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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일러스트의 창작력, 이제는 제대로 보여줄 때!

  • 2023.08.28
포르모사 문학관
지난 7월 20일부터 오는 9월 5일까지 국가도서관(國家圖書館)에서 열리는 '비주얼 팬진(Visual Fanzine)’ 타이완 일러스트 특별전시회 - 사진: 안우산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타이완 거리를 걷다 보면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가게는 무엇인가요? 아마도 편의점과 음료수 가게일 겁니다.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는 경쟁 속에서 상품의 퀄리티만 확보해서는 더 이상 매출을 보장할 수 없죠. 변화무쌍한 시장에서 돋보이기 위해 자신의 타겟층과 다른 고객을 보유한 브랜드, 식당, 또는 연예인, 온라인 유명인, 일러스트 작가들과 콜라보 상품을 선보이는 것은 요즘 트렌드입니다. 

한국분들 사이에서 유명한 타이베이 대표 전통 조식집 ‘푸항더우쟝(阜杭豆漿)’, 슈퍼주니어 맴버 시원님이 좋아하는 마라훠궈집 ‘딩왕(鼎王)’과 편의점이 함께 출시한 즉석 식품이 바로 좋은 예시입니다. 또한 작년 12월부터 일회용 플라스틱 컵 사용 금지 정책의 실시와 함께, 음료수 가게들이 종이컵의 디자인에 신경을 많이 쓸 수 밖에 없는데요. 토끼띠 해를 맞아 토끼 캐릭터를 디자인한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들이 큰 주목을 받은 것은 물론, 해외 일러스트 작가와의 콜라보도 새로운 추세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이 중 쿼카 모양의 ‘다이노탱(Dinotaeng)’, 강아지 모양의 ‘일일공칠(1107)’ 등 한국 일러스트와의 콜라보 상품들이 타이완에서 출시되자 품절이 되었습니다. 심지어 예약 후 3개월이 지나야 상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콜라보 프로젝트를 통해 일러스트의 경제적 가치가 재차 증명되었습니다.

최근 몇 년 동안 국제 디자인 어워드를 휩쓰는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들이 독특한 기법과 미학으로 타이완만의 풍경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의 주최 측인 ‘재단법인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기금회’가 30주년을 맞이하여 국제적으로 명성을 떨친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 15명을 초청해 타이베이 화산문화단지(華山文創園區)에서 ‘비주얼 팬진(Visual Fanzine)’ 특별전시회를 열었습니다. 아시아 최대 국제도서전인 타이베이 국제도서전은 글로 구성된 문학책 뿐만 아니라 아름다운 그림으로 세계의 과거, 지금, 그리고 미래를 담아내는 일러스트에도 초점을 맞춥니다. 해당 전시회는 코로나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일일관객수 2000명을 기록했습니다.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며 올해 재단법인 타이베이 국제도서전 기금회는 타이완 국가도서관과 손잡아 지난 7월 20일부터 오는 9월 5일까지 국가도서관에서 ‘비주얼 팬진’ 전시회를 다시 개최하고 있습니다. 팬진이란 SF소설, 호러물 등 특정 분야의 애호가가 관심사를 공유하기 위해 제작한 비전문적, 비공식적, 비상업적인 소규모 간행물입니다. 저우쥔성(鄒駿昇) 큐레이터에 따르면, 이러한 출판물들은 수공예의 특색이 잘 담아있는 타이완 일러스트처럼 전 세계 출판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스타가 아니지만, 생동감이 넘치는 창작력을 통해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우 큐레이터는 팬진의 개념에 기초해 전시장을 타이완 일러스트의 유일무이한 잡지로 만들어냈습니다.


‘비주얼 팬진(Visual Fanzine)’ 특별전시회의 큐레이터이자 일러스트 작가 저우쥔성(鄒駿昇) - 사진: 국가도서관 제공

전시회는 잡지 서문처럼의 설명글부터 시작합니다. 코로나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예측 불가한 천재지변… ‘혼돈’, ‘변이’, ‘무질서’ 등으로 가득찬 과거 3년, 세계가 하루아침에 멈추게 되었습니다. 끝이 보이지 않은 고통 속에서 2023년에 드디어 희망의 빛을 보았습니다. 이제 허물을 벗고 나비가 될 때가 왔습니다. ‘진화’, ‘변형’, ‘혁신’, 심지어 ‘멀티버스’, ‘메타버스’로 나아가야 합니다. 번데기 시기는 정체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스스로와 싸우고 또 싸우는 과정입니다. 30년간 쌓아 온 타이완 일러스트의 창작력, 이제는 뿜어낼 때가 왔습니다.

