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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ti 중앙방송국Rti 중앙방송국'현대 서정시의 절창 ' - 정처우위〈착오〉

  • 2021.10.08
포르모사 문학관

지난주 저는 고전문학과 현대문학을 조화시켜 시를 작성하는 타이완 시인 정처우위(鄭愁予)에 대해서 소개했는데 오늘은 그의 대표작, ‘현대 서정시의 절창’이라고 불리는 〈착오(錯誤)〉에 대해서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착오〉는 중국 강남을 배경으로 하여 전장으로 떠난 남편을 기다리는 여인의 심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我打江南走過 강남의 길을 지나가며

那等在季節裡的容顏如蓮花的開落 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얼굴은 피고 떨어지는 연꽃 같다  

東風不來,三月的柳絮不飛 봄바람이 불지 않아 삼월의 버들개지도 날지 않으며

你底心如小小的寂寞的城 당신의 마음은 작고 외로운 성이다

恰若青石的街道向晚 황혼 무렵의 푸른 돌 거리에서

跫音不響,三月的春帷不揭 발소리가 나지 않고 삼월의 휘장도 열리지 않으며

你底心是小小的窗扉緊掩 당신의 마음은 닫혀 있는 작은 창문이다

我達達的馬蹄是美麗的錯誤 내가 탄 말의 발굽소리가 아름다운 착오이네

我不是歸人,是個過客…… 나는 귀향자가 아니라 지나는 길손일 뿐이다……

〈착오〉는 중국 고전 문학에서 자주 사용되는 주제, 규원(閨怨)을 다루고 있습니다. 규원시는 글자 뜻 그대로 규방의 원망, 즉 남편에게 이별을 당한 아내의 원망을 노래한 시입니다. 앞에서 말씀했듯이 〈착오〉는 전쟁 때문에 남편과 이별한 여인의 이야기인데 규원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착오〉에서 나타난 단어 ‘강남’, ‘연꽃’, ‘버들개지’ 등은 모두 고전문학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단어라 읽을 때 강렬한 고전적인 감성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어서 보편적인 해석을 하며 이 시를 좀 더 감상하겠습니다.

我打江南走過(강남의 길을 지나가며) : 첫 문장 ‘강남의 길을 지나갈 때’에서 시의 배경은 강남이란 것을 직접 제시했습니다. 고전문학에서 번화한 강남은 문인들이 갈망하는 아름답고 몽환적인 곳이기도 하지만 방랑자들이 고향을 그리워하게 만드는 곳이기도 합니다. 〈착오〉에서는 강남이 나타나서 더욱 쓸쓸한 느낌을 선사하는 것 같습니다.

那等在季節裡的容顏如蓮花的開落(누군가를 기다리는 여인의 얼굴은 피고 떨어지는 연꽃 같다) : 연꽃은 또한 중국 고대 시인이 즐겨 사용한 단어입니다. 그들은 보통 연꽃으로 아름다운 여자, 여자의 고결함을 비유했습니다. 그리고, 연꽃의 연(蓮)자는 불쌍히 여길 련(憐)자와 중국어 발음이 같아서 연꽃으로 여자의 유약함과 불쌍함을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연꽃이 피고 떨이짐’은 여인의 외모에 변화가 생긴 것을 바유해 여인이 남편을 오랫동안 기다려옴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東風不來,三月的柳絮不飛(봄바람이 불지 않아 삼월의 버들개지도 날지 않으며) : ‘봄바람’은 고전 문학에서 희망과 아름다움의 상징인데 ‘봄바람이 불지 않는 것’은  여인이 기다리는 남편이 돌아오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버들개지는 중국어로 ‘柳絮’라고 하는데 그 ‘柳’자는 ‘머무를 류(留)’자의 중국어 발음이 비슷해서 시인들이 자주 버들로 상대방이 자신 옆에 머물렀으며 하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你底心如小小的寂寞的城(당신의 마음은 작고 외로운 성이다) : 여인의 마음을 성으로 표현한 것은 여인이 남편을 계속 기다리겠다는 굳센 지조를 비유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恰若青石的街道向晚(황혼 무렵의 푸른 돌 거리에서) : 색채심리학에서 푸른색은 차가운색으로 쓸쓸하고 처량한 느낌을 줍니다. 그리고, 황혼을 하면 중국 당나라 시인 이상은(李商隱)의 시구 ‘夕陽無限好 只是近黃昏(석양은 무한히 좋다마는 다만 황혼에 가깝구나)’는 항상 떠올라서 ‘황혼 무렵의 푸른 돌 거리’는 적막하고 쓸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跫音不響,三月的春帷不揭(발소리가 나지 않고 삼월의 휘장도 열리지 않으며) :

발소리가 나지 않는 것은 남편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고 휘장이 열리지 않는 것은 여자가 마음을 폐쇠한 것을 비유합니다.

你底心是小小的窗扉緊掩(당신의 마음은 닫혀 있는 작은 창문이다) : ‘닫혀 있는 창문’은 또한 여자의 폐쇠된 마음을 상징하지만 ‘열리지 않는 휘장’보다 훨씬 무겁게 느껴집니다. 이 두 문장은 여자의 외로움과 기타 남자에게 마음을 열어주지 않을 것이라는 굳은 의지를 표현하고 있습니다.   

我達達的馬蹄是美麗的錯誤(내가 탄 말의 발굽소리가 아름다운 착오이네) : 여자가 말발굽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남편이 들아올 줄 알았지만 사실은 아니라서 아름다운 착오이라고 합니다.

我不是歸人,是個過客……(나는 귀향자가 아니라 지나는 길손일 뿐이다……) : 맨 마지막의 생략기호는 시각적으로는 앞으로 향해가는 길손의 말의 발굽으로 보여 깊은 여운을 남기고, 한편은 독자에게 더 상상할 수 있는 공간을 주기도 합니다.   

〈착오〉는 현대 서정시 대표작 중의 하나로 꼽히는 것은 고전문학을 계승했을 뿐만 아니라 현대문학의 요소도 갖추고 있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규원시는 보통 여자 자신의 입장에서 남편과 헤어진 원망을 드러내거나 제삼자의 사각에서 그 모습을 묘사하는 것이며 시 내용은 그저 여자의 개인적인 정서 토로이고 남자의 반응이 별로 보이지 못하지만 〈착오〉는 남자 입장에서 여자의 원망에 대해서 ‘나는 귀향자가 아닌 길손이다’라고 반응을 해서 강한 현대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착오〉를 사랑시라고 해석하지만 정처우위는 이 시는 ‘전쟁규원시(戰爭閨怨詩)’라고 인터뷰에서 밝힌 바 이는데요. 물론 사람들이 시를 이해하는 방법이 다 다르기 마련이지만 이것도 아름다운 착오라고 할 수 있지요. 청취자분께서는 이 시를 또 어떻게 이해하시는지 참 궁금하네요~

 

 

프로그램 진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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