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경쟁 속 인도태평양과 아세안
-2022.11.19.-주간시사평론-
11월 들어 아시아지역은 유난히도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니다. 얼마 전 캄보디아 프놈펜에서 동남아시아 국가연합 – 아세안(ASEAN) 정상회의가 열렸고, 인도네시아 발리섬에서는 제17차 세계 주요 20개국 – G20 정상회의가 거행되었으며, 지금은 태국 방콕에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 – APEC 정상회의가 진행 중에 있어, 우크라이나 전쟁 외에 전세계 언론이 동남아시아 쪽으로 집중된 듯하다.
지리적으로는 멀지만 아시아 국가들과의 동맹관계 또는 경제 파트너십으로 큰 영향력을 발휘해 오고 있는 미국과 경제산업과 군사의 현대화 방면에서 이미 단단한 실력을 쌓아올린 중국 역시 아시아에서는 최소한 경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중국이 날로 확장되는 걸 억제하기 위해 미국은 그 어느 때보다 더 아시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고, 올해 5월에는 14개 국가로 구성된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IPEF)’를 결성했다. 이는 미국이 주도한 인도 태평양 지역의 경제와 안보 플랫폼 역할을 할 국제기구이다.
아시아 국가의 일원으로 지리적으로 인접하다는 장점을 지닌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 측면의 교류가 매우 활발하다. 최근에는 ‘아세안 + 중국’ 회의를 빌려 ‘중국과 아세안 간의 자유무역구(China-ASEAN Free Trade Area, CAFTA) 3.0 버전’ 구축 담판을 진행했고, 회의 후 중국과 아세안은 공동성명에서 쌍방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확보하며 디지털 경제, 해양과 농업 발전, 공중보건 등 영역 발전의 추진력을 확보하기 위해서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 3.0버전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이 아세안 국가들과의 경제무역 관계를 현저히 확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 학계와 싱크탱크들은 베이징당국은 워싱턴당국이 근래에 동남아 국가들과의 관계 심화를 추진하기 위해 공평한 무역 추진, 공급망의 탄력성 촉진, 깨끗한 에너지를 포함한 기초건설 개선 등을 기반으로 한 인도태평양전략을 펼친 것에 대항하기 위한 행동으로 아세안 국가와의 경제무역 및 정치적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취한 행동이라고 보고 있다.
워싱턴DC에 본부를 둔 미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 전문가 그레고리 폴링은 ‘미중 양국은 오랜 기간 동안 글로벌 영향력 및 국제 체계 구획과 규범을 추진하는 데 지속적인 경쟁을 해왔는데, 양국 경합 중에 가장 중요한 곳은 동남아시아’라고 분석했다.
싱가포르 난양공업대학교 라자라트남 국제학연구소(S. Rajaratnam School of International Studies) 싱어(Bhubhindar Singh) 부교수는 ‘워싱턴당국의 주요 목표는 아세안 국가들로 하여금 미국 편에 서게 하는 것으로, 이를 통해 워싱턴이 동남아시아와 기타 지역에서의 중요한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한다’며, 이중에는 ‘날로 증가하는 중국의 영향력 문제 해결도 포함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타이완이나 한국, 일본, 심지어 동남아 국가들은 미국을 자국의 안보와 연계하면서도 중국을 완전히 배제하지 않는 건 경제 방면에서 중국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국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중국의 영향력을 약화시켜야 하며 반대로 미국의 아시아에서의 영향력을 향상하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해오게 되었는데 이중에는 미국이 동남아지역 국가와의 관계 제고를 위해 더 폭넓은 파트너십을 꾀하며 ‘포괄절 전략적 동반자 관계(Comprehensive Strategic Partnership, CSP)’를 내세웠다. 얼마 전 조 바이든 대통령은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이러한 관계를 확인하면서 동남아에서의 중국과의 지정학적 경쟁을 구체화 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된다.