이번 전시회의 디자인은 2018년 중화민국 국경일 메인 비주얼의 디자이어 예중이(葉忠宜)가 맡았습니다. 과감한 배색은 그의 가장 큰 특징입니다. 전통적인 폰트 디자인과 레이아웃에서 벗어나 자유분방하면서도 디테일이 가득한 추상적인 기하도형을 통해 타이완 일러스트의 30년 발전을 보여줬습니다. 독보적인 작품으로 수많은 가능성을 열어주는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들만큼 강렬하고 아름답습니다. 

뿐만 아니라 밝은 우드색을 위주로 한 지난 전시회와 달리, 국가도선관에서 열린 이번 전시회는 군청색을 바탕색으로 하여 세련되고 현대화된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저우 큐레이터는 지난 7월 20일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신스팝처럼의 디자인으로 전시장을 시원한 수영장으로 만들어 무더위를 식힌다”며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 15명의 작품을 통해 시각적인 충격을 가져왔으면 좋겠다”고 언급했습니다. 매일 35도 넘는 지독한 여름에 밝은 남색으로 구성된 ‘비주얼 팬진’ 전시장은 매우 좋은 피서지입니다.


격주간 《500집(500輯)》의 편집장 후스언(胡士恩) - 사진: 안우산

전시회의 재개와 함께 주최 측은 다양한 전문가 가이드와 일러스트 작가 특강을 마련했는데요. 지난 12일 열린 전문가 가이드에서 격주간 《500집(500輯)》 의 편집장 후스언(胡士恩)이 일러스트 작가들과 협력한 경험을 공유했습니다. 《쇼핑 디자인(Shopping Design)》, 《빅이슈(Big Issue)》등 잡지에서 일했던 후 편집장은 “2000년에 들어 잡지계에서 여백이 많고 깔끔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이 유행하기 시작했다”며 “20년 후 잡지든, 일러스트든 더욱 현지화하고 개인적, 심지어 비주류의 작품들이 많이 나타나고 있으며 똑같은 스타일을 보기 힘든다”고 분석했습니다. 

이어 잡지 편집자의 업무에 대해 그는 “편집자의 일은 ‘프로젝트 기획’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글과 이미지의 배치, 내용 기획, 주제 설정 등에 초점을 맞춘다”며, “표지는 편집자의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인데 서점에서 어떻게 독자들에게 어필하는지는 우리가 매일 고민하는 문제”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일러스트 작가와의 소통 상황을 보고 때로는 과거 작품의 사용권을 받아 직접 표지에 쓰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의 기획에 따라 새로운 창작을 위탁하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胡士恩:很多人會問說編輯是在寫字嗎?我說沒有,我在做企劃,企劃就是思考刊物主題、做好的圖文整合。封面是編輯很重要的工作,做雜誌也是,你的封面放在書店,在雜誌海裡面怎麼被看到、被記得,我們會看跟插畫家的溝通狀況,有台灣的也有國外的,有些是授權,有些是照我們的企劃請他重新創作,有些是微調過往作品,我的工作就是這樣子,我們叫做「專題企劃」。

후 편집장은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일러스트 작가 장졘스양(張簡士揚)을 예로 들었습니다. 장 작가는 고대황제, 선녀 등 전통 중국풍의 캐릭터를 셀카, 스케이트보드, 자전거 등 현대적인 요소와 접목시켜 개인 특색이 강하고 참신한 작품들로 유명합니다.《500집》78호 ‘최고의 카메라 10가지’에서 표지를 담당한 장 작가는 남자 등에 입힌 한 고대 여인이 카메라를 들고 있는 재미있는 장면을 그렸습니다.


《500집》78호 ‘최고의 카메라 10가지’의 표지 - 사진: 500집 

청취자 여러분, 시간이 있으시면 저희 RTI 한국어 홈페이지에 접속해 <포르모사 문학관> 페이지에서 장 작가를 비롯한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의 작품들을 감상해 보세요! <랜드마크 원정대>에서 소개해 드렸던 타이완 대표 일러스트 작가 ‘지미(幾米)’의 작품도 있습니다. 


고대와 현대의 요소를 결합한 일러스트 작가 장졘스양(張簡士揚)의 작품들 - 사진: 안우산


타이완 대표 일러스트 작가 지미(幾米)의 작품들 - 사진: 안우산

 


'비주얼 팬진' 특별전시회 큐레이터이자 일러스트 작가 저우쥔성(鄒駿昇)의 작품들 - 사진: 안우산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고양이를 버리다》표지와 일러스트를 맡은 타이완 일러스트 작가 가오옌(高妍)의 작품들 - 사진: 안우산

엔딩곡으로 타이완 대표 남가수 저우제룬(周杰倫 주걸륜)과 (袁詠琳)의 노래 ‘샌드 페인팅(畫沙)’를 띄어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해당 노래는 모래로 창작하는 ‘샌드아트’를 통해 연인의 관계를 표현했습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匯集30年台灣圖像榮光 書展三十特展華山開跑」,台北國際書展。
2. 《五百輯》,聯合報。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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