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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문학계와 음악계를 휩쓴 소설이자 앨범, 밴드 ‘촌사람’ 보컬 장자샹(張嘉祥) 《야관순듀(夜官巡場)》

  • 2024.02.05
포르모사 문학관
2023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 본상 및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한 장자샹(張嘉祥)의 소설 《야관순듀(夜官巡場)》 - 사진: 쥬거(九歌)출판사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지난 2016년 미국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Bob Dylan)이 뜻밖에 노벨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되었는데, 대중가수에게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그해가 처음이었습니다. 수상 이유에 대해 스웨덴 아카데미는 “위대한 미국 음악의 전통 속에서 시적 표현을 새롭게 창조해냈다(Having created new poetic expressions within the great American song tradition)”고 평가했습니다. 철학적이고 시적인 가사로 '음유시인'으로 불린 밥 딜런은 사실 1990년대부터 꾸준히 노벨 문학상 후보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는 “나는 먼저 시인이며 그 다음에 음악가”라고 말할 정도로 문학가로서의 정체성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이 없습니다. 

밥 딜런의 수상은 문학과 음악의 경계선을 모호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많은 젊은 창작자들이 분야를 넘나드는 창작 활동에 뛰어들도록 고무시켰습니다. 타이완 민간신앙을 바탕으로 한 소설《야관순듀(夜官巡場Iā-Kuan Sûn-Tiûnn)》로 2023년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 본상 및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한 장자샹(張嘉祥)이 바로 그 중의 한 명이었습니다.

수많은 타이완 작가들을 배출한 국립둥화대학교(東華大學) 문예창작과에 재학 중이었던 장자샹은 밥 딜런의 수상을 통해 “음악이 문학일 수 있다”는 일깨움을 얻게 되었습니다. 또한 향토색이 진하고 오랫동안 음악으로 사회운동에 투시한 ‘성샹 밴드(生祥樂隊)’의 공연을 본 후 반친구 4명과 함께 ‘촌사람(裝咖人)’이라는 밴드를 결성했습니다. 보컬, 작사 및 작곡을 담당하는 그는 고향 자이(嘉義) 민슝(民雄)의 괴담이설 및 역사사건에 기초한 타이완어 앨범 《야관순듀》, 그리고 동명 타이완어 소설을 창작하기 시작했습니다. 해당 앨범은 2022년 타이완 최고 음악상인 금곡장(金曲獎) 최우수 신인상 후보에 올랐고 1년 후 동명소설도 금전장을 수상하는 등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의 금곡장 신인상 후보 명단을 보면 대량의 영어 가사, 트렌드에 맞춘 멜로디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은 싱어송라이터 외에 촌사람처럼 향토에 착안해 타이완어, 학카어, 원주민어로 타이완의 이야기를 하고 있는 가수도 적지 않습니다. 민슝에 있는 국립중정대학교 방송학과 관중샹(管中祥) 교수는 “《야관순듀》는 내가 최근 들어본 앨범 중 가장 감동적인 타이완식 록 음악”이라며, “타이완어 가사에다 타이완 전통음악인 베이관(北管)을 더해 문학적이고 향토적인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고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야관순듀》에 수록된 대부분 노래에는 타이완어 대사 한 구절이 있는데, 장자샹은 콘서트에서 노래를 시작하기 전에 항상 이 대사를 먼저 읽습니다. 이 대사는 노래의 배경 이야기로, 관객들이 마치 옛 전설을 듣는 듯 음악과 문학의 매력에 빠지게 합니다. 소설을 읽을 때 앨범도 함께 들으면 장자샹이 타이완 음악계와 문학계를 휩쓴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지금 촌사람의 노래 ‘拜土虱’를 띄워드리겠습니다.

《야관순듀》는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로 분류되지만 장자샹의 자전적 작품으로 볼 수 있어  에세이에 더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장자샹은 소설 후기에서 “이 작품은 어린 시절의 추억에서 비롯되는데 쓰는 과정 내내 가족들에게 상처를 줄까봐 많이 두려웠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는 일인칭 시점을 통해 과거 부모에게서 도망치고 싶어하는 마음을 적나라하게 작성했기 때문입니다.