중국도 ‘일대일로’ 등 여러 프로젝트를 통해 동남아 국가와의 관계를 더 긴밀히 끌어 당기려고 빠르게 움직였는데, 지난 9월 중국 외교부는 ‘자유무역구 3.0 버전’을 놓고 아세안 국가 리더들과 접촉했다고 발표한 것으로 미루어 보아 베이징이 워싱턴당국에서 적극적으로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점에 대해 고도의 경각심을 가지고 있다는 걸 보여줬다고 본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 동아연구소 소장 어시스를 맡고 있는 학자 천강(陳剛)은 중국이 동남아 국가에 많은 힘을 쏟는 데는 미국의 인도 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에 위협을 느끼면서 동남아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자 그런 것이라며, 아세안 국가들이 경제무역 방면에서 미국 쪽으로 너무 기울어지는 걸 방지하기 위해서 중국이 아세안 자유무역구 3.0버전을 내놓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천강은 싱가포르 학계에서 친중국 성향을 가진 학자이다.
재팬타임즈의 한 분석 보도에 따르면 중국은 아세안 국가들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이자 동남아 국가들의 가장 큰 외국투자자이며 기초건설 비용을 대출해 주는 국가라서 미국이 동남아 지역에서 경제무역 방면에서 중국을 대체한다는 건 아주 어려운 임무라고 지적했다.
숫자로 볼 경우 올해 1월부터 10월 사이 10개월 동안 중국과 아세안 간의 무역 총액은 미화로 약 7,350억불로, 작년(2021년) 동기 대비 15.8%의 연증가율을 기록하였다. 이 수치는 중국의 대외 무역 총액의 15.2%를 차지한다.
방송 뉴스에서 한동안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이라는 용어가 많이 출현했었다. 아세안 10개국을 비롯해 한국,중국,일본, 인도와 호주 뉴질랜드의 16개 국가들이 참여한 협정이다. 중국은 우선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을 기반으로 아세안 국가와 긴밀하게 교류하며 궁극적으로는 성원 국가들 간의 90% 이상의 상품 관세를 취소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중국과 아세안 간의 무역 관계가 이토록 긴밀하며 이미 십수 년 동안의 협력관계를 이뤄 오고 있어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는 이미 형성된 단계에까지 도달한 것으로 보이며 그래서 미국이 단시일 내에 중국과 아세안 간의 통상 관계를 깨거나 추월하기에는 상당히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
역내 포괄적 경제 동반자 협정(RCEP)과 더불어 중국-아세안 자유무역구 구축을 위해 단계별 추진 항목이 있는데, 우선 쌍방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이끌어 내어 상품과 서비스 무역 시장과 투자를 개방하는 것을 시작으로 양측의 자유무역협정을 업그레이드 버전으로 만들며 상호간 90% 이상의 상품 관세를 취소한다는 데 목적을 두었고, 최신 단계에서는 디지털 경제, 녹색 경제 등 새로운 분야를 중점으로 두며 협력을 확대해 나가려는 것이다.
중국이 국제시장에서 경제적 영향력이 크다는 건 이미 감지하고 있지만 특히 동남아시장에서의 중국의 영향력은 초강국 미국도 당장 무엇을 바꿔놓기가 힘들다는 게 현실로 다가옴에 따라 워싱턴은 인도.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추진을 통해 아세안협정 국가들과의 파트너십을 심화하고자 심혈을 기울이고 있고 베이징은 이에 방심하지 않고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아세안과의 자유무역구 건설에 총력을 쏟으며 아세안 국가와의 관계를 공고히 하며 심화시켜 나가는 것 같다.
미국은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소비시장으로 부상한 중국의 경제 무역 방면에서의 영향력을 약화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 타이완이나 한국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특히 남향/남방 정책의 업그레이드 버전을 펼치고 있으나 짧은 시일 내에 현재의 세계 무역 구도를 완전히 갈아치우기란 불가능하다. -白兆美
원고.보도: 백조미