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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쥔(鄭麗君) 전 타이완 문화부 장관이 번역한 《어린 왕자》

  • 2024.01.22
포르모사 문학관
정리쥔(鄭麗君) 전 타이완 문화부 장관이 번역한 프랑스 소설《어린 왕자》 - 사진: 정리쥔 제공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2024년은 ‘슈퍼 선거의 해’입니다. 타임지에 따르면, 전 세계 최소 65개국에서 대선 또는 총선이 치러질 예정이며 유권자 수는 42억으로 세계 인구의 49%입니다. 지구촌이 온통 선거판인 가운데, 양안관계는 물론 미·중 패권경쟁, 나아가 세계 정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제16대 중화민국 총통 선거가 지난 13일 집권 민주진보당 라이칭더(賴清德) 후보의 승리로 막을 내렸습니다.

이날 함께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중국국민당이 52석, 민주진보당이 51석, 타이완민중당이 8석, 친국민당인 무소속이 2석을 차지했으며 모든 정당이 과반인 57석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제2야당 민중당은 결정적인 영향력을 가진 캐스팅보트(Casting Vote)로 부상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전 타이완 국민의 관심은 입법원 원장 인선 및 라이칭더 차기 총통의 초대 내각 명단으로 쏠리게 되었습니다.

현재 린자룽(林佳龍) 현 총통부 사무총장(비서장), 정리쥔(鄭麗君) 전 문화부 장관, 판멍안(潘孟安) 전 핑둥현(屏東縣) 현장 등이 내각의 유력후보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 중 정리쥔 전 문화부 장관은 샤오메이친(蕭美琴)과 함께 민진당의 부총통 후보로 거론된 바 있으며, 과거 라이칭더가 행정수반으로 재임하는 동안 문화부 장관이었고, 이번 대선에서는 라이칭더의 문화 관련 정견을 담당했습니다.


라이칭더(賴清德) 부총통이 지난 2023년 11월 7일 대선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리쥔(鄭麗君) 전 문화부 장관에게 승리를 상징하는 야구를 수여하고 있다. - 사진: CNA


정리귄(鄭麗君, 좌) 전 문화부 장관과 샤오메이친(蕭美琴, 우) 차기 부총통이 지난 2023년 12월 14일 차이잉원 총통 관련 서적 발표회에 출석했다. - 사진: CNA

정리쥔은 누구일까요? 2018년 지방선거에서 민진당의 참패로 내각이 총사퇴했을 때 문화부 장관이었던 정리쥔은 차기 행정수반 수전창(蘇貞昌), 그리고 문화계 1,500여 명 인사의 적극 만류 때문에 결국 유임하기로 했습니다. 사상 최초로 연간 총예산 1%를 넘어선 문화예산 쟁취, 한국콘텐츠진흥원을 본받아 설립된 타이완콘텐츠진흥원(TAICCA), 권위주의의 상징인 중정기념당의 이행기 정의 실천, ‘문화자산보존법’ 개정… 정리쥔은 다양한 업적을 남긴 후 2020년 임기를 마쳤습니다. 

문화 정책 뿐만 아니라 프랑스어에 능통한 정리쥔은 번역자이기도 합니다. 2023년 프랑스 소설 《어린 왕자(Le Petit Prince)》출판 80주년을 맞아 출판사가 정리쥔과 협력해 새로운 버전 및 오디오북을 선보였습니다. 정리쥔은 오디오북에서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 역을 맡았습니다. 출판사 관계자는 “1인 다역으로 제작된 대부분 타이완 오디오북과 달리, 이번은 1인 1역으로 어린 왕자가 만난 캐릭터들의 특징을 살리려고 했는데, 정리쥔의 목소리는 철학적 매력을 갖고 있어 특히 조종사 역과 잘 어울린다”고 언급했습니다. 

《어린 왕자》는 프랑스 공군 비행사이자 작가인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Antoine de Saint-Exupéry)가 1943년 발표한 소설로, 현재까지는 300여 개의 언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소설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띠고 있지만 현실세계에 대한 풍자적인 내용이 많이 담아있어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서술자인 조종사가 어느 사막에 불시착한 후 B612라는 소행성에서 온 어린 왕자를 만나 그와 우정을 맺었다는 이야기입니다. 어린 왕자는 원래 자존심이 강한 장미꽃과 함께 살았는데, 장미꽃의 까다로운 성격 때문에 고향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그는 다른 행성에서 다스린다기보단 명령만 내리는 왕, 허영심에 빠진 남자, 술을 마시는 창피한 기억을 잊기 위해 다시 술을 마시는 주정뱅이, 행성의 속도에 맞춰 불을 켜고 끄는 점등인 등 어른이를 만난 후 지구에 왔습니다. 지구에서 그는 이 소설의 주제의식을 대변하는 핵심 인물인 여우를 만나 타인과 관계를 맺는 법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연합보(聯合報)에 따르면, 정리쥔이 처음으로 《어린 왕자》를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지식욕이 강한 학창시절에는 ‘코끼리를 잡아먹은 보아뱀’에 대해 가장 깊은 인상을 남긴 반면에 인간관계로 고민한 20대는 어린 왕자와 장미꽃, 그리고 여우가 등장한 부분이 가장 마음에 와닿았다고 했습니다. 20년 세월이 흐르면서 문화부 장관을 맡은 정리쥔은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는 명대사를 좌우명으로 삼았습니다. 문화 정책의 핵심은 문화 거버넌스(Cultural governance) 시스템의 구축으로, 문화부에서만 문화 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부서에서 문화적 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정리쥔은 주장해 왔습니다. 사람들이 이러한 시스템이 너무 추상적이고 실현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데 대해 그는 “국민들이 우리에게 권력을 부여하는 것은 국민들이 할 수 없는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했습니다. 

