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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어위지아(羅毓嘉)《아줌마들》, 아줌마 위하여

  • 2023.01.23
포르모사 문학관
루어위지아(羅毓嘉)의 최신 에시이집 《아줌마들》- 사진: Readmoo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음력으로 오늘은 정월 초이틀이네요. 청취자 여려분, 설 연휴 잘 보내고 계신가요?  2023년은 검은 토기의 해, 토끼처럼 높이 도약하는 한 해 되세요!

올해 타이완의 설 연휴는 무려 10일에 달하는데요. 직장인들은 드디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한숨을 돌리고 온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시간은 하나도 즐겁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존재합니다. 

타이완에 설의 요괴인 년수(年獸)에 관한 전설이 있는데요. 옛날옛적에 ‘년(年)’이라는 요괴가 깊은 바다에 살고 있었고 매년 섣달그믐에만 상륙해 사람을 잡아먹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설이 다가오자 산속으로 도망가 년을 피했습니다. 어떤 어르신은 년이 빨간색과 큰소리를 무서워한다고 얘기했는데 사람들이 빨간색 종이에 좋은 말을 써서 대문에 붙이고 폭죽이나 불꽃을 터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이것은 바로 춘련(春聯)과 폭죽놀이의 유래입니다. 

년수는 전설에만 존재하는 요괴인 점 우리 모두 아는데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작가 루어위지아(羅毓嘉)는 현대에도 년수가 있다고 합니다. 설은 온 가족이 모이는 중요한 명절입니다만 일 년에 한 번만 만나는 사람끼리 무슨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공부, 취직, 연봉, 연애, 결혼, 건강… 오지랖이 넓은 친척 때문에 휴식은커녕 오히려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빨리 원래 생활로 돌아가고 싶은 경우도 있죠. 또한 낯선 친척들이 갑자기 한 집에 사는 것도 가치관 충돌의 그 자체입니다.이 게 바로 명절증후군이죠.

루어위지아가 현대의 년수는 바로 시간의 흐름이라고 합니다. 사람들이 항상 새해 소망이나 새해 목표를 세우는데 막상 설이 되자 과거 한 해 동안 어떻게 지냈는냐,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냐 검증을 받게 됩니다. 만약 다른 사람에 비해 잘 못 하면 더욱 부담되고 괜한 열듬감이 생깁니다. 현대의 년수가 먹는 것은 사람이 아닌 시간입니다. 년수는 설에 나와 시간들을 먹고 갑니다.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한 발가벗은 우리뿐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년수를 무서워합니다.   

루어위지아는 바로 이처럼 섬세한 필치로 인생을 적나라하게 표현합니다.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인 그는 ‘시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몰라서 그것을 찾으려고 쓴다면 에세이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 그것을 전하려고 쓰는 거다. 문학은 꼭 언어를 정련하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창작할 수도 있다. 특히 시는 여러 단어의 조합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반대로 에세이를 쓸 때 나는 영화 감독이 되어 현실 세계에 초점을 맞추고 편집을 통해 이야기를 한다’며 시와 에세이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시로 두각을 나타낸 루어위지아는 요즘 들어 에세이를 더 많이 씁니다. 이에 대해 그는 ’아마 나이를 먹으면서 미지의 감정도 점점 없어진 것 같다’고 대답했습니다. 작년 10월 출판된 에세이집《아줌마들(阿姨們)》은 마침 이 대답과 서로 호응할 수 있습니다. 동성애자인 루어위지아는 남동성애자 사이에 아줌마라는 호칭이 늙는다는 뜻 외 남성 매력이 부족하다는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늙은 아줌마’로 나이가 있는 동성애자를 조롱하기도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점점 아줌마가 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사실 동성애자 뿐만 아니라 평소 시 우리가 아줌마를 말할 때도 간혹 부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죠. 예를 들어 뻔뻔하고 작은 이익도 탐내거나 오지랖이 넓다는 고정관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스스로는 이미 아줌마가 된 것을 인지하는 루어위지아는 곳곳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에세이집을 창작했습니다.

