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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Rti 중앙방송국태평양전쟁 참전 경험을 토대로...타이완 문학가 '천첸우'

  • 2022.07.01
포르모사 문학관
태평양전쟁 참전 경험을 바탕으로 창작 활동을 한 타이완 시인이자 소설가인 천첸우(陳千武) - 사진: '국가문화예술기금회' 사이트 페이지 캡쳐

천첸우(陳千武_진천무, 1922.05.01.-2012.04.30.)는 일제시기인 1922년 타이완 중부 난터우(南投) 밍젠(名間)에서 태어났으며, 2012년 향년 90세로 타계했습니다. 본명은 천우슝(陳武雄_진무웅)이며, 환푸(桓夫)라는 필명으로도 활동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부터 동서양 문학을 널리 읽으며 신시, 단가 등 문학 작품을 쓰기도 시작했고, 1939년 처년작으로 <깊은 여름밤의 한순간(夏深夜之一刻)>이란 일본어 전원시를 발표했습니다. 1941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이듬해 ‘타이완 특별지원병’으로 징병되어 4년 동안 태평양전쟁에 참여하며 남양군도의 전쟁터와 강제수용소를 이리저리 전전했습니다. 이 경험으로 천첸우는 '전지의 시인(戰地詩人)'이란 칭호를 받았습니다.

태평양전쟁이 끝난 후 1년 뒤인 1946년, 그는 부상당한 몸을 이끌고 집권자가 이미 바뀐 타이완으로 돌아오자 바로 언어의 장벽에 직면하게 됐습니다. 당시 타이완을 접수한 국민당 정부가 타이완 내의 일본 문화를 모두 없애기 위해 일본어로 글쓰는 것을 전면 금지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타이완 문학가들이 활동을 중단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천첸우는 ‘언어 단절’을 극복하기 위해 ‘국어’로 지정된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12년의 노력 끝에 1958년 마침내 첫 중국어 작품을 발표하며 문단 활동을 재개했습니다.

1964년 그는 바이츄(白萩), 린헝타이(林亨泰), 잔빙(詹冰) 등 12명 타이완  작가와 함께 시의 사회성과 향토성을 주장하는 《삿갓(笠)》시사를 창립했습니다. 문학계에 복귀한 천첸우는 언어 단절로 오랫동안 억눌렸던 문학 창작 에너지를 폭발시켜 현대시, 소설, 문학평론, 아동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그때 계엄령 시행 시기라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는 글을 써 정치적인 압박을 당하지 않도록 타이완 문인들이 항상 조심해야 하고 자유롭게 생각을 표현할 수 없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1970년대에 천첸우는 문학 잡지 《삿갓》에 바다의 여신인 마주(媽祖)를 소재로 한 일련의 시사 풍자시를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1970년에 발표된 <실례합니다만(恕我冒昧)>이란 시는 당시 이미 20년 넘게 장기 잡권해왔던 장제스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시 내용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마주여(媽祖喲)

오래 앉아 있으니 당신의 발은(坐了那麼久 你的腳)

역사의 단향목 좌대 위에서(在歷史的檀木座上)

이미 저리셨겠지요.(早已麻木了吧)

단향목 보좌는(檀木的寶座)

사당을 가측 채운 향연 속에서(在滿堂線香的冒煙裡)

사람들의 아첨 속에서(在大眾的阿謏裡)

검게 그을었네……(被燻得油黑……)

무례한 말입니다(這是非常冒昧的話)

하지만, 이제 당신은 당신의 신전과(可是 你應該把你的神殿)

그 자리를(那個位置)

젊은 여자에게 양보하셔야 되겠지요.(讓給年輕的姑娘吧)

천첸우는 이 시를 통해 자신을 ‘신’이라고 생각하고 권력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독재자를 풍자하면서도 일반 대중들이 정부 교육에 세뇌되어 올바른 판단력을 상실해 집권자에게 좌지우지되는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현대시 외에도, 천첸우는 참전 경험을 소재로 한 작품으로 소설 분야에서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1976년부터 천첸우는 실제 경험을 토대로 태평양전쟁을 배경으로 한 일련의 단편소설을 발표했습니다. 이 소설들은 대부분 '린(林) 병장(兵長)'이란 타이완 지원병을 주인공으로 하며 전쟁의 슬픔과 인간의 아픔을 그려냅니다. 예를 들면 <여자 사냥(獵女犯)>은 일본군이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진지 현지의 여성들을 강제로 끌려가 그들을 위안부로 만드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천첸우는 이 단편소설로 1977년 타이완의 주요 문학상 중 하나인 우줘류(吳濁流)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천첸우는 이 소설들에서 ‘당사자’로 당시 태평양전쟁의 상황을 재현했을 뿐만 아니라 ‘린 병장’의 대사를 통해서 타이완 지원병의 정체성도 다뤘습니다. 이 단편소설들은 나중에 모여져 ‘여자 사냥: 타이완 특별 지원병의 추억’이란 제목으로 출판되며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타이완인의 처경에 대한 진귀한 기록으로 남겨졌습니다.

문학 창작에 많은 심력을 기울인 것 외에도, 천첸우는 동북아시아 문학계과의 적극적인 교류를 통해 타이완 문학의 국제적인 위상을 높이는 데 크게 이바지했습니다. 그는 한국의 김광림과 일본의 다카하시 기쿠하루(高橋喜久晴)와 함께 지난 80년대 이후 아시아시인회의와 아시아 현대시집 출간의 주역을 맡으며 ‘타이완-한국-일본’ 3국의 문학 교류에 있어 긍정적인 힘을 발휘했습니다. 전쟁, 언어 단절, 백색테러 등 삶의 역경들을 극복하고 70여 년의 오랜 시간동안 현대시, 소설, 문학평론, 아동문학 등 경계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 활동을 보여줬던 천첸우는 2012년 4월 30일 세상을 떠났지만 타이완인들의 마음 속에서 영원히 지지 않는 별로 남을 겁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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