상인 금접장(金蝶獎)의 수상자들 - 사진: 타이베이국제도서전
시각 요소를 부각한 '도상소설' 👁
출판업이 발전하면서 책 내용 외에도 디자인과 시각화가 중요한 일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방금 소개한 금접장이 최근 몇년간 보다 많은 관심을 받고 있는 만큼, 글만 중요시하는 태도는 역사로 남게 되었습니다. 요즘 글로벌 문단에 ‘그래픽 노블(graphic novel)’ 열풍이 풀고 있는 가운데, 소설 만큼 길고 복잡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만화책이 추세입니다. 미국 만화가 윌 아이스너(Will Eisner)가 창시한 그래픽 노블은 중국어로 ‘도상소설(圖像小說)’ 또는 ‘시각문학(視覺文學)’으로, 만화와 전통 문학의 복합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만화책과 비슷해 보이지만, 형식부터 내용까지 본질적인 차이가 있는데요. 만화는 그림에 대화와 설명을 삽입하는 반면, 그래픽 노블은 문장 중심으로 소설에 가깝습니다. 다시 말하면 두 장르의 가장 큰 차이는 그림의 역할이죠. 그래픽 노블 속 그림은 스토리텔링에 필수적인 매개체가 아닌 소설 세계의 시각화로, 스토리 전개에 비교적으로 국한되지 않고 문장과 다른 자주적인 존재입니다. 윌 아이스너가 1978년 발표한 작품 《신과의 계약(A Contract With God)》은 세계 최초의 그래픽 노블로, 1930년대 미국 브롱크스의 슬럼을 독특한 필치와 그림으로 그려냈습니다.
이러한 글로벌 트렌드에 발맞춰 타이완 출판사들은 지난 2019년부터 해마다 ‘타이완 그래픽 노블 페스티벌(圖像小說祭)’을 개최하며, 많은 해외 작가와 만화 페스티벌 큐레이터들을 타이완으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주최 측인 다라출판사(大辣出版)의 황지엔허(黃健和) 편집장은 지난 21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페스티벌에서 이 행사를 통해 타이완 작가들이 해외 창작자들과 더 많은 교류를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보통 만화라고 하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책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는데, 이러한 고정관념을 깨고 만화와 소설의 다양성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주최 측은 올해 일본, 프랑스, 벨기에의 만화가를 초청해 타이완 만화가들과 교류하는 장을 마련했습니다.
지난 21일 타이베이에서 열린 2024 타이완 그래픽 노블 페스티벌(圖像小說祭) - 사진: CNA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타이완 최초의 그래픽 노블 전문지 《지그마(Zigma)》도 지난 2022년 출판되었습니다. 타이완 만화가 7명이 공동 창작하는 《지그마》는 SF소설과 같은 ‘SF 그래픽 노블’을 위주로 게재하며, 타이완 만화와 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한 만화가는 어린 시절을 주제로 한 《지그마》 창간호에서 “타이완 사람들은 어릴 적부터 일본이나 미국 만화를 많이 보지만 타이완 만화는 거의 보지 않는다”며, “그래픽 소설이 타이완 만화의 새로운 발전 방향일 수도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추운 연말에 침대에 누워 소설을 읽으면서 따뜻한 차를 마시는 것이 가장 행복한 것 같습니다. 아직 연말 계획이 없다면 책 한 권을 읽어보는 건 어떨까요?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王寶兒,「紅樓夢嗨翻2千人 2024故宮之夜扮裝入場穿越古今」,中央社。
2. 邱祖胤,「楊双子、詹宏志等10作家 邀讀者用閱讀跨年」,中央社。
3. 王寶兒,「2024圖像小說祭開幕 展現不一樣的圖像書風景」,中央社。
4. 「2025台北國際書展 書展大獎暨金蝶獎得獎公布 歷史書寫成潮流 見證台灣磅礡創作力」,台北國際書展。
5. FLiPER(辛蒂),「漫畫與『圖像小說』的不同?讓人愛不釋手的寫實圖書,交織出文字以外的韻味,迷誠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