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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타이완 만화대상 ‘금만장(金漫獎)’ 수상자 롼광민(阮光民) & 유수란(游素蘭) 漫畫家 🖌

  • 2024.12.16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완 만화대상인 2024 금만장(金漫獎) 대상을 수상한 롼광민(阮光民) 만화가 - 사진: 문화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중(台中) 소재, 타이완 최초의 국가급 만화박물관(國家漫畫博物館)이 최근 개관 1주년을 맞아 타이완 만화대상인 ‘금만장(金漫獎)’의 역대 수상작을 전시하고 있는데, 2010년 제1회 금만장부터 지난 8월 수상명단을 발표한 올해 금만장까지 15년간 타이완 최고의 만화작품을 만끽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되었습니다. 또한 올해 금만장 대상 수상자인 롼광민(阮光民) 만화가가 즉석에서 창작하는 이벤트도 펼쳐졌는데, 만화박물관이 소재한 건물의 전신인 타이중교도소(臺中刑務所)에서 3개월간 감옥살이를 지냈던 사회운동가 차이훼이루(蔡惠如)를 기념하기 위해 기획된 행사입니다. 롼광민은 현장에서 차이훼이루의 모습을 그림으로 재현하고 타이중교도소의 이야기를 형상화했습니다. 


타이완 국가만화박물관 주최의 행사에서 즉각에서 일본 식민지 시대의 사회운동가인 차이훼이루(蔡惠如)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롼광민 만화가 - 사진: 국가만화박물관 페이스북

전통 이발소를 배경으로 한 《동화춘이발청(東華春理髮廳)》과 전통 잡화점을 배경으로 한 《용구감자점(用九柑仔店)》 등 타이완 현지 문화가 녹여있는 작품을 많이 창작해온 롼광민은 최근 꾸준히 인기를 끌고 있는 타이완 대표 만화가입니다. 올해는 타이완 현대문학의 대표작 《저울 하나(一桿稱仔)》를 원작으로 한 동명 만화로 금만장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저울 하나》는 일본 식민지 시대 일본 경찰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해 결국 경찰을 살해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일반인의 비극을 다루고 있습니다. 문학 작품에 성별, 계급, 민족 의제, 그리고 권위에 대한 저항의식을 써놓았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롼광민은 지난 10월 24일 금만장 시상식에서 “올해 금만장의 주제는 청춘인데, 비록 나이가 들수록 무력감만 느끼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피를 끓게 만드는 일, 즉 만화를 계속 그리는 것밖에 없다”는 멋진 소감을 공유했습니다. 또한 시상식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타이완 만화의 연대표에서 우리는 지나가는 과객이지만, 많은 과객이 있어야 타이완 만화를 계속 발전시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과거에는 공식적인 예술 장르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오랜 노력 끝에 최근 타이완 만화는 눈에 띄는 성장을 이뤘으며, 동시에 타이완 만화가의 무궁무진한 창작력을 전 세계에 보여줬습니다. 오늘은 2024 금만장의 대상 수상자 롼광민, 그리고 특별공로상 수상자 유수란(游素蘭)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만화과 문학을 뛰어넘은 만화가 ✍️

디지털 시대에 콘텐츠 장르의 경계가 갈수록 모호해지는 상황에서, 롼광민은 이런 흐름에 잘 맞는 만화가인데요. 앞서 언급한 그의 대표작 《동화춘이발청》과 《용구감자점》은 드라마로 각색되었을 뿐만 아니라, 타이완 문학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도 많이 출판되었습니다. 2019년 타이완 대표 작가 우밍이(吳明益)의 소설 《햇빛 어른거리는 길 위의 코끼리(天橋上的魔術師)》를 시작으로, 2021년 주티엔신(朱天心)의 에세이집 《사냥군들(獵人們)》, 2022년 라이허(賴和)의 소설《저울 하나》, 2024년 룽잉중(龍瑛宗)의 소설 《파파야 나무가 있는 마을(植有木瓜樹的小鎮)》까지 거의 해마다 문학작품을 각색했습니다.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롼광민의 《저울 하나》와 《파파야 나무가 있는 마을》 - 사진: CNA

롼광민과 협력한 출판사 편집장 정칭홍(鄭清鴻)은 언론 ‘미러 주간(鏡週刊)'과의 인터뷰에서 ‘고전’이라는 짐을 내려놓고 만화 각색과 같은 친근한 방식으로만 더 많은 독자에게 다가갈 수 있다며, 만화는 작품의 시각적 요소가 되어 마케팅과 전시에서 활용되는 것 외에 IP 라이선스 거래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랴오전푸(廖振富) 전 타이완문학관 관장도 타이완문학과와 국가만화박물관 모두 문화부 산하 기관으로, 서로 협력해 문학작품을 원작으로 한 만화의 공모대회를 개최하는 것이 좋은 방식이라며, 만화가는 문학 작가가 되어 글자에 대한 인내심이 부족한 독자들을 문학세계로 끌어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시대적 분위기에 제한된 문학의 아쉬운 점도 만화로 보완할 수 있는데요. 정칭홍은 일본 식민지 시대 출판된 《파파야 나무가 있는 마을》을 예로 들어 1930년대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로 인해 캐릭터의 러브라인이 매우 약했는데, 만화 각색을 통해 작품의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놓았다고 언급했습니다.

