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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문학을 만난다! 문학을 홀린 타이중 로컬 음식

  • 2023.10.23
포르모사 문학관
타이중시정부문화국이 주최하는 ‘식·시 시장에서 문학을 만난다’ 특별전시회가 지난 4월 15일부터 오는 12월 10일까지 타이중문학관에서 개최된다. - 사진: 안우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하면 길거리 음식, 길거리 음식하면 재래시장이죠. 보기만 해도 군침 도는 타이완식 닭튀김(市場炸雞/台式炸雞), 부드럽고 고소한 대창굴국수(大腸蚵仔麵線), 코를 찌르지만 막상 먹어 보니 푹 빠진 취두부(臭豆腐), 저렴하고 맛있는 로컬 음식, 가게 주인들의 넘친 인간미… 재래시장은 현지 주민들의 일상과 생활철학을 담은 마법의 장소입니다. 타이완 작가 류커샹(劉克襄)은 음식 에세이집《남자의 재래시장(男人的菜市場)》에서 재래시장을 ‘움직이는 지방 생활 박물관’으로 묘사했습니다. 상민의 의식주 문화를 잘 기록하는 재래시장은 문학가들의 뮤즈입니다. 

타이중시정부문화국이 지난 4월 15일부터 오는 12월 10일까지 타이중문학관에서 ‘식·시 시장에서 문학을 만난다’ 특별전시회를 열어 문학을 홀린 타이중 음식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타이중은 타이완 서부 교통망의 중심에 위치하고 있어 남부와 북부의 식습관을 흡수하여 독특한 시장 음식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류커샹, 양솽즈(楊双子) 등 타이중 출신 작가들이 고향 시장을 배경으로 선보인 문학작품들이 늘 회자됩니다. 

타이중기차역 주변에는 6대 시장이 있는데, 제6시장을 제외한 시장 모두 일본 식민지 시대에 설립되었습니다. 우선 가장 오래된 제1시장은 타이중 최초의 신식 시장으로 1978년에 일어난 화재 때문에 상업 빌딩으로 개축되었습니다. 또한 동남아 외국인 근로자의 도입과 함께 동남아 제품을 위주로 파는 상가가 되어 ‘동남아시아 국가 연합 광장(東協廣場, 동협광장)’로 명칭을 바꿨습니다. 이어 제2시장은 비교적 정교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어 과거는 ‘일본인의 시장’이라 불렸고, 현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타이중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입니다. 제3시장은 제2시장처럼 원래의 건물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타이중 전통 음식의 집산지로 꼽힙니다. 다음으로 원래 육군단지 옆에 있었던 제4시장은 단지의 이전으로 점점 몰락되었고 2014년 문화재로 지정되어 예술단지로 탈바꿈했습니다. 타이중문학관 근처에 위치한 제5시장은 규모가 비교적으로 작지만 수많은 특색 요리로 유명해 타이중 시민들이 즐겨가는 시장입니다. 문학관을 방문하시면 제5시장을 절대 놓치지 마세요! 마지막으로 제6시장은 시장이라고 하지만 실은 백화점인데요. 타이완의 재래시장 문화를 알리기 위해 전통시장의 요소들을 살리고 현대적인 개념과 접목시켜 새로운 형태의 시장을 만들어냈습니다. 


재래시장을 백화점과 접목시킨 타이중 제6시장 - 사진: 제6시장 홈페이지

양솽즈(楊双子)는 음식 에세이집《타이중 토박이(開動了!老台中:歷史小說家的街頭飲食踏查)》에서 각 시장에 숨어있는 타이중 로컬 음식을 기록했는데, 오늘은 3가지 음식에 대해 소개해 드리고자 합니다! 타이중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길거리 음식은 다몐겅(大麵羹)일 겁니다. 다몐겅은 과거 농가에서 자주 먹는 간식으로 국수에 알칼리를 넣어 오래 끓여도 흐물흐물해지지 않습니다. 다른 국수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조금 먹어도 금방 배불러진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타이중의 도시화 과정에서 많은 외지인들이 타이중에 와서 일하게 되었는데, 양이 많고 저렴한 다몐겅은 큰 사랑을 받아 타이중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습니다.  

