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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를 하는 뮤지엄] 모두가 부러워하는 러브스토리, 일본화 대가 린즈주(林之助)

  • 2024.02.12
포르모사 문학관
일본화 대가 린즈주(林之助)가 아내에 대한 그리움을 화폭에 담은 작품 '조량(朝涼)' - 사진:국립타이완미술관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오늘은 정월 초사흗날입니다.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한국은 오늘까지만 휴일이죠. 타이완은 오는 14일까지 쉽니다만 이번 토요일(17일)은 대체근무일이라 출근해야 합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친척들과 새해인사를 나누는 것 외에 14일 하면 핑크빛으로 가득찬 발렌타인데이도 빼놓을 수 없죠. 날짜가 겹치기 때문에 타이완 길거리를 걷다보면 복을 상징하는 빨간색 초롱과 사랑을 뜻하는 핑크빛 하트 조형물이 동시에 나타나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러브스토리는 예로부터 꾸준히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문학 장르인데요. 특히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은 늘 우리를 울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죠. 타이완만의 스토리텔링 소재 발굴을 위해  타이완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9월부터 언론사 ‘오픈북(Openbook閱讀誌)’과 손잡아 ‘스토리를 하는 뮤지엄(說故事的博物館)’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러브스토리, 장인 이야기, 게임 세 가지 주제로 나뉘어 소재가 필요한 창작자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각 박문관이 추천하는 콘텐츠를 발표했습니다. 앞으로 3주 동안 박물관에 숨겨진 타이완 콘텐츠를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칼럼에 따르면, 지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세계 100대 박물관은 기존 관람객 수의 77%를 잃어버렸는데, 그 중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각각 1.1억과 1.5억 미국달러의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많은 박물관은 다른 브랜드와의 콜라보 기회를 찾고 소장품의 이미지 사용권을 해외 기업에 부여하는 등 박물관의 브랜드화에 총력을 기울이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마스크를 쓰는 모나리자의 핸드폰 케이스, 《별이 빛나는 밤》의 티셔츠, 중국 목판화로 한 고추장 포장 등이 있습니다. 지난 2020년 루브르 박물관의 소장품 사용권 관련 거래는 530만 미국달러로, 전년 대비 66%를 성장했습니다.

타이완 고궁박물원도 감자칩 브랜드와 제휴를 맺고 취옥백채(翠玉白菜), 육형석(肉形石), 모공정(毛公鼎)을 포함한 ‘고궁3보’의 머그컵, 컵받침, 에코백, 충전 캐이블 스트랩, 쿠션 등 상품을 선보였습니다. 또한 감자칩 포장에는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 이미지가 있고 모든 맛을 구입해야 완전한 그림을 맞출 수 있습니다. 분야를 넘은 콜라보를 통해 소장품의 가치를 최대화할 뿐만 아니라 박물관 굿즈를 전 세계로 수출하는 것입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브랜드 이미지 제고, 시장 확대 등 긍정적 영향을 받으며 윈윈(Win-Win)을 이룩할 수 있는 거죠. 마찬가지로 타이완 창작자들이 새로운 소재를 발굴하라면 박물관은 아이디어의 보고입니다.


