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이 재정법을 놓고 싸우는 이유
-2024.12.21-주간시사-
어제(12/20) 중화민국 입법원은 본회의장에서 심한 여야 갈등 장면을 재연했다. 의회 안은 의원들 간의 논쟁, 입법원 주변에는 이날 본회의에서 통과한 법안에 대해 반대하는 여당 지지자들의 시위가 벌어졌다.
이날 입법원 본회의장에서는 제1야당 중국국민당과 제2야당 타이완민중당이 발의한 <공직인원선거파면법>과 <헌법소송법> 그리고 <재정수지배분법> 등 3개 개정 법안이 전체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중화민국 공직인원 선거파면법 개정법안에 관한 해설은 다음주 월요일(12/23)’타이완-한반도’ 프로그램에서 설명하고, 오늘 ‘주간시사’에서는 극히 정치적이면서도 시민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경제 관련 ‘재정수지배분법’ 개정에 대해서 해설과 평론을 해드린다.
중화민국 ‘재정수지배분법(약칭 ‘재정법’, 이하 같음)’은 1951년6월에 제정된 후 앞뒤로 총 10번의 개정이 있었고, 최근 두 차례의 법안 개정은 제도적인 면과 재정 수지 구조의 변화가 포함되어 개정된 폭이 비교적 컸다. 43년 전인 지난 1981년의 재정법 개정안은 소득세와 화물세를 전부 중앙정부의 세수로 편성하고 더 이상 지방정부에 배분하지 않게 됨에 따라 재정의 주도권은 본래 ‘타이완성(臺灣省)정부’에서 중앙정부로 귀속된 것이 가장 큰 변화였다.
여기에서 부연설명을 하자면 ‘타이완성(臺灣省)’은 1997년 리덩후이 총통 집정 시기 <중화민국 헌법 신설ㆍ개정 조문> (제4차 신설ㆍ개정의 제9조 제3항) 규정에 따라서 1998년을 기해 한국의 道에 해당하는 중화민국의 省을 ‘지방자치단체’ 행정구역 지위에서 배제시키는 한편 원래의 ‘타이완성정부’ 조직을 축소하여 중앙정부(즉 행정원) 산하 파견 기관으로 개편하는 정책을 펼쳐 2019년에는 省급 기관의 실질적 업무는 완전히 종결되었다. 당시 타이완성 초대 직접선거 성장(省長)은 한국과도 깊은 인연이 있는 숭추위(宋楚瑜)로 대선 후보자로도 유력했던 정치인이었다. 그러나 당시 중화민국 정당 교체를 예고하는 정계의 움직임이 뚜렷히 나타났는데, 좀더 이념적 정치로 말한다면 타이완성을 폐지함에 따라 타이완 이콜 기존의 중화민국(타이완) 정부를 의미하는 헌법 개정의 과정과 결과라고 말할 수 있다.
이번 ‘재정법’ 개정안은 중앙과 지방정부 재정수지배분 비례를 놓고 국회에서 여야 정당이 여러 차례 토론을 하였으나 끝까지 합의를 보지 못했는데, 재원을 어떻게 분배하는지에 대해서 간단히 말해 기존의 세수는 중앙과 지방정부 간의 분배는 2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중앙정부가 세금을 거둬 총괄하여 이를 배분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공동 배분세이다. 전자는 각종 명목의 세수 가운데 일정한 비율의 세수를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규정에 의거하여 하급 지방 정부에게 분배하는 것이며, 후자는 상속세와 증여세, 직할시가 징수한 건 세수의 50%를 국고에 귀속하고 50%는 지방의 수입으로 하며, 하급 지자체에서 징수했을 경우 세수의 20%를 국고에, 80%는 해당 지자체에 귀속되는 것으로 중앙과 지방 정부가 서로 나뉘어 갖는 세수를 뜻한다.