풍부한 문학 각색 경험에 기초해 롼광민은 자신만의 《저울 하나》를 만들어냈습니다. 저항에 중점을 둔 원작과 달리, 만화는 플래시백 기법을 통해 서스펜스를 조성하고 주인공 부부에 대한 감정 묘사를 추가해 살인 동기를 강화했습니다. 이에 롼광민은 소설은 짧지만 만화는 200페이지 가까이 되기 때문에 더 많은 스토리를 넣어야 하고, 원작에서 너무 벗어나서도 안된다며, 채소 장수인 주인공은 평범하고 단순한 행복만 추구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은데, 그가 원하는 것은 삶의 균형이라고 생각하고 이를 주제로 만화를 창작했다고 말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원작가 라이허의 손자가 할아버지 작품에 등장하고 싶다는 한마디로, 롼광민은 라이허와 손자를 만화에 그렸습니다. 또한 만화에 수록된 번외편에는 주인공 부부의 로맨스를 다뤄 원작의 슬픈 분위기를 덜 하고 희망의 빛을 가져왔습니다.

문학과 만화를 넘나드는 롼광민에 대한 소개는 여기서 멈추고, 《용구감자점》을 원작으로 한 동명 드라마의 OST, 웨이루쉬안(魏如萱)의 ‘Only you(你啊你啊)’를 띄워드립니다.


《저울 하나》에서 경찰로부터 업신여김을 당한 주인공 - 사진: 롼광민 제공 


소녀들의 아이돌, 타이완 최초의 BL 만화가 🧑‍🤝‍🧑

지난주 방송에서 1960~80년대 타이완 만화에 큰 타격을 입은 만화 검열제도를 언급한 바 있는데요. 1987년 계엄령 폐지와 함께 검열제도도 역사가 되었습니다. 창작 환경이 자유로워지면서 보다 다양한 작품이 대거 등장했습니다. 이 중 여성향의 시대만화로 유명한 올해 금만장 특별공로상 수상자인 유수란은 타이완 만화계 최초의 남성 동성애 장르인 ‘보이즈 러브(Boys’ Love, BL)’을 선보여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수상 이유에 관해 문화부는 섬세하고 우아한 유수란의 작품은 동양과 서양의 미학적 관점이 어우러져 타이완 소녀 만화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으며, 여러 차례 드라마로 각색되어 만화 발전에 큰 기여를 해왔다고 평가했습니다.


리위안(李遠, 좌) 문화부 장관이 2024 금만장 특별공로상 수상자 유수란(游素蘭, 우)에게 상을 주고 있다. - 사진: CNA

유수란은 수상 소감에서 정신을 차려보니 미소녀 만화가에서 할머니가 되어버렸다고 장난치면서 어릴 때부터 신불의 화상을 그리는 할아버지를 따라 신명, 선녀, 요괴 같은 캐릭터를 많이 그려 만화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말했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만화 창작을 시작한 그는 22살 때 첫 연재 작품인《경국원령(傾國怨伶)》 으로 정식 데뷔해 독자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이후 보이즈 러브 만화《화왕(火王)》을 통해 타이완 3대 신문의 하나인 《중국시보(中國時報)》가 개최한 투표 이벤트에서 인기 만화가 1위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작품의 인기는 최근 몇 년까지도 이어지고 있는데, 지난 2018년에는 중국 드라마 두 편으로 각색되었습니다. ‘타이완 최초의 시대 소녀만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을 만한 인물이죠.


유수란의 데뷔작 《경국원령(傾國怨伶)》 - 사진: 보커라이

특별공로상까지 수상했지만 유수란은 창작을 멈추지 않고, 시대에 발맞춰 웹툰 직품 《양귀비꽃(罌粟花Heroin-E)》을 선보였는데요. 성평등과 여성의 자주성에 초점을 맞춘 이 작품은 사이버 종교와 여성혐오 등 사회적 이슈에 여성 동성애 장르인 ‘Girls' love(Girls' Love, GL)’의 요소를 더한 참신한 스토리를 연출했습니다. 유수란의 내공이 확실히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창작을 포기하지 않고 수십 년 동안 꾸준히 걸어온 우수한 만화가들이 있었기에 타이완 만화는 눈부신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국가만화박물관 개관을 계기로 더 많은 멋진 작품들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郝雪卿,「金漫獎游素蘭獲最佳貢獻獎盼續為台漫努力 阮光民「一桿秤仔」奪年度大獎」,中央社。
2. 楊政勳,「【娛樂透視】台灣文學跨域發展 小說改編漫畫行銷引共鳴」,鏡週刊。
3. 王寶兒,「游素蘭推新作『罌粟花』 探問邪教、厭女、GL」,中央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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