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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현대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된 한국인, 김상호 교수 특강

  • 2024.03.25
포르모사 문학관
국립정치대학교 번역 및 비교문화 연구센터가 지난 16일 개최한 김상호 교수의 특강 ‘미적 관점과 의식: 타이완 문학의 한국 번역 상황과 전파의 영향' - 사진: 국립정치대학교 번역 및 비교문화 연구센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인기 배우 쉬광한(許光漢)이 주연한 로맨스 영화 <청춘18x2 너에게로 이어지는 길>이 화이티데이인 지난 14일 타이완에서 개봉되었습니다. 개봉 5일 만에 박스오피스 매출액이 3000만 뉴타이완달러(한화 약 12.6억 원)를 돌파해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2007년 <말할 수 없는 비밀>부터 2011년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2015년 <나의 소녀시대>까지 청춘영화는 타이완 영화의 대명사가 되었죠. 풋풋한 사랑 이야기, 유망주로 떠오른 신세대 배우, 아름다운 캠퍼스 외에 이러한 영화에 관한 키워드가 하나 더 있는데, 바로 문학 각색입니다.

소설을 각색한 작품으로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카페, 한 사람을 기다리다>, <카페 6> 등이 있고, 인터넷 글을 각색한 작품으로는 <내 친한 친구의 아침식사>,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청춘18x2>입니다. 인터넷 여행기를 원작으로 한 <청춘 18x2>는 타이완 남자와 일본 여자 사이에 18년 세월을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를 다뤘습니다. 한국 개봉일은 아직 미정이지만 공식 티저영상이 이미 공개됐으니 곧 한국 관객들과 만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럼 타이완 문학에도 영화처럼 꾸준히 한국사람의 사랑을 받는 대세 장르가 있을까요? 국립정치대학교 번역 및 비교문화 연구센터가 지난 16일 개최한 김상호 교수의 특강 ‘미적 관점과 의식: 타이완 문학의 한국 번역 상황과 전파의 영향’을 통해 이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김상호 교수는 아버지인 김광림 시인의 뒤를 이어 타이완과 한국 문학계의 가교 역할로서 아시아 시단 교류에 힘써왔고, 타이완에서 석·박사 과정을 마친 뒤 타이완 슈핑(修平)과기대 등 여러 대학교에서 20년 넘게 교편을 잡고 있습니다. 주요 연구분야는 현대시, 현대문학, 비교문학이고, 천첸우(陳千武), 우용푸(巫永福), 자우톈이(趙天儀), 위광중(余光中), 정즁밍(鄭烱明) 등 타이완 시인의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바 있습니다. 

타이완 문학 연구에 몰두해온 김 교수는 지난해 4월 타이완현대시인협회 회장으로 선출되었는데, 외국인이 회장으로 선출된 것은 처음입니다. 협회 측은 창립 당시 한국 국적인 그를 위해 중화민국 국적이 아니어도 협회에 가입할 수 있도록 회칙을 수정했고, 덕분에 김 교수는 원로 멤버로 회장까지 맡아 타이완 문단에 크게 기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 열린 가오슝 시 페스티벌에서는 아시아 시단을 주제로 타이완 시인 정즁밍, 한국 시인 권택명과 함께 강연한 바 있습니다.

김 교수는 이번 특강에서 타이완 문학의 한국 출판 역사를 소개하면서 자신이 번역한 여러 타이완 작품을 언급했는데요. 우선 현대 중국문학에 대한 한국의 연구는 1920년부터 시작했으며, 특히 1919년 반제국·반봉건주의 5·4 운동 이후 루쉰(魯迅) 등 백화체(白話體, 구어체) 문장을 제창하는 작가는 대표적인 연구대상입니다. 타이완을 중심으로 한 이른바 타이완 본토의식(本土意識)이 대두되기 전에 타이완 작가에 관한 연구는 대부분 ‘중국 문학’으로 분류되었습니다. 1988년 고려원이 출판한 《대만 현대작가 단편선: 계절풍》은 타이완을 중국으로부터 독립시켜 타이완이라는 제목을 붙인 대표적인 작품입니다. 뿐만 아니라 안양대학교, 고려대학교, 외국어대학교 등에서도 이때부터 ‘타이완연구소’, ‘타이완연구센터’ 등 타이완을 연구주제로 한 센터를 설립하기 시작했습니다.

