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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위광중의 '산문' 작품 소개

  • 2022.11.04
포르모사 문학관
시인이자 산문가인 위광중(余光中)의 대표작 중 하나인 《차가운 빗소리를 들어(聽聽那冷雨)》- 사진:산민 인터넷 서점(三民網路書局) 사이트 페이지 캡쳐

지난주 포르모사문학관 시간에서 저는 ‘향수’라는 시를 쓴 시인으로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위광중(余光中)의 프로필과 그의 시작에 대해서 소개해드렸는데, 오늘은 그의 산문 작품에 대해서 집중 소개하려고 합니다.

‘오른손으로 시를, 왼손으로 산문을’ 쓴 위광중은 시인의 신분으로 유명하나 실은 산문가로서의 성취와 공헌이 더욱 크다고 많은 학자들이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위광중에게는 시는 ‘주업’이라고 하면 산문은 ‘부업’이었습니다. 그래서 초기에는 시가 아닌 산문, 평론문 등 작품을 발표하려고 할 때 산문과 평론문을 나누지 않고 하나의 작품집에 수록해 발표하고 1987년이 되어서야 산문만 수록된 산문집을 처음 내놓았습니다. 이 위광중의 첫 ‘단순한’ 산문집은 《철도만큼 긴 기억(記憶像鐵軌一樣長)》이라고 합니다. 위광중은 이 산문집의 서문에서 “산문과 시는 모두 저의 눈으로, 하나가 빠지면 보는 세상이 더 이상 완전하지 않을 것”이라고 썼습니다. 이를 통해서 산문은 위광중의 문학 활동에서 점점 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산문계에 대하여 위광중의 가장 큰 기여로는 새로운 이론을 제시한 게 꼽힐 것입니다. 그는 1963년 《문성잡지(文星雜誌)》에 〈산문의 변발을 자르자(剪掉散文的辮子)〉라는 제목의 글을 발표하여 현재 산문 작품의 폐단을 지적하고 좋은 산문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세 가지 기준을 알렸습니다. 이 세 가지 기준은 "탄력성, 품질 및 밀도"입니다. 탄력성은 일정한 법식에 구애되지 않고 다양한 수사와 문법을 탄력성 있게 운용했는지, 품질은 글을 구성한 단어와 문장이 얼마나 섬세한지, 밀도는 "특정 길이(또는 특정 글자수) 내에서 독자들의 감각과 미적인 요구를 충족시켰는지에 따라 다르며, 이 세 가지 기준을 모두 만족해야 ‘좋은 산문’이라 할 수 있다고 위광중은 주장했습니다. 또 위광중은 이론을 제시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론을 실천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현대 산문을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의 산문은 여러 가지 특색이 있는데 여기서 정리를 해서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다양한 수사(修辭)와 표현법으로 풍경의 정취를 재현하는 것입니다. 산문 <샤틴산거(沙田山居)>는 위광중이 1974년에서 1985년까지 홍콩 샤틴에 거주했을 때 거처의 베란다에서 바라봤던 산과 바다 풍경을 묘사했습니다. “천 묘의 바란색 밭’과 같은 바다, “심오하고 침묵한 고승”과 같은 산, “음악을 사랑하는 마을 소녀”와 같은 산곡, “포효하고 날뛰는” 바람… 이렇게 의인화, 비유 등 수사를 사용하는 생동한 표현으로 사물에 생명력을 부여하여 풍경을 ‘정감있게’ 만드는 것은 위광중의 산문, 특히 여행산문 작품에서 흔히 보이는 글쓰기 법입니다.

여행산문은 위광중의 산문 작품에서 큰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는 생전에 100번 넘게 해외여행을 했고, 현지에 있는 작가나 예술가가 살던 집, 박물관, 갤러리, 대교당 등을 방문했던 경력을 바탕으로 수많은 여행산문을 작성했으며, 뿐만 아니라 원향인 중국과 고향 타이완, 그리고 수년 간 머물어봤던 미국, 홍콩에 대해서도 여러 편의 여행산문을 써서 발표했는데, 그의 여행산문을 읽을 때마다 글에서 묘사된 풍경은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 매우 생생하고 그가 여행하거나 현지에서 거주할 때 바라봤던 사물에 대한 그의 깊은 정감을 듬뿍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위광중의 산문의 또 다른 특색은 ‘첩어(疊語)’의 사용입니다. ‘첩어’는 같은 글자를 중복시켜 만든 단어를 가리킵니다. 위광중은 그의 대표작인 《차가운 빗소리를 들어(聽聽那冷雨)》에서 ‘점점적적, 방방륜륜, 석력석력석력(點點滴滴,滂滂淪淪,淅瀝淅瀝淅瀝) 등 첩어로 빗소리를 묘사하며 이를 통해 원향 중국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했습니다. 점점적적은 ‘방울방울’을 뜻하고, 방방륜륜은 비가 세차게 내리는 모양을 표현하며, 석력석력석력은 의성어로 비 내리는 소리를 나타냅니다. 위광중은 첩어의 연속 사용을 통해 비가 내리는 형태, 모양과 소리를 표현하는 동시에도 문장에 리듬을 살렸습니다. 지난주 저는 위광중의 시작을 소개했을 때도 위광중은 ‘문장의 음악성’을 매우 중요시했다고 언급했는데 그의 이러한 생각은 산문을 통해서도 엿볼 수 있습니다.

또, 위광중의 대표작 하면 이 작품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바로 <나의 네 명 가상적(我的四個假想敵)>이란 유머가 넘치는 산문입니다. 엄숙할 수 있고, 유머러스할 수 있도 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더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됩니다. <나의 네명 가상적>에서는 위광중은 네 딸의 남자 친구를 “가상적”이라고 비유했습니다. 이 네 명 가상적은 딸과 아내 등 ‘우군’의 은밀한 지원 아래 파죽지세로 위광중 집으로 쳐들어가고, 위광중은  앞뒤로 적의 공격을 받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항복하게 됐습니다. 위광중은 사랑스러운 딸들을 다른 남자에게 보내고 싶지 않은 부친의 추상적인 정신활동을 유머러스하고 센스있는 묘사를 통해 구체화하여 독자들로 하여금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결론을 내리자면, 여행산문이든 유머산문이든, 아니면 그냥 일발적인 사정산문이든 위광중의 산문 작품은 항상 다양한 수사가 활용되면서도 글의 전체적인 미감이 계속 유지되고 심지어 더해지기도 하는데 이는 그의 산문의 가장 큰 특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산문의 "탄력성, 품질 및 밀도"를 제고하기 위해 위광중은 현대적, 구어적, 동양적인 언어 뿐만 아니라, 고전적, 문어적, 서양적인 표현 기교도 사용해서 그의 작품은 남보다 다채롭고 독창성이 높기도 합니다. 이렇게 시 영역 뿐만 아니라, 위광중은 산문 영역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그의 시와 산문을 두 주로 나눠서 소개해드렸습니다. 그럼 마무리곡으로 위광중의 동명의 시를 바탕으로 한 노래, 남가수 뤄다유(羅大佑)가 부른 ‘향수사운(鄉愁四韻)’이란 곡을 띄어드리면서 포르모사문학관을 마치겠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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