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설렘으로 가득 차 있는 문학상 시즌입니다. 연말에 열리는 타이완문학상 금전장(金典獎)과 금정장(金鼎獎)에 이어 아시아 최대, 세계 제4대 국제도서전인 타이베이국제도서전도 벌써 3주만 남았습니다. 올해로 32회째를 맞은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은 오는 2월 20일부터 25일까지 타이베이 세계무역센터 제1전람관에서 ‘캐치 더 리딩 웨이브(閱讀造浪, Catch the Reading Wave)’를 주제로 열릴 예정이며, 주빈국으로는 네덜란드가 초청되었습니다.
지난 17일 도서전 기자회견에서 리징훼이(李靜慧) 문화부 차관은 “네덜란드인이 1624년 타이완에 오면서 타이완은 국제무대에 나서게 되었는데, 다양한 관점으로 이 역사에 접근할 수 있지만 독서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올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은 네덜란드와 타이완 문화의 재회라 할 수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주타이베이 네덜란드 판사처 관계자는 “이번 전시구역은 ‘1624년’, ‘다양성 및 포용성’, ‘네덜란드 디자인 및 지속가능한 발전’ 3대 테마로 타이완과 네덜란드의 우의를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도서전 기간 동안 과학소설과 환상문학을 대상으로 한 문학상인 휴고상(Hugo Award)의 수상자 토마스 올드 휴벨트(Thomas Olde Heuvelt)를 비롯한 네덜란드 작가 9명이 타이완을 방문해 독자들과 만날 예정입니다.
한편 올해 도서전의 메인 비주얼은 미국 그래미 어워드 최우수 앨범 패키지 디자인상 수상자이자 2023년 중화민국 국경일 쌍십절 메인 비주얼의 디자이너 리정한(李政瀚)이 디자인한 겁니다. ‘리딩 웨이브’, 한국어로 ‘독서의 물결’이라는 주제와 호응하기 위해 무지개 색상으로 파도를 형상화하며 갈라진 글씨로 페이지를 넘기는 생동감을 그려냈습니다. 일 년에 딱 한 번 열리는 국제도서전은 문화의 바다로 불릴 만큼 전 세계의 작가들과 독자들이 이곳에 모여 서로 교류하며 새로운 불꽃을 일으킵니다.
여러 나라의 작품을 만끽할 수 있는 도서전 뿐만 아니라 타이베이국제도서전 기금회가 개최하는 도서전 문학상과 출판디자인상 금접장(金蝶獎)이 지난 12월 28일 최종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습니다. 도서전 문학상은 소설, 논픽션, 아동 및 청소년 3가지 부문으로 나뉘어 각 부문에서는 우수작품 3개가 선정됩니다. 우선 소설 부문에서는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 작가 장궤이싱(張貴興)의 최신작 《아이리즈 오프 모닝(鱷眼晨曦)》, 타이완 작가 루핑(鹿苹)이 식민통치를 당한 작은 섬을 주제로 한《달콤한 빵의 섬(甜麵包島)》, 과학소설로 유명한 홍콩 작가 탄졘(譚劍)의 추리소설《사무씨 성을 가진 사람은 모두 죽어야 한다(姓司武的都得死)》가 뽑혔습니다. 마침 타이완, 말레이시아, 홍콩 세 곳의 2023년 소설 걸작을 집대성한 겁니다.
논픽션 부문에서는 백색테러 피해자인 천례(陳列)가 피해를 당한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한 에세이집 《잔해서(殘骸書)》, 홍콩 시사평론가이자 작가인 리이(李怡, 본명 李秉堯 리빙야오)의 자전 《실패자의 회고록(失敗者回憶錄)》, 우충민(吳聰敏) 국립타이완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타이완 경제 400년 역사(台灣經濟四百年)》가 상을 받았습니다. 논픽션 작품들의 주제, 형식, 작풍 등이 각각 다르지만 모두 평생을 바쳐 완성한 명작입니다. 또한 소설과 논픽션 부문은 특히 홍콩 문학의 강한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어 아동 및 청소년 부문에서는 만화, 그림책, 소설, 에세이, 시집, 동화, 전기 등 다양한 형식의 작품이 있는데, 심사 결과 타이완 대표 그림책 작가 지미(幾米)의 신작 《내일 나는 어디론가 갈 것인가?(明天,我會去到什麼地方?)》, 우화를 통해 평화와 전쟁을 풀어낸 린보팅(林柏廷)의 그림책 《벽의 전쟁(牆壁大戰)》, 타이완 조류 연구의 대표 학자 린다리(林大利)가 작성한 자연 백과사전《스윈호와 포르모사의 신비한 동물(斯文豪與福爾摩沙的奇幻動物》등 지식과 재미를 겸비한 작품이 선정되었습니다.
