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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외국인 이주민 및 근로자 문학상 대상 수상작 <장미의 추억>

  • 2023.09.18
포르모사 문학관
지난 10일 타이완박물관에서 열린 ' 제8회 외국인 이주민 및 근로자 문학상(移民工文學獎) 시상식 - 사진: RTI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 32번째 시간에서 타이완에 있는 동남아 이주민들을 위한 문학상인 ‘외국인 이주민 및 근로자 문학상(移民工文學獎, 이하 외국인 문학상)’을 소개해 드린 바 있는데요.  올해로 8회째를 맞은 외국인 문학상 시상식이 지난 10일 타이완박물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수상작의 주제는 가족애, 결혼 이야기, 정체성에 대한 탐구 등이 포험되어 있으며 타이완에서 거주하는 외국인 이주민들의 삶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수상작 7편이 곧 한 권의 책으로 모여 출판될 예정이고 영화, 티비 드라마, 라디오 드라마로 각색될 수도 있습니다.

이날 행사에서 주최 측인 영웅의 여정(英雄旅程) 셰이윈(謝易芸) 본부장은 “외국인 문학상을 통해 외국인 이주민의 생명 이야기를 타이완 사람에게 보여주는 동시에 민족 간의 이해를 증진시켜 공감대를 조성하면서 타이완 문화의 다원화를 촉진시키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또한 이번 문학상을 후원한 타이완문학관 린진리(林巾力) 관장은 “외국인 이주민과 근로자들이 모국어로 스스로의 이야기를 말하고 타이완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타이완 문학의 일부가 되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습니다.

올해의 대상은 베트남 출신 이주민인 우옌츄(武豔秋, VO THI DIEM THU)의 작품 <장미의 추억(玫瑰的回憶)>이 차지했습니다. 우옌츄는 2020년 제7회 외국인 문학상에 이어 두 차례나  대상을 수상했습니다. 중매를 통해 타이완 남성과 결혼한 대부분 베트남 여성과 다르게, 우옌츄는 베트남에서 지인을 통해 남편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남편과 함께 타이완으로 이주한 후 그는 국립타이완사범대학교에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는데, 임신으로 인해 수업을 중단했지만 독서에 대한 열정으로 타이완 문학책을 읽으면서 독학했습니다. 2019년 그는 외국인 문학상을 우연히 알게 되어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쓰기로 결심했습니다. 

1980년 중반부터 타이완은 농업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되며 노동력을 상대적으로 많이 투입하는 ‘노동집약적 산업’을 점차적으로 중국과 동남아로 이전했습니다. 이와 동시에 교육 수준이 향상되면서 남녀 모두 평등하게 정규교육을 받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배경 아래 블루칼라(blue collar), 즉 육체노동자에 속한 타이완 남성들이 결혼시장에서 점점 경쟁력을 잃게 되어 외국인 배우자를 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중 많은 베트남 여성은 국내의 정치적·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해 국제결혼을 통해 타이완, 한국, 일본 등 경제적으로 우세한 나라로 이주했습니다. 타이완 내정부 이민서(移民署)에 따르면 지난 6월까지 중국, 홍콩, 마카오를 제외한 외국인 배우자 중 베트남은 2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제결혼이 보편화되는 가운데, 문화 충돌, 언어 장벽, 가정 폭력, 불법 중개, 인신매매, 위장 결혼 등 사회 문제를 초래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편파적인 일부 보도 때문에 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이 형성되어 외국인 배우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심화시키고 있습니다. 외국인 이주민의 이야기를 위주로 보도하는 비영리 언론인 ‘이인(移人)’과의 인터뷰에서 우옌츄는 “타이완에 오기 전에는 일자리가 많고 희망만 가득찬 곳으로 생각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꿈나라에도 결함이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고 토로했습니다. 

지난 문학상에서 그는 타이완인 남편에게 버림받아 결국 장례식장에서 근무하게 된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 <장례식장 앞 새소리(殯儀館前鳥鳴聲)>로 문학의 꿈을 이뤘습니다. 이 작품은 중국어 수업에서 봤던 일본영화 <굿' 바이: Good & Bye>, 그리고 주변 지인의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합니다. 주인공이 배 속에 아이를 키우기 위해 두려워하는 마음을 억누르고 장례식장에서 시신에 화장해줍니다. 새소리와 목탁 소리에 주인공은 고인의 얼굴을 곱게, 죽음을 아름답게 만듭니다. 우옌츄는 주인공과 주인공 배 속 아이의 시각을 통해 외국인 이주민의 강인한 생명력을 잘 그려냈습니다.