또한 어머니 역할을 하면서 정리쥔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듣는 식으로 세상을 인식하며 세상과 대화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는 “아이는 나의 첫 독자”라며 “아이의 시각을 통해 소설을 다시 읽고 나서 저자가 전달하려는 것에 보다 깊이 이해하게 되었고, 세속의 굴레에 얽매여 살아가는 자신에 대해 반성하며 잃어버렸던 초심을 되찾았다”고 말했습니다.

연합문학(聯合文學)과의 인터뷰에서 정리쥔은 “18, 19살 때 항상 스스로가 더 이상 젊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50살이 넘었지만 자신이 너무 젊다고 생각한다”며 “어른이란 절대적인 나이가 아니라 자기자신과의 관계, 이 세상과의 관계에 따라 정해진다”고 언급했습니다. 소설에서 어린 왕자가 만난 어른들은 모두 인간 본연의 호기심을 잃어버렸고 자기기만에 빠졌습니다. 이에 정리쥔은 “기특하게도 어린 왕자가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혀 비판하지 않고 오히려 진정성 있는 대화를 통해 상대방과 소통하려고 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성이 지극하면 동지섣달에도 꽃이 핀다’는 말처럼 거짓이 없는 적자지심을 가지고 있으면 모든 것이 통할 수 있습니다.


지난 2022년 타이베이국제도서전에서 프랑스 의원과 대담하고 있는 정리쥔 전 문화부 장관 - 사진: CNA

정리쥔에 관해서는 유명한 사건이 하나가 있는데요. 지난 2019년 초 문화부 장관이었던 정리쥔은 연예인들을 위해 마련된 만찬회에서 한 연예인에게서 뺨을 한 대 맞았습니다. 그 이유는 정리쥔이 적극 추진한 이행기 정의 정책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사건 발생 후 정리쥔은 해당 연예인을 고소하지 않았고 페이스북을 통해 “폭력으로 의견을 표출하는 것은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동시에 타이완의 민주 제도에도 큰 타격을 주며 나아가 국가 폭력 피해자에게 2차 피해를 유발한다”며 “이 뺨은 아픈 역사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이행기 정의에 대한 오해와 왜곡에서 비롯된 것으로 문화부 장관으로서 개인적인 피해를 강조하기보단 대화를 통해 사회적 대립을 없애고 이해를 촉진할 것을 대중들에게 호소하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역사진상을 밝혀야 피해자와 유가족의 아픔을 이해할 수 있고, 국가체제의 잘못을 반성해야 불의를 바로잡을 수 있으며  따라서 이행기 정의는 과거를 위한 것이 뿐만 아니라, 지금의 우리를 위한 것”이라며, “폭력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진실과 정의에 기초해 이행기 정의를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린 왕자의 일깨움을 잊지 않고 타이완을 위해 크게 기여해 온 정리쥔은 앞으로 라이칭더의 내각으로서 행정원에 다시 입성하게 되면 같은 정신으로 타이완 문화계의 발전을 추진하기를 바라며, 라이칭더 정부도 계속 타이완을 이끌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엔딩곡으로 싱어송라이터 예잉(葉穎)의 노래 ‘어린 왕자(小王子)’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잃어버린 동심을 되찾고 싶으시면 《어린 왕자》를 한 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賴執政誰接棒閣揆? 林佳龍.鄭麗君.潘孟安被點名」,華視新聞。
2. 趙靜瑜,「青平台創辦人鄭麗君:代代都有文協們 一起創造理想台灣」,中央社。
3. 鍾志鵬,「鄭麗君翻譯全新《小王子》悟人生 當賴清德2024總統副手引熱議?」,三立新聞網。
4. 陳宛茜,「『聲音有哲學的味道』 鄭麗君為『小王子』錄製有聲書」,聯合報。
5. 郝妮爾,「大人的成長備忘錄 專訪鄭麗君」,聯合文學。
6. 汪宜儒,「遭資深藝人鄭惠中打巴掌 鄭麗君:民主不容傷害」,中央社。
7. 安東尼.聖修伯里 作/鄭麗君 譯,《小王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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