수상 명단을 보시면 익숙한 작품이 적지 않죠. 과거 소개해 드렸던 2023년 금전장 대상 수상작 《잔해서》와 본상 수상작 《아이리즈 오프 모닝》, 그리고 <랜드마크 원정대> 이란(宜蘭) 시리즈에서 언급한 그림책 작가 지미 등이 있는데요. 뭐부터 읽어야 할지 막막하다면 문학상 수상 리스트는 좋은 참고입니다. 특히 여러 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작품은 더더욱 필독해야 하죠!
다음으로 나비 접(蝶)자가 들어가 있는 금접장에 대해 알아봅시다. 한국어로 하면 ‘황금 나비상’이 되겠죠. 이름부터 아름답네요. 금접장은 타이완 최대 규모의 출판 디자인 상으로 수상 후보 명단에 오른 모든 작품이 타이완을 대표해 독일 라이프치히 도서전이 주최하는 책 디자인 공모전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책' 공모에 출품될 예정입니다. 출판시장이 성숙되면서 책 내용 외에 책의 디자인과 포장은 사회 전체의 미적 감각 수준을 반영하는 핵심이 되었습니다. 섬세한 장인 정신과 미학이 담긴 수상작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싶으시면 오는 2월 4일까지 타이베이 숭산문화단지에서 개최되는 ‘도서관뿐만 아니라(不只是圖書館)’ 전시회를 추천드립니다. 올해 수상작 뿐만 아니라 2020~2023년 금접장에 입선된 작품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올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으로 초청된 한국 작가가 작년만큼 많지 않지만 여전히 다양한 이벤트가 있는데요. 우선은 2019년 한국과학문학상에서 《천 개의 파랑》으로 장편소설 부문 대상을 수상하고 세련된 필치로 MZ세대를 사로잡은 SF소설가 천선란 작가가 처음으로 타이완 독자와 만날 겁니다. 2021년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한국 SF의 시대가 왔다”는 슬로건이 나올 정도로 최근 몇 년 간 한국 과학소설은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천선란 작가와 함께 ‘괴물신인’으로 여겨진 김초엽 작가도《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을 통해 한국 대표 SF소설가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K문학, 이제 K-SF는 새로운 추세가 되겠죠.
천선란 작가 외에도 최초로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을 수상한 한국계 작가 이수지의 특강, 그리고 한국출판업 관계자가 참여한 포럼도 치러질 예정입니다. 비록 타이완과 한국은 공식적인 수교관계가 부재하지만 다양한 민간교류를 통해 양국관계는 더욱 돈독해지고 있는 점은 분명합니다. 오는 6월 개최될 2024 서울국제도서전에도 많은 타이완 작가와 타이완 작품이 등장하기를 기대합니다!
올해 타이베이국제도서전 문학상 및 금접장 시상식은 오는 2월 20일 도서전 개막식과 함께 열릴 예정이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관련 정보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독서할 때 듣기 좋은 곡을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 대표 인디밴드 선셋롤러코스터(Sunset Rollercoaster)의 ‘바닐라(Vanilla)’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2024台北國際書展/主題國荷蘭館亮點、講座、各大沙龍節目表搶先看」,琅琅閱讀。
2. 「2024台北國際書展主視覺『閱讀造浪』邀葛萊美獎得主設計」,琅琅閱讀。
3.「 2024台北國際書展大獎 三大獎項入圍名單出爐!強者輩出!」,台北國際書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