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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Rti 중앙방송국모더니즘적 수법으로 사랑과 정욕을 묘사한 일제시기 작가 '옹나오'

  • 2022.06.24
포르모사 문학관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타이완의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는 일제시기 작가 옹나오(翁鬧, 1910-1940) - 사진: 위키백과

일제시기의 타이완문학 하면 타이완인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라이허(賴和)의 '저울 하나(一桿稱仔)', 양쿠이(楊逵)의 <신문배달부(送報伕)>와 같은 일본의 식민지배로 고통을 받고 있는 타이완 소시민의 삶을 묘사하는 향토 문학 작품일 것입니다. 하지만 제가 오늘 청취자분께 소개해드리고 싶은 작가는 당시로서는 이례적으로 모더니즘적 수법으로 사랑과 정욕을 보여준 소설가 옹나오(翁鬧옹료, 1910-1940)입니다. 옹나오는 1910년 타이중청 우시보(武西堡, 현 장화현)에 태어났으며, 다섯 살 때 장화(彰化)의 한 잡화 상인에게 입양됐습니다. 1923년 타이완 총독부 타이중 사범학교(국립 타이중 사범대학 전신)에 입학하고 문학을 접하게 되고 문학 창작도 시작했습니다. 1929년 졸업 후 5년 동안 장화에서 교사로 일했다가 1934년 일본 도쿄로 유학을 떠났으며, 194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소설, 시, 번역, 수필, 평론 등 다양한 장르의 문학유산을 남겼습니다. 

옹나오의 생평과 사적에 대해서는 관련 역사 자료와 참고 문헌이 많지 않아서 그의 친구이자 같은 시기 작가들의 기억만을 통해 조끔씩 알아볼 수 밖에 없습니다. 친구가 생각하는 옹나오는 남의 시선을 신경쓰지 않는 조금 오만한 사람이며, 사랑에 직진하는 낭만적인 사람이기도 합니다. 친구의 묘사를 통해 옹나오가 어떤 사람인지를 다소 알 수는 있지만 친구의 진술이 서로 모순되거나 앞뒤가 맞지 않는 상황이 있어서 그의 정체는 더욱 신비에 감춰지게 됩니다. 이로 인해 옹나오는 ‘환영의 사람(幻影之人)’이란 별칭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정확한 사망 원인에 대해서도 아직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상사의 눈밖에 나 해고를 당해 생계를 유지하지 못해서 결국 신문지 사이에 누운 채 얼어죽었다”는 설도 있고, “정신병원에서 병사했다”는 설도 있으며, 좌익단체의 일원으로 여겨져 경찰의 추격을 피해 도주하다가 사망했다는 설도 있습니다. 옹나오를 사망하게 한 진짜 원인은 영원히 풀리지 않는 미스터리로 남을지 모르지만 다행히도 우리는 그의 작품을 통해 작가 세계를 엿볼 수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대부분 일본어로 쓰여졌으며, 1970년대가 되어서야 중국어로 번역되어 타이완 대중 앞에 다시 나타났습니다.  

옹나오는 일본 통치 하의 타이완인의 삶을 그려낸 신문학(新文學) 작가나 향토문학 작가와 달리 모더니즘 경향의 문학 유파인 신감각(新感覺派)파를 대표하는 타이완 작가로서 활동했습니다. 신감각파는 유럽의 허무주의, 미래파, 표현주의 등 서구 세기말 풍의 표현 이론을 배경으로 20세기 초기부터 일본에서 등장한 문학 유파로, 현실 세계를 감각적이고 주관적으로 인식함으로써 새롭게 전위적으로 묘사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래서 신감각파는 글쓰기에 있어서 심리분석, 의식의 흐름, 내적 독백, 몽타주 등 다양한 서구적 창작 기교를 자주 이용했습니다. 옹나오는 신감각파의 일원으로, 그의 작품에서도 이러한 문학적 경향이 있습니다.  

옹나오의 작품은 주로 소설이며, 주제에 따라 크게 2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타이완 시골의 모습과 농촌 사람의 삶을 그린 것으로 <멍청한 남자(戇伯仔)>, <나한각(羅漢腳>>, <불쌍한 아뤼 할머니(可憐的阿蕊婆)> 등 3개 작품이 있습니다. 다른 하나는 남녀 사이의 사랑과 정욕을 묘사한 것으로 <음악종(音樂鐘) >, <다 녹지 않은 눈(殘雪)>, <아침이 밝기 전의 사랑 이야기(天亮前的戀愛故事)), <항구가 있는 도시(有港口的街市)> 등 4개 작품이 있습니다.  

타이완 시골 서민의 생활 모습을 보여준 3편 소설 가운데 가장 많이 알려진 작품인 〈나한각〉은 한 시골 소년의 성장 이야기입니다. ‘나한각’은 원래 청나라 시대 타이완으로 옮긴 후 결혼하지 못하고 경제적으로도 형편없었던  중국 남성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1863년 청나라 정부가 반청 세력을 방비하기 위해 타이완으로 이민하려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여러 금지령을 반포했습니다. 그중 하나는 바로 타이완으로 올 때 가족과 동행할 수 없고 이미 타이완에 있는 사람도 가족을 데려올 수 없게 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 금지령으로 인해 당시 타이완 사회의 남녀 불균형 현상이 매우 심각했으며, 경제적 능력이 없어 아내를 구하지 못하는 남자가 많았습니다. 이 남자들을 당시 ‘나한각’이라고 불렀습니다. 소설 주인공 나한각은 5세인 어린이이며, 부모가 그의 동생을 다른 사람에게 입양시킬 정도로 집안 형편이 매우 가난합니다. 이는 옹나오 자신의 현실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입니다. 옹나오는 현실에서도 어릴 때 양자로 입양되어 평생을 친부모가 누군지 몰랐습니다. 그래서 그의 작품을 읽으면서 “친부모에 대한 궁금증”과 같은 정서가 느껴질 수 있습니다.  

또, 사랑과 정욕을 다룬 그의 작품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는 작품은 <아침이 밝기 전의 사랑 이야기>입니다. 이 소설은 자신을 루저라고 생각하는 30대 남자가 밤부터 아침이 밝을 때까지 자신의 연애 경험과 강렬한 성적 욕망에 대해 한 젊은 여자에게 토로하는 이야기입니다. 소설에서 남자는 어렸을 때 닭, 거위, 나비 등 동물들의 짝짓기를 관찰하면서 성적으로 각성하게 됐고, 청소년 시기에는 몇 번의 사랑의 좌절을 겪어 봤고, 지금은 미친듯이 누군가와 사랑하고 싶고 사랑을 위하여 마지막 피와 살까지 포기해도 좋다고 사랑을 향한 강렬한 열망을 털어놓습니다. 이 소설은 내용이든 수법이든 옹나오의 문학적 특색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 그의 대표적이라고 여겨집니다.  

옹나오는 의식의 흐름과 내적 독백 등 기법으로 대담하고 섬세하게 사랑과 정욕을 묘사하는 문학 스타일로 식민지 타이완의 현실을 담은 사실주의 문학이 주류를 한 당시로서는 매우 이상한 인물로 비춰지지만 전위적이고 해체적인 글쓰기로 타이완의 모더니즘 문학의 선구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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