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 쳇바퀴 돌듯이 살아가고 있는 우리. 한 번이라도 다른 삶을 살아볼 수 있을까요? 반복되는 삶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는 방법은 바로 문학입니다. <포르모사 문학관>에서 타이완 특유의 문학 세계 속으로 함께 들어갑시다.
안녕하세요! 저는 <포르모사 문학관> 시즌2의 진행자 안우산입니다.
새해가 올 때마다 우리는 항상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성취를 이루었는지, 또 어떤 목표를 아쉽게 이루지 못했는지 되돌아보고 새해를 내다보는 거죠. 청취자 여러분께서 지난 2022년은 어떤 한해였나요? 성취감을 크게 느꼈던 한해였나요? 혹은 아쉬움이 좀 남는 한해였나요? 오늘 소개해 드리고자 하는 타이완 시인이자 에세이 작가 린다양(林達陽)은 새해맞이에 대해 이렇게 썼는데요.
新年快樂。
剛在人群裡看過跨年煙火,美則美矣,
生命裡的花火不知道是被點燃了,還是已經消逝。
那是一樣的嗎?
在人潮的推擠中高喊新年快樂的經驗還是美好得令人發熱。
惟有瘋狂是真實的。
我現在仍隨捷運車廂在地底搖晃著,
好像醉了但應該沒有,只是話有點多。
傳訊給妳只是想分享讓妳知道。
希望妳快樂,希望我能是妳的快樂。
방금 새해맞이 불꽃놀이를 구경했다.
예쁘긴 한데 인생의 불꽃도 함께 태웠는지,
아니면 오래전부터 이미 사라졌는지 모르겠다.
나 지금 여전히 지하철에서 인파에 물려 흔들리고 있는데
취한 것 같지만 아마 아닌 거다.
너에게 문자를 준 것은 단지 할 말이 좀 많을 뿐이다.
“너가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내가 너의 기쁨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다.
위의 글은 린다양의 첫 에세이집 《슬로우 러브레터(慢情書)》에 수록되어 있고 연인에 대한 애정과 그리움을 그려냈습니다. 그런데 ‘슬로우 러브레터’는 어떤 러브레터인가요? 정성을 들여 천천히 쓰여진 러브레터인가요? 정성들여 쓰여진 러브레터는 맞지만 타이밍을 놓쳐 보낼 수 없었던 러브레터는 정답입니다. 린다양은 인생의 세 개 단계인 대학교 졸업 후, 군 복무 기간, 그리고 제대 후 전연인에게 쓴 러브레터를 정리해 《슬로우 러브레터》를 출판했습니다. 비록 상대방에게 직접 당시의 마음을 전하지 못했지만 흘러간 사랑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은 언제간 이 늦은 러브레터를 통해 잘 전달될 수 있겠죠.
‘가벼운 글로 무거운 감정을 쓴다’고 평가되는 린다양은 항상 러브레터를 쓰는 듯 훈훈한 문구로 삶을 섬세하게 묘사해 ‘훈남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는데요.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처럼 평가된 작품들은 대부분 린다양의 생활이 가장 어려운 시절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린다양은 순조롭지 못한 상황에서 작은 희망이라도 잡기 위해 끊임없이 창작해 왔고 따뜻한 글들은 당시의 그에게 있어서 일종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린다양은 문학을 통해 스스로를 구원해 주는 거죠.
한편 타이완 남부지역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인 가오슝 출신인 린다양은 고등학교 때 가오슝고등학교연합문학상(高雄馭墨三城高中聯合文學獎)을 설립했습니다. 린다양은 인터뷰에서 ‘당시 가오슝은 “문화의 사막(文化沙漠)”이라는 조롱을 자주 받았는데 저는 아니라고 생각해요. 가오슝은 뿌리깊은 문화와 소질있는 창작자들이 분명히 많이 존재하는 아름다운 도시니까요.’라고 말했습니다. 중공업을 위주로 발전해 온 가오슝은 그 당시 다른 도시에 비해 문화예술활동이 비교적으로 결여되어 무시당한 경우가 있었는데 린다양은 바로 이 편견을 깨기 위해 고등학생으로 할 수 있었던 만큼 고향의 문화적 발전에 기울였습니다. 린다양은 스스로가 설립한 문학상에서 주최자로 여러 차례 참여했을 뿐만 아니라 수상한 적도 있었습니다. 해당 문학상을 통해 문학계 인맥을 쌓으면서 타이완 문예계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습니다.