타이완과 한국은 1992년 단교했지만 문학계와 학계의 교류는 중단된 적이 없습니다. 영화로 각색해 타이완과 한국에서 큰 인기를 얻은 작가 중자오정(鍾肇政)의 소설 《루빙화(魯冰花)》, 타이완 여성문학의 선구자인 작가 리앙(李昂)의 소설 《남편 죽이기(殺夫)》, 우아한 서정시로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시인 시무룽(席慕容)의 시집, 그리고 김 교수가 번역한 시인이자 소설가 천첸우의 시집 《파파야 꽃이 피었다》등이 모두 양국 단교 후 한국에서 출판된 것입니다. 2000년대에 접어들어 아동문학부터 자전기까지 보다 다양한 타이완 문학이 한국에서 출판되면서 김 교수는 바이셴융(白先勇), 예스타오(葉石濤), 바이츄(白萩), 중리허(鍾理和) 등 타이완 대표 작가의 작품을 번역해 한국에서 출판했습니다. 

또한 오랫동안 아시아 시인 간의 교류를 촉진해온 김 교수는 아시아시인회의를 언급하면서 관련 회의의 개최를 특강 주최 측인 정치대에 호소했는데요. 아시아시인회의는 타이완, 일본, 한국 시인들의 교류에 의해 형성된 네트워크로, 1965년 일본 시즈오카현 중앙도서관이 주최한 전시회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습니다. 당시 일본 시인 다카하시 기쿠하루(高橋喜久晴)를 통해 타이완 시인 천첸우의 작품이 일본에서 출품되었습니다. 그 후 일본에 거주한 한국 시인을 통해 천첸우는 김 교수의 아버지 김광림 시인을 알게 되고 타이완, 일본, 한국 시인 간의 연결고리를 구축했습니다. 이어 일본의 시 간행물 <지구>가 1980년 창간 30주년을 맞아 도쿄에서 페스티벌을 열었는데, 천첸우, 다카하시 기쿠하루, 그리고 김광림은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이게 되었습니다. 이 만남은 아시아시인회의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김 교수는 1988년 타이완 유학길에 오르고 아버지의 연구를 이어갔습니다. 

현재 한국에서는 청춘영화만큼 대세인 타이완 문학 장르는 없지만 김 교수는 특강 말미에 타이완 작가 정칭원(鄭清文)의 평론 《소국가 대문학(小國家大文學)》으로 마무리했습니다. 김 교수는 타이완은 조그마한 섬나라지만 다양한 문화와 관점을 받아들이는 넓은 포용력을 지니며,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언급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정칭원은 이 평론에서 “한 나라의 문학과 예술 발전은 인구수나 땅의 크기에 정비례하지 않고, 혁신 여부에 달려 있다”며, “타이완인은 타이완문학을 개척해야 중국이라는 무거운 짐을 벗을 수 있고, 넓은 문학적 시야만 있다면 작은 나라에도 위대한 문학가와 작품이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정치대 한국어문학과, 주타이베이한국대표부,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동 주최하는 ‘타이완 우수한국번역 도서상’에서는 김 교수가 본선 심사위원으로 나서기도 했습니다. 이 도서상은 한국 번역활동을 추진하고 번역자를 장려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에 열린 제1회 도서상에서 이숙연 전북대학교 중어중문학과 교수가 번역한 박범신 소설가의《고산자(古山子》, 그리고 쉬샤오웨이(徐小為) 번역자가 번역한 남원상 작가의 《남원상지배자의 입맛을 정복하다》가 각각 문학 부문, 논픽션 부문의 대상을 받았습니다.

김 교수는 시는 인류의 의지를 반영한 매체로 세상의 아름다움과 추악함을 그려내고 사람들의 욕망과 감정을 대변하고 있다며, 이 중에서 현대시는 가장 정교한 문학이라고 말했습니다. 시대상을 담은 시를 통해 우리는 과거, 지금, 미래를 넘어 언어, 문화, 시공간의 장벽까지 깰 수 있습니다. 비록 한국과 타이완은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없으나 다양한 민간교류를 통해 여전히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한국에서 청춘영화만큼 타이완의 대명사가 되는 대세 문학작품이 나오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엔딩곡으로 소설을 원작으로 한 타이완 영화 <魯冰花(루빙화)>의 동명 노래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重鎣,「修平科大金尚浩教授 首位外國學者當選台灣現代詩人協會理事長」,台灣好新聞。
2. 邱祖胤,「重現韓國地圖的故事 『古山子』獲韓國翻譯圖書獎」,中央社。
3. 鄭清文,《小國家大文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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