제목 중의 ‘야관’은 음과 양 사이에 처해 있는 신으로, 신농대제(神農大帝, 五穀王 우구왕)와 함께 민슝 현지에서 매우 중요한 신앙입니다. 타이완 민간신앙에서 신은 여러 등급으로 나뉘는데, 천계에서 책봉된 신은 ‘정신(正神)’, 신력을 갖고 있지만 천계에서 인정을 받지 못하는 신은 음신(陰神) 또는 야신(野神)이라고 합니다. 앞에 만한 신농대제는 정신, 야관은 야신에 속합니다. 검은 옷과 검은 베일을 쓰고 붉은 초롱을 든 야관은 관세음보살의 화신으로, 환생하지 못해 인간세계를 떠도는 귀신들을 보호합니다. 책 표지의 신상은 바로 야관의 모습입니다. 또한 ‘순듀’란 순시의 뜻이고 따라서 야관순듀는 야관이 세상을 순시한다는 의미입니다.

주인공 ‘나’와 이웃 친구 저우메이훼이(周美惠)는 야관을 비롯한 초자연적 존재를 볼 수 있는 특이한 사람입니다. 특히 저우메이훼이는 마을사람들로부터 야관으로 환생한 인간으로 여겨져 신력을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정상과는 먼 두 사람은 항상 세상과 어울리지 않는 소외감을 느껴 함께 지내곤 했습니다. 저우메이훼이는 아버지가 목매어 자살한 후 이상한 소리를 듣기 시작해 소리가 들릴 때마다 환영을 볼 수 있습니다. 조숙한 그녀는 야관을 보는 것이 결코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는 점을 주인공보다 더 빨리 알았고, 공부를 통해 잡념을 없앱니다. 반대로 주인공은 어머니한테 폭행을 가하는 아버지, 그리고 이 때문에 자신을 원망하고 한탄하는 어머니로부터 도망하는 방법만 찾습니다. 그의 아지트는 산 속에 있는 외할아버지 집인데, 외할아버지 집에서 똑같이 자유를 갈망하는 사촌형제와 함께 지내며 삶의 의미를 생각합니다.

한번은 주인공이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촌 형에게 귀신과 부딪히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는 아무렇지 않다고 생각했고 웃어넘겼습니다. 나중에 들이켜보니 사촌 형이 말한 이야기는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두려움에서 비롯된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사촌 형은 환생하지 못하는 귀신처럼 버려진 존재일 뿐입니다. 그러나 당시 주인공의 입장에선 이러한 버려진 사람들은 오히려 진정한 자유를 누리는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우메이훼이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그녀는 “나는 인간 같기도 귀신 같기도 한 존재들이 대체 무엇인지 줄곧 생각해왔다. 정말 과하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존재인가? 아니면 버려진 것들인가? 나는 어른들의 무시 때문에 야생(野)의 상태가 되어버리고 이 상태로 세상을 보게 된다.” 관점에 따라 세상은 달라집니다. 장자샹이 묘사한 야신, 음신 귀신들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불길한 존재가 아니라 사회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입니다. 

지난주 <랜드마크 원정대>에서 228사건에서 충돌이 가장 심한 곳으로 꼽힌 자이, 그리고 기차역 앞에서 총살된 화가 청천보(陳澄波)를 소개해 드렸는데, 당시 청천보와 함께 공항에 가서 정부와 교섭한 대표를 맡은 루빙친(盧鈵欽) 의사가 《야관순듀》에서 등장했습니다. 소설에서 저우메이훼이는 죽은 루빙친의 영혼을 보고 그의 부인 린슈메이(林秀媚)를 찾아가 루 의사의 유언을 전달했습니다. 장자샹은 소설 후기에서 저우메이훼이의 꿈 속에서 루 의사 내외가 재회한 장면을 작성했는데, 이 부분을 후기에만 수록한 이유는 제3자로서 희생자와 유가족을 대변할 자격은 없지만 그들을 위해 해피엔딩을 써주고 싶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야관순듀》 앨범에도 ‘린슈메이’라는 노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미국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처럼 장자샹은 괴기하면서도 사람을 황홀하게 만든 서사를 통해 타이완의 민간신앙과 역사사건을 풀어내며, 허와 실이 섞여있는 이야기를 통해 어린 시절의 아픔을 그려냈습니다. 또한 문학과 음악을 병용해 밥 딜란의 정신을 실천해 타이완 문단의 한 획을 그었습니다. 어쩐지 금전장 본선 심사위원 마스팡(馬世芳)은 “《야관순듀》가 장자샹의 데뷔작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훌륭하다”며, “이로부터 타이완 문단은 우수한 소설가 한 명을 얻게 되었다”고 평가했습니다. 

장자샹의 다음 작품, 그리고 밴드 촌사람의 다음 앨범을 기다리면서 방송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張嘉祥,《夜官巡場》。
2. 신상성 <2016년 노벨문학상, 밥 딜런 가수 ··· ‘음악의 전통 시로도 완벽한 영혼성’>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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