이 에세이집을 처음 접했을 때 책 표지에 등장한 루어위지아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바에서 여러 모습인 루어위지아 6명이 들어간 사진입니다. 성소수자 운동을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입는 루어위지아, 셀카를 찍는 여행 중인 루어위지아, 쳐츠 입고 깊은 생각에 빠진 루어위지아… 책 표지를 통해 자신의 다양한 캐릭터을 그려냈습니다. 마침 ‘이 게 바로 아줌마가 된 나다'고 외치듯 당당하게 본래의 면모를 드러냅니다.

해당 사진의 촬용장소는 루어워지아가 이 책을 썼을 때 있었던 바입니다. 루어워지아는 바에서 각양각색의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줌마들》을 완성했는데 다른 손님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글도 이 책에 수록되어 있습니다. 술이 낳은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정도로 이제 루어위지아는 이미 소녀들이 좋아하는 카페와 같은 장소에서 글쓰지 않고 술집이야말로 진정한 아줌마가 가야 하는 곳이라고 장난쳤습니다. 

루어위지아는 우리 생활 속에 묵묵히 노력하는 아줌마의 이야기를 기록했는데요. 솜씨가 깔끔한 음식점 아줌마, 서비스로 반찬을 준 아줌마, 버스에서 잠이 든 사람을 깨운 아줌마…  항상 활력이 넘치는 아줌마들은 좀 오지랖이 넓지만 누구보다 더 열심히 살고 있고 누구보다 더 용감하게 인생의 역경을 직면합니다. 성소수자 운동에 오래 투신한 루어위지아는 아줌마의 생활 태도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많이 얻었고 스스로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큰 도움이를 받았습니다. 그래서 《아줌마들》을 통해 아줌마를 재정이하려고 합니다.

타이완에 아줌마에 관한 유행어가 있는데 바로 ‘阿姨我不想再努力了 아줌마, 난 더 이상 노력하고 싶지 않다’는 말입니다. 이 말은 애초에 돈이 많은 중국 아줌마들이 젊은 남자를 찾는 행위에서 유래했고 타이완 젊은 사람 사이에 널리 알려진 후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이 없고 무력감을 느낄 때 장난으로 자주 쓰이게 되었습니다. 재미가 있지만 이 말 뒤에 숨겨진 아줌마에 대한 차별을 간과할 수 없습니다. 해당 유행어와 같이 등장한 대부분 이미지에서 아줌마는 항상 늙고 추악한 모습으로 나타나고 돈을 빼면 가지고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묘사되는데요. 이는 뿌리 깊은 가부장제로 인한 결과가 아닐까 싶습니다. 따라서 루어위지아가 아줌마들을 위해 글쓰는 것은 참 의미가 있죠.  

더 이상 청춘이 아니어도 상관없는 것처럼 《아줌마들》에서 등장한 아줌마들은 스스로 특유의 매력으로 독자의 마음을 확 잡았는데요. 이 책의 가장 새삼스러운 것은 바로 사람의 다면성을 잘 형상화하는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앞 부분에 우선 평소 시 아줌마들의 모습을 묘사하고 중간에 들어 아줌마들 뒤에 있는 이야기가 공개되며, 마지막으로 성소수자, 홍콩 이슈, 세계 정치와 경제 문제 등 한 차원 높은 대화가 등장하자 독자는 루어위지아가 그려낸 인간의 복잡성으로 압도될 것입니다.   

따라서 《아줌마들》은 우리의 일상을 잘 기록해 주고 흥미미가 있는 에세이집이라기보다 꾸밈없이 삶의 의미를 잘 부여해 주는 선물이라면 더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 언젠가 아줌마가 될 것이고 막상 아줌마가 되면 자신 있게 머리를 쳐들어 앞으로 나아가면 됩니다. 모든 사람은 존중받는 자격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 청취자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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