앞서 ‘타이완성’이라는 지방정부 행정구역에 대해 조금 설명을 드렸는데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지방행정구역의 ‘타이완성’의 기능과 운용을 대폭 축소하는 시기에는 당시 중화민국의 실질 통치 관할 지역 중, 2개의 원할시(직할시)와 22개의 현ㆍ시(지방정부)가 존재했었다. 21세기 들어 수 차례의 합병과 승급 등을 거쳐 지금은 타이베이(인구 255만)ㆍ가오슝시와 가오슝현을 합병한 가오슝(인구 275만)을 비롯하여 원래 ‘타이베이현(縣)’에서 승급한 신베이(인구 402만)ㆍ타오위안현과 시가 합병한 타오위안(인구 227만)ㆍ타이중현과 타이중시가 합병한 타이중(인구 282만)ㆍ타이난현과 타이난시가 합병한 타이난(인구 187만)의 6개 직할시와 13개의 현(縣) 및 3개의 성(省)할시로 변경되었지만 재정 분배 관련 법은 행정구역 변화에 따르지 못하였고 그래서 일부 지자체는 현행 제도 아래서 재원은 중앙정부에 집중되다 보니 지방정부는 재정적 자주권을 제한 받는다는 비판을 쏟아내는 것이다.
제1야당과 제2야당 모두 중앙정부는 세수의 더 높은 비율을 지자체에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지방정부의 시각에서는 환영할 개정법안이다.
타이완 국회에서 왜 재정배분을 놓고 수십 년 간 여야가 합의를 보지 못했고 상호 간에 견지하는 쟁점은 무엇일까?
세수의 수직 분배에 있어 기존의 ‘재정법’은 장기간 지방정부가 비판해온 ‘중앙에 모두 몰아준다’는 현상을 타파할 수 없는 게 첫 번째 쟁점이다. 지난 1999년에 개정한 ‘재정법’은 원래 존재했던 행정기관 ‘타이완성’이 대폭 축소 내지 폐지되면서 ‘타이완성정부’가 존재했을 때의 세수를 중앙과 지방정부에 각각 60%와 40%씩으로 나뉘어 6대4로 배분했던 것을 중앙에 75%, 지방에 25%로 분배 비율을 변경하면서 중앙정부는 더 많은 세수를 운용할 수 있게 되었고 그 반면 지방정부는 점차 더 재정적 곤란을 겪으며 중앙정부에 의존하게 되었다.
수평적인 분배를 놓고 본다면 중앙정부의 배분 총괄 세수를 지역의 형평성을 이룰 수 있도록 분배하거나, 중앙정부에 귀속한 세수와 지방정부에 배분한 세수를 비례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하길 바라는 의견도 있다. 그러나 수평 분배로 볼 때 일부 지자체의 반발이 크다. 예컨대 과학의 도시 신주시(新竹市)의 경우, 2023년도에 2,889억(한화 약 12조8천여 억원, 2024.12.21. 환율 기준, 이하 같음)을 국세로 귀속했는데 중앙정부 총괄 분배금과 일반 보조금을 합쳐 신주시는 겨우 중앙정부로부터 100억원(한화 약 4,400여억 원)밖 못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렇게 25년 동안 바뀌지 않았던 ‘재정법’으로 인해 지자체 간의 공평성이 부재하는 현상을 낳게 하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배분 비율은 각 지자체의 인구수, 토지면적, 영리사업의 영업액, 농림수산목축업에 종사하는 취업인구수, 산업에 종사하는 취업인구수, 재산세 등 지자체의 ‘재정적 노력’과 ‘기본 건설 수요’ 명목을 모두 분배 지표로 삼자는 데 재정부와 지자체 간이 지난 가을 합의를 봤다고 한다. 다만 당시 재생에너지, 오염방지 등 지표와 가중치 부여 의견에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25년 만에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된 ‘재정법’은 제1야당 중국국민당이 발의한 것으로 여당의 반발과 여당 지지자들의 장외 항의가 이어졌다. 누가 더 국민의 바람에 맞는지는 더 세세하게 검토해야할 문제이지만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건 지금의 여당은 이미 8년 동안 ‘완전집권’을 하였던 바 있어서 2016년부터 2024년 사이 국회에서 여느 법안의 신설이나 개정의 힘은 충분했다. 그러나 그동안 이념주의적인 정책에 치중했던 것도 사실이라 민생과 관련하여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지금 받고 있다.
그렇기에 필자는 처음부터 할 수 있을 때 법안 개정을 추진해야 했고 더 중요한 건 민주화를 이루는 데 가장 큰 공로를 세운 정당이 아직도 그 초심을 잃지 않았는지도 스스로 검토하며 국민을 위한 국민의 정부 역할을 잘 이행해 나가는 겸허한 태도를 바라는 바이다. -白兆美
원고ㆍ보도: 백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