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3일 만에 기온이 30도에서 15도로 떨어진 변화무쌍한 11월 중순입니다. 더웠다 추웠다 하는 환절기에는 실내에서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책 한 권을 읽는 것은 최고의 행복이죠. 어떤 책을 읽을지 모르겠다면 각 문학상의 수상 리스트는 참고할 만한 지표입니다. 타이완문학관이 주최하는 국가급 문학상인 ‘2023 금전장(金典獎)’이 지난 10월 30일 최종 수상자 명단을 발표했으며 지난 11일 타이베이 화산문화단지(華山文創園區)에서 시상식을 개최했습니다. 올해 응모한 191권의 작품 중, 소설 15권, 에세이집 7권, 시집 5권, 논픽션 3권이 본선에 진출했고, 총 30권의 후보작 중 관심있는 작품을 골라서 2024년의 독서 목록을 만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갈피를 못 잡다면 최종 수상작 8권을 직접 읽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나.
올해 금전장 시상식에서 스저(史哲) 중화민국 문화부 장관은 “금전장을 통해 타이완 문단의 에너지와 생명력을 확실히 느끼를 수 있다”며, “올해 대상 수상자 천례(陳列, 본명 陳瑞麟 천뤠이린)는 절제하고 냉정한 필치로 묻혀진 타이완 백색테러의 역사를 기록해 반항, 의지, 자유, 존엄 등 시대의 정신을 미래 세대에게 일깨워주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린진리(林巾力) 타이완문학관 관장은 “올해 수상작들은 국가의 역사, 가문의 흥망성쇠, 향토에 대한 정감, 사회운동, 개인의 내면세계 등에 대해 깊이 묘사하고 있으며, 수상자들은 자신의 삶에 성실하게 임할 뿐만 아니라 사회에 대해서도 예리한 관찰력을 보여주고 있다”며, 앞으로 더 많은 타이완 작품들이 글로벌 무대에 오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대상은 에세이의 대가 천례의 최신작 《잔해서(殘骸書)》가 차지했습니다. 본선 심사위원장을 맡은 시인 뤄즈청(羅智成)은 “소박한 언어, 개인 경험, 역사현장의 순례를 통해 깊은 인간적 배려를 선보여 7표 중 6표를 받아 만장일치로 선정되었다”고 밝혔습니다. 예선 심사위원을 맡은 작가 아포(阿潑)는 “대부분의 백색테러 문학은 사회의 망각을 막기 위해 기억을 되살리는 목표를 갖고 있는데, 천례는 1인칭 시점으로 개인의 트라우마를 작성했지만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숨기지 않고 세월 때문에 불확실해진 기억의 잔해를 그대로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천례도 수상소감에서 “《잔해서》는 국가폭력을 당한 과정을 완전무결하게 기록하기보다는 나의 마음에 와 닿는 부분을 정리해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위한 시도”라며 “우리 모두 타이완이 걸어온 역사를 인지하고, 이해하고, 반성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2023 금전장을 수상한 타이완 에세이의 대가 천례(陳列) - 사진: RTI
이어 대상 심사 과정에서 1표를 받은 작품 《남동생(弟弟)》도 심사위원의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홍콩 출신, 타이완에 귀화한 작가 천훼이(陳慧)는 한 누나와 남동생의 이야기를 통해 1997년 홍콩이 중국에게 반환된 후부터 2014년 홍콩 민주화 운동인 ‘우산혁명’까지 홍콩이 겪은 커다란 변화를 그려냈습니다. 본선 심사위원을 맡은 작가 하오위샹(郝譽翔)은 “1997년에 출생한 남동생은 ‘포스트 97년 세대’로서 홍콩의 파란만장한 운명의 은유”라며 “이 소설은 정치와 국가의 우화로 간주되고 있으나 저자는 유쾌하고 가벼운 서사를 통해 홍콩 신세대의 모습과 마음을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한 기억에 관한 묘사는 대상 수상작 《잔해서》와 서로 대조할 수 있는데요. 예선 심사위원을 맡은 시인 췌이숸화(崔舜華)는 “정세 변화에 따라 홍콩이라는 도시가 점차 과거의 영광을 잃어버리고 젊은 세대들도 점차 ‘선택해야 하는’ 어른이 되어벼렸다”며 “저자는 문학을 통해 홍콩의 옛 모습을 재현하고 역사와 기억을 보존하도록 한다”고 말했습니다.