고궁박물원과 감자칩 브랜드의 콜라보 상품 - 사진: 레이즈 페이스북

이어서 본론으로 들어갑시다. 박물관에 숨겨있는 러브스토리들을 발굴하러! ‘스토리를 하는 뮤지엄’  프로젝트에서 타이완미술관에서는 화가 린즈주(林之助) 내외의 이야기를 추천했고 타이완문학관에서는 작가 라이샹인(賴香吟)의 《동트기 전의 사랑 이야기(天亮之前的戀愛:日治台灣小說風景)》를 추천했는데, 오늘은 전자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타이중(台中)에 위치한 국립타이완미술관은 타이완 유일의 국가급 미술관으로, 타이완 현대미술의 아버지 천청보(陳澄波), 일본화 대가 린즈주, 린위산(林玉山), 타이완 현대 조각의 선구자 황투쉐이(黃土水) 등 타이완 대표 예술가의 작품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타이완미술관에서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린즈주기념관이 있는데요. 타이중 출신인 린즈주는 어릴 적부터 그림에 대한 높은 열정과 재능을 보여 12살 때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습니다. 1940년 24살의 젊은 나이로 아내 왕차이주(王彩珠)의 모습을 담은 작품 ‘조량(朝涼, 아침 조, 서늘할 량)’으로 일본의 미술전에서 입선했습니다. 70여 년 간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온 이 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바로 그해부터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린즈주의 어머니가 장화(彰化)여고 졸업식에서 아름다운 왕차이주를 보고 아들에게 소개시키기로 했습니다. 창작에 몰두한 린즈주는 연애에 관심이 별로 없었지만 어머니의 적극 추진으로 결국 사랑에 빠졌습니다. 곧 휴가를 마치고 일본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그는 부모에게 결혼할 의사를 밝히고 왕차이주와 약혼했습니다. 결혼 전에 반드시 성적을 내야 하는 다짐을 했고 일본으로 돌아가 왕차이주에 대한 그리움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조량’에서 그레이블루의 가모노를 입은 왕차이주는 자욱한 안개와 아침 햇살 속에 흰 양 한 마리와 어린 양 한 마리를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흰 양은 바로 아내와 떨어져 있는 린즈주입니다. 또한 배경에 왕차이주의 가모노와 같은 그레이블루의 나팔꽃이 만개하고 있는데, 이른 아침에 피는 나팔꽃은 일본에서 ‘アサガオ(朝顔, 아침의 얼굴)’라고 불리며 상쾌한 아침 분위기를 연출했습니다. 일본 식민지 시대에 상류층에 속한 타이완 여성이 가모노를 입은 모습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조량은 높이 283cm, 폭 182cm로 크기가 매우 커서 구도만 해도 2개월, 컬러를 맞추는 데만도 2~3일 정도 걸렸는데, 창작 당시 린즈주는 도쿄에 있는 자택과 이웃 집을 오가야 그림 전체를 볼 수 있었다고 합니다. 여자와 흰 양으로 구현된 허와 실, 이른 아침부터 강렬하면서도 절제한 사랑, 깔끔하고 세련된 미학… 조량은 타이완 미술사의 중요한 작품으로 지난 2015년 타이완 문화부로부터 국가 ‘중요고물(重要古物)’로 지정되었습니다.

린즈주는 조량을 완성한 후 타이완에 돌아오자 입선 소식을 받았고, 큰 기쁨 속에서 결혼식을 마쳤습니다. 아내와 허니문을 하러 다시 일본에 갔을 때 미술관에서 우승 작품만 전시하는 위치에 조량을 봤습니다. 일본 언론들이 대대적으로 보도하면서 린즈주는 일본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갖게 되었습니다. 1998년 조량이 타이완미술관에 소장된 후 일본 전문가의 복원작업을 거쳐 지금 모습으로 복원되었습니다.

1941년 린즈주는 만삭의 아내를 위해 서둘러 타이완에 돌아온 뒤 고향에 정착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중화민국 정부의 타이완 이전에 따라 중국에서 건너온 예술가들로부터 정통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기 시작하면서 일본파와 중국파의 대립에 휘말렸습니다. 일본화에 능한 린즈주는 강한 반일(反日) 분위기 속에서 오랫동안 탄압을 받았습니다. 1977년 재료로 회화 장르의 명칭을 짓자고 호소함으로써 일본화를 민족적, 정치적 의미가 없는 ‘교채화(膠彩畫)’로 개칭해야 과거의 영광을 되찾았습니다.

린즈주가 타이완 예술에 이렇게 큰 업적을 남긴 것은 아내 왕차이주 덕분이었습니다. 린즈주는 항상 남에게 “그녀는 장화여고에서 가장 인기 있는 소녀였고, 세심하고 꼼꼼한 A형 성격을 가지고 있어 사업에 전념하는 나의 O형 성격과 찰떡궁합”이라며 “나를 위해 평생 노심초사했다”고 말하곤 했습니다. 동시에 부인에게 “너는 바보 같은 남자에게 가지 않고, 나같은 유머러스하고 미친 남자에게 온 게 정말 잘 됐다”라고 말하곤 했습니다. 두 사람은 서로 존경하고 의지하며 수많은 고비를 함께 넘어왔고 모두가 부러워하는 커플이었습니다. 설렘으로 가득찬 린즈주 내외의 러브스토리, 언젠가 멋진 문학작품으로 만들어지기를 기대합니다.

엔딩곡으로 가슴을 두근두근 뛰게 하는 남녀 듀엣곡 우바이(伍佰)와 양나이원(楊乃文)의 ‘입밖에 내지 못한다(說不出口)’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佐渡守,「說故事的博物館.愛情篇》名畫故事改編潛力股,〈朝涼〉與畫家林之助 ft. 國立臺灣美術館」,OPENBOOK閱讀誌。
2. 「林之助 朝涼」,國家文化資產網。
3. 曾資涵,「梵谷自畫像為何能被放上手機殼販賣?博物館IP授權大解密」,文化內容策進院。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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