이어 올해 문학상의 대상 수상작 <장미의 추억>은 <장례식장 앞 새소리>와 함꼐 가족과 죽음에 관한 핵심주제를 이어나갑니다.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릴 수 없는 주인공이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는데요. 비싼 치료비 때문에 아들을 구하지 못했던 죄책감 속에서 벗어나지 못해 돈을 충분히 벌어도 고향에 가지 않고 타이완에서 치매에 걸린 노인을 간병합니다. 노인의 아내가 항상 노인이 깨기 전에 외출하고, 노인이 잔 후에야 집에 돌아옵니다. 노인은 아내를 악독한 새엄마로 착각했기 때문입니다. 노인은 아내를 볼 때마다 “우리 엄마를 죽인 지독한 여자”라며 욕설을 내뱉습니다. 남편과 같은 집에 살면서도 떨어져 생활해야 하는 아내는 두 사람 사이에 마음을 표하는 장미꽃을 정성껏 돌보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지킵니다. 이야기의 마지막에 노인이 돌아가셨고, 남편을 영원히 보낸 아내는 주인공에게 “당신에겐 아직 딸이 있으니 빨리 고향에 가서 가족과 함께 있으라”며 “아픈 과거는 장미의 가시처럼 인생의 일부이고 자신을 용서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우옌츄는 장미꽃을 통해 삶의 애환을 표현하고 스스로와 화해하자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2020년 문학상 대상 수상 이후 외할머니의 죽음을 겪은 우옌츄는 일 때문에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영상통화로 장례식에 참석했습니다. 그는 핸드폰 앞에 오랫동안 무릎을 꿇었습니다. 두 딸이 옆에서 그가 울고 있는 모습을 지켜봤습니다. 이날 밤 자기 전에 큰 딸이 죽음에 대해 물었는데, 우옌츄는 길거리에서 봤던 죽은 매미로 예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인생은 생로병사의 여정이고 여름 내내 맴맴맴 울다 죽은 매미는 결국 자연의 일부가 되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인간은 자연에서 태어나 또 자연으로 돌아가죠. 

최근 타이완에서 <바츠먼의 변호인(八尺門的辯護人)>, <아홉 발의 총알(九槍)> 등 외국인 근로자를 주제로 한 작품이 상영되면서 이에 대한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전자는 과거 방송에서 소개해 드린 바 있으며, 후자는 베트남 출신 근로자 롼궈페이(阮國飛)가 2017년 도주하는 과정에서 타이완 경찰에 의해 아홉 발의 총알을 맞아  숨졌다는 사건을 다룬 다큐멘터리입니다. 롼궈페이는 불법체류 노동자였지만 체포 당시는 무기를 갖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아홉 발의 총알을 쏘고 뒤늦게 응급조치를 실시한 경찰은 과도한 법 집행의 의혹을 받았습니다. 감독 차이충롱(蔡崇隆)은 “뤄궈페이 사건은 타이완 사회가 외국인 근로자들을 향해 쏜 아홉 발의 총알”이라고 했습니다.

올해 외국인 문학상 작품 공모 시작 기자회견에서 문학상의 창립인 장정(張正)은 “외국인 근로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타이베이 기차역 로비에서 열린 이번 기자회견에서 회사 회장, 대학교 교수, 입법위원, 심사위원 등 모두 외국인 근로자들과 함께 로비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고 매우 기쁘다”며 “앞으로 타이완 사람들이 타인의 출신, 민족, 직업 등을 가리지 않고 모두 평등하게 대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는 타이완 문학상의 가장 중요한 목표죠.


지난 3월 12일 타이베이 기차역 로비에서 열린  외국인 문학상 작품 공모 시작 기자회견 - 사진: RTI

엔딩곡으로 사회운동에 투신하는 타이완 밴드 헤이서우나카시(黑手那卡西)의 노래 ‘나는 베트남에서 왔다(我從越南來)’를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이 노래는 베트남에서 타이완으로 이주한 베트남 여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趙婉淳,「第8屆移民工文學獎頒獎 得獎作品具影視開發潛力」,RTI。
2. 武豔秋(楊玉鶯譯),〈殯儀館前鳥鳴聲〉。
3. 武艷秋,〈玫瑰的回憶〉。
4. 江婉琦,「【2020移民工文學獎得主專訪】武豔秋:殯儀館前鳥鳴聲,生老病死,草生一春,去似微塵」,移人。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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