홍콩 작가 외에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 작가 장궤이싱(張貴興)의 마술적 사실주의 소설 《아이리즈 오프 모닝(鱷眼晨曦)》은 과거 작품의 핵심 주제를 이어나가 보르네오섬의 우림을 이야기 무대로 동남아 화교들의 삶을 다룹니다. 본선 심사위원장을 맡은 시인 뤄즈청은 “마법과 같은 기법을 통해 말레이시아판 《백년 동안의 고독》을 선보여 심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평가했습니다. 마술적 사실주의하면 한 섬에서 사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 천수야오(陳淑瑤) 작가의 소설《모이(魔以)》도 빼넣을 수 없습니다. 시간을 초월하는 비선형적인 서사를 구현해 사람과 섬의 관계를 부각했습니다.
2023 금전장 수상작 및 후보작 - 사진: RTI
다언어의 창작도 올해 금전장의 하이라이트인데요. 타이완 남부 쟈이(嘉義) 민슝(民雄)의 민간신앙, 괴담이설, 역사사건을 바탕으로 한 타이완어 소설 《야관순듀(夜官巡場Iā-Kuan Sûn-Tiûnn)》는 신인상 수상자 장자샹(張嘉祥)의 데뷔작으로 타이완의 향토문화를 잘 묘사했습니다. 해당 작품은 저자가 소속된 밴드 ‘촌사람(裝咖人)’의 데뷔 앨범이기도 합니다. 문학계와 음악계에서 동시에 인정을 받은 장쟈샹은 실력이 띄어난 라이징 스타로 큰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밴드 촌사람의 음악을 듣고 싶으시면 저희 RTI 홈페이지를 통해 청취할 수 있습니다.
《야관순듀》와 같이 타이완어로 창작된 수장작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타이완어 노래 작사자인 왕자오화(王昭華)의 첫 에세이집《나는 마음대로 할 테니 너는 가능한 한 해봐(我隨意,你盡量)》입니다. 오랫동안 타이완어 교육에 투신한 저자는 타이완어로 타이베이 단수이(淡水)의 아름다움을 흥미롭게 기록하며 읽는 내내 노래의 리듬을 느낄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논픽션 작품 중 타이완 동부 타이둥(台東) 즈번(知本) 습지를 기록한 《더 로스트 리버(沒口之河)》는 생태자연, 원주민 역사, 에너지 발전을 다룬 자연 에세이집으로, 저자 황한야오(黃瀚嶢)가 자연보호 운동에 참여한 과정을 담기도 합니다.
올해 신인상의 수상작 《야관순듀》, 《더 로스트 리버》와 《총알은 여생이다(子彈是餘生)》는 신인상과 본상에 동시에 선정되었는데, 이는 금전장 사상 최초라고 합니다. 신세대 작가들이 그만큼 우수하다는 점을 의미하는 거죠. 앞으로 그들은 어떤 작품을 선보일지 무척 기대하네요.
2023 금전장 신인상 및 본상을 수상한 신세대 작가들, 좌로는 테라오 테츠야(寺尾哲也), 황한야오(黃瀚嶢), 장쟈샹(張嘉祥) - 사진: CNA
추가로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바 있는 몇몇 작품들도 후보나 최종 수상자 명단에 올랐는데, 각각은 타이완해협에서 전쟁이 일어난다고 가상하는 소설 《아래 증언은 전면 부인될 것이다(以下證言將被全面否認)》, 여자 배우의 일생을 다룬 소설 《여자 조연배우(女二)》, 그리고 겉만 번지르르한 엘리트들의 삶을 묘사하는 소설《총알은 여생이다》입니다. 이 작품들에 대해 관심이 있으시면 과거 방송을 다시 청취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엔딩곡으로 올해 금전장 수상자 장쟈샹이 소속된 밴드 ‘촌사람(裝咖人)’의 노래 ‘水流媽’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올해 수상작에 대해 앞으로 방송에서 계속해서 소개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臺灣文學館,「2023臺灣文學獎金典獎贈獎 共同見證年度盛事及創作成果」,琅琅閱讀。
2. 羅智成,「2023臺灣文學獎金典獎.羅智成.決審總評》臺灣書桌上正在發生的事」,OPEN BOOK閱讀誌。
3. 「2023臺灣文學獎金典獎》陳列《殘骸書》獲年度大獎,完整獲獎名單與評語」,OPEN BOOK閱讀誌。
4. 「2023臺灣文學獎金典獎》入圍名單與評語」,OPEN BOOK閱讀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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