대학교에 들어 문학이 아닌 법학 쪽으로 진학하게 된 린다양은 시를 연구하는 동아리에 가입했고 더 다양한 문학작품을 접하게 되면서 문학의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했습니다. 대학교 학업을 마친 후 린다양이 드디어 본격적으로 문학에 진학했습니다. 그는 ‘창작에 있어서 작가가 전달하고 싶은 것과 독자가 이해하는 것은 항상 거리가 있어 글쓸 때 구체적인 묘사를 통해 이 거리를 좁힐 수 있는 것은 작가의 내면 심리를 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의 하나’라고 말했는데요. 린다양은 바로 대학원을 다닌 동안 이처럼 구체적인 묘사 기법을 확립했고 <9월>이라는 시로 설명한 적이 있습니다.
타이완 동부지역에 위치한 화리엔(花蓮)에서 9월마다 농작물에게 비료를 주기 위해 태양마(太陽麻)라는 식물을 심는데 린다양은 화리엔에서 공부했을 때 옆에 이웃이 해당 식물에 알레르기가 있어 항상 재채기를 했는데요. 린다양은 이 상황에서 영감받아 알레르기로 사람이 살면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해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정한 감정을 묘사했습니다. 이와 비슷한 또 하나의 예가 있는데요. 바로 시집 《비밀 하나 더 말해줄게(再說一個秘密)》에 수록된 <슬플 때 바다 보러 가자(傷心的時候去看海)>라는 시입니다. 다음에는 이 시를 읽어드리겠습니다.
슬플 때 바다 보러 가자. 覺得傷心的時候就去看海
바다가 당신에게 천편일률적으로 이렇게 말하도록 하자. 讓海千篇一律的告訴你: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고 沒有關係,沒有關係,沒有關係,
당신이 믿을 때까지 말한다. 直到你真的相信。
저는 슬럼프에 빠질 때 바다쪽에 가서 석양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 물결이 햇빛에 반짝이는 모습이 참 아름답죠. 처음 <슬플 때 바다 보러 가자>를 읽었을 때 확 마음에 와닿았습니다. 이처럼 삶에 대한 관찰력을 통해 린다양은 사소한 일상을 기록하면서 독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킵니다.
2017년부터 린다양은 타이완의 문학창작 플랫폼 ‘보커스(Vocus)’에서 에세이 코너 《슬픈 시간대》의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원래 훈훈한 이미지와 다르게 에세이 제목부터 벌써 우울해지는데요. 이에 대해 린다양은 ‘생활이 안정될수록 오히려 삶의 곡절을 직면할 수 있게 되어 <슬픈 시간대>는 과거 작품보다 저 자신에게 더 다가온 것 같아요. 생활 속의 곤란은 항상 갑자스러운 선의로 해결되어 결국 그 곤란도 아름다운 순간으로 더 생생하게 기억에 남았어요. ’라고 대답했습니다. 따라서 희망이 가득차는 훈훈한 글 대신 솔직한 문구로 창작되는 것은 오히려 더 눈부실 수 있습니다.
또한 린다양은 <슬픈 시간대>를 창작한 이유는 현재의 타이완은 더 좋고 더 많은 대중문학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초보적인 독자와 독서량이 많은 독자 사이에 큰 간격이 존재하는데 초보적인 독자를 위해 쓰여진 작품은 아주 결여되어 있어요. 제 생각에는 이상적인 문학은 문학에 자주 접하든지과 상관없이 누구나 작품을 통해 어떤 것을 얻을 수 있는 것이에요. 그래서 저는 통속적이면서 정교한 대중문학을 창작하고 있어요.’라고 말했습니다. 문학은 삶의 거울이고 글의 본질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린다양은 진심을 담아 소박하고 온정적인 문구로 타이완에게 러브레터를 쓰고 있습니다.
그럼 오늘은 린다양이 좋아하는 노래 중 한 곡을 골라 띄워드리며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타이완 락앤롤 레전드 가수인 우바이(伍佰)의 ‘흰색 비둘기(白鴿)’입니다. 오늘 <포르모사 문학관>과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상으로 RTI 한국어 방송의 안우산이었습니다.
▲참고자료:
1. 林達陽,《慢情書》。
2. 林達陽,《再說一個秘密》。
3. 林達陽,《傷心時區》。
4. 曾志傑,〈《再說一個秘密》林達陽:用很輕的文字,寫出很重的感情〉,博客來OKAPI。
5. 林達陽,〈二十歲青春物語|林達陽篇〉,台灣文學基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