또한 다몐겅을 먹을 때 반드시 둥취안고추장(東泉辣椒醬)이 있어야 합니다. 둥취안고추장은 타이중 사람의 부엌에 없어서는 안되는 존재로 모든 요리에 잘 어울리는 만능소스입니다. 한국의 양념치킨이나 떡볶이 소스처럼 매콤달콤하면서 중독성이 강합니다. 한국인에게는 전혀 맵지 않을 수도 있지만 음식의 풍미를 업그레이드 할 수 있습니다. 다몐겅 외에 특히 단오절에 먹는 쫑쯔(粽子), 타이완의 대표 아침식사 단빙(蛋餅), 그리고 만두, 면류와는 찰떡궁합입니다. 

이어 두번째 대표 음식은 한국인에게 절대 낯설지 않은 카스텔라입니다. 16세기 포르투갈 상인과 선교사들이 일본과 교류하기 시작해 일본 나가사키에 카스텔라를 들여갔습니다. 보송보송하고 오랫동안 썩지 않는 카스텔라는 나가사키에서 큰 사랑을 받아 점차 나가사키의 대표 디저트가 되었습니다. 그 후 타이완으로 들여온 카스텔라는 ‘나가사키 케이크(長崎蛋糕)’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양솽즈에 따르면 타이완에서 가장 맛있는 카스텔라는 바로 타이중 제2시장 맞은 편에 있는 나가사키 케이크(坂神本舖長崎蛋糕) 가게입니다. 카스텔라는 타이완에서 또 다시 현지화하여 꿀, 초콜릿, 치즈 등이 들어간 버전이 나타났는데, 해당 가게는 계란, 설탕, 밀가루와 맥아만 사용해 순수한 나가사키 케이크로 유명합니다. 그러나 이 맛있는 나가사키 케이크를 사려면 미리 전화나 온라인으로 예약할 수 없고 오로지 현장에서 줄을 서서 주문할 수밖에 없습니다. 주문 완성 후 케이크를 받을 때까지 몇 시간 동안 기다릴 가능성이 높은데, 제2시장에서 타이중 로컬 음식을 먹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타이중 출신 작가 양솽즈(楊双子)의 음식 에세이집《타이중 토박이(開動了!老台中:歷史小說家的街頭飲食踏查)》, 맨 위에는 카스텔라, 가운데는 다몐겅(大麵羹) - 사진: Eslite

마지막으로 타이완의 국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버블티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버블티 기원에 대해 아직까지도 의견이 분분하지만, 타이중 춘수이당(春水堂)을 빼넣을 수 없습니다. 춘수이당 창립자 류한졔(劉漢介)가 1983년 일본을 여행할 때 바텐더가 칵테일 셰이커로 음료수를 만든 장면에서 영감을 받아 셰이커로 거품이 있는 부드러운 차를 만들었습니다. 애초에 사람들이 뜨거운 차가 아닌 차가운 버블티를 좋게 보지 않았으나 출시 후 큰 호평을 받았고 타이중 곳곳에 버블티 가게가 생기게 되었습니다. 그 후 테이크아웃 형식이 확립되면서 버블티는 전통 차 문화의 틀에서 벗어나 대세가 되었습니다. 또한 양솽즈는 버블티의 유행은 과당의 보급과 1980년대 타이완의 경제 발전과 깊은 관련이 있다고 합니다. 공급측면에서는 과당, 비닐밀봉기 등이 널리 보급되었으며, 소비측면에서는 사람들의 소비력이 향상되면서 버블티를 소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버블티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나온 제품이라고 할 수 있죠.

타이중은 1908년 철도가 개통된 후에야 크게 발전되었고 타이완 가운데 있는 지리적 특성으로 예로부터 중계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러 민족의 문화가 이 곳에서 만나 독보적인 타이중 음식 문화를 형성했습니다. 전시장에서 타이중 출신 작가들의 시각을 통해 타이중의 음식을 맛볼 수 있고 이 아름다운 도시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음주는 계속해서 타이중문학관, 그리고 타이완문화협회 회원들이 설립한 서점이자 출판사 ‘중앙서점(中央書局)’에 대해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엔딩곡으로 말레이시아 화교 출신 가수 핀관(品冠)의 노래 ‘버블티(珍珠奶茶)’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劉克襄,《男人的菜市場》。
2. 楊双子,《開動了!老台中:歷史小說家的街頭飲